브라질에 케이팝 팬덤 생기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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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길화 PD ‘케이팝’ 수용 연구 논문…낙관론 경계하고 ‘현지 연구’ 필요

한류의 대표상품인 케이팝(K-POP)는 이제 아시아와 중동, 유럽을 넘어 지구 반대편 남미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남미 최대의 시장 브라질도 예외는 아니다. 한류 팬클럽이 만들어지고 케이팝 마니아들이 페이스북에 UCC를 올리는 일이 일상사가 됐다. '흥'이 많기로 유명한 브라질 사람들이 한국 아이돌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MBC 주상파울루 중남미지사장 겸 특파원을 지낸 정길화 PD는 부산외대 중남미지역원의 학술지 <이베로아메리카> 제17권 1호(2015년6월)에 '브라질의 케이팝 수용에 관한 연구' 논문을 게재했다. 논문은 브라질에서 케이팝을 좋아하는 팬들의 인식과 수용현황을 살피기 위한 방법으로 설문조사를 택했다. 설문조사 결과, 브라질 팬들은 케이팝의 매력으로 '멋진 춤', '훌륭한 뮤직 비디오', '다양한 볼거리'를, 케이팝 아이돌 '빅5'로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샤이니, 엠블랙, 빅뱅을 꼽았다.

논문에 따르면, '케이팝을 좋아하는 이유'를 묻는 설문에 브라질 응답자의 33%가 '멋진 춤'이라고 답했다. 두 번째로 24%가 '훌륭한 뮤직비디오', 세 번째로 17%가 '라이브 공연의 다양한 볼 거리'라고 답했다. 이른바 '칼군무'라고 알려진 한국 아이돌 특유의 카리스마 있으면서도 화려한 퍼포먼스에 브라질 팬들이 열광하는 것이다.

▲ 남자 아이돌 '빅뱅' ⓒ YG엔터테인먼트

이는 케이팝의 특징이자 브라질 팬들이 케이팝을 찾는 이유기도 하다. '케이 팝을 통해 얻는 것'이란 설문에 32%가 '기존의 음악과 다른 새로운 음악'이라고, 25%가 '친구들과 플래시몹 등 활동을 할 수 있다'라고 답한 것. 케이팝의 중독성 있는 음악과 강렬한 퍼포먼스가 미국이나 브라질 팝 음악에서 보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일 뿐만 아니라 또래 사이에서 친구들과 따라 추며 유대감을 느끼게 하는 놀이로 작동하는 것이다.

케이팝은 주변으로 확산되는 과정에서도 특색을 갖는다. '케이 팝을 알게 된 계기'를 묻는 설문에서 브라질 응답자의 45%가 '케이 팝을 즐기던 친구를 통해서‘라고, 두 번째로는 23.3%가 '유튜브나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서'라고 답한 것. 이는 브라질의 케이 팝이 또래 사이의 팬덤 현상으로 나타나 SNS를 통해 향유되는 현 상황을 보여준다.

설문조사는 2012년 12월 브라질 상파울루 소재 복합문화공간인 ‘리브라이아 쿨루타’에서 열린 이벤트 'K Invasion'에 참석한 60명의 브라질 팬과 한국에 유학 온 브라질 대학생 1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K Invasion'은 리브라리아 쿨루타와 당시 상파울루에 주재하고 있던 MBC 중남미지사가 공동주최한 행사로 방송된 케이팝 공연 프로그램의 DVD를 극장에서 상영하는 시사회였다.

정 PD는 이번 논문과 관련해 "한류에 대한 기존의 담론이 여전히 민족주의적, 경제중심주의적 시각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진단하며 "문화 현상으로서의 이해보다는 콘텐츠 비즈니스의 결과만을 추구하는 일부의 경향에 대한 아쉬움에서 연구를 시작했다"고 연구배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정 PD는 케이 팝의 섣부른 낙관론에 대해서 경계했다. 그는 "케이 팝도 브라질 일부에서만 호응이 있을 뿐 전국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브라질의 케이 팝은 아직 일부 지역, 일부 마니아들에 의해 수용되는 국지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정 PD는 논문에서 "중남미 권역의 콘텐츠 산업은 세계의 평균 성장률보다 2배가량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며 "한류는 각 국가별로 소비 양상이 다르기에 한류의 효과를 총체적으로 논하기 위해서는 특정 국가별로 현지의 미디어 환경과 수용자들에 밀착된 현장연구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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