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PD 추천, 여행과 ‘썸’타는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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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여름휴가 특집]

덥다 못해 뜨겁고 습하디 습한 여름. 본격적인 휴가를 알리는 신호이기도 하다. 2015년 여름, 일상에서 벗어나 어디론가 떠나려는 사람들을 위해 라디오 PD들이 여행의 설렘을 안겨주거나 혹은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음악을 들고 왔다.

듣는 것만으로도 흥이 나는 음악부터 버스나 기차 안에서 흥얼거리기 좋은 음악, 제주의 풍경이 리듬으로 그려지는 음악 등 뜨거운 여름날을 ‘핫’하게 만들어 줄 음악과 함께 휴가를 떠나보자. <편집자주>

POMPLAMOOSE ‘Uptown Funk’- 이충언 KBS PD(가수 곰PD, 쿨FM <황정민의 FM대행진> 연출)

불과 작년만 하더라도 여름휴가를 떠나기 전에 ‘운전하며 듣는 음악’, ‘저녁식사 하며 듣는 음악’ 등 휴가와 함께 할 자체 컴필레이션 CD를 만들기 위해서 공CD를 구입했는데, 올해는 공CD 대신 ‘블루투스 스피커’를 구입했다.

스마트폰 안에는 이미 휴가와 함께 할 플레이리스트가 여럿 만들어져 있고 지금의 고민은 ‘추가 배터리도 준비해야 하는가?’에 집중되어 있다. 내가 변한 걸까? 아니면 세상이 변한 걸까?

휴가와 어울리는 음악을 소개해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때도 가장 먼저 떠오른 음악은 빼곡히 쌓인 CD장 속도, 라디오 프로그램의 선곡표 속도 아닌 유튜브를 통해 알게 된 뮤지션의 것이었다. 이쯤 되면 이번 휴가동안 이미 만들어 놓은 플레이리스트도 듣지 않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스마트폰 위 손가락을 이리 저리 움직이다가 우연히 내 귀를 잡아당긴 낯선 리듬과 멜로디가 여행 내내 나와 함께 하게 될지도. 당신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여행의 시작을 함께 할 수 있는 조금은 낯선 뮤지션을 소개하고자 한다. 지금 바로 유튜브를 켜고 ‘POMPLAMOOSE(팜플라무스)’를 검색해보자. 분명 휴가 내내 이들의 노래를 흥얼거리게 될 것이다. 추천하는 곡은 ‘업타운 펑크(Uptown funk)’

▶ 권나무 ‘그림’- 하정민 MBC PD(FM4U <써니의 FM데이트> 연출)

덤덤한 목소리에 따뜻한 기타 선율,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가사까지. 이 앨범을 처음 접했을 땐 그저 어디든 떠나고 싶었다. 버스나 기차 안에서 흔들리는 창밖 풍경을 보며 생각에 잠기기 좋은 곡들로 가득하다. 휴가가 요원해진 이번 여름, 바쁘고 다급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싶을 때 꺼내는 앨범이 됐다.

이 시대의 서른 살이 노래하는 포크송에는 대단한 고민이나 날선 비판 보다는 귀여운 깨달음들이 곳곳에 어색하지 않게 녹아 있다. 지방에서 생업에 종사하며 간혹 휴일에 상경해 클럽에서 공연을 하곤하는 권나무의 음악은 흔한 홍대 정서와는 거리가 있어 더 신선하게 들리기도 한다. 지인 결혼식에서 나눠준 데모 앨범이 기획자의 눈에 띄어 앨범을 내게 됐고, 한국대중음악상까지 거며쥐게 됐다는 이야기도 꽤 드라마틱하다.

‘과일들과 노래와 / 이야기들이 흐르는 저녁에 / 나의 허풍 속에 숨겨진 / 귀여움을 찾아내는 멋진 그대와 / 긴 밤의 촛불을 끄겠소(마부의 노래)’같은 곡을 들으며 설레는 휴일의 밤을 즐겨도 좋겠고 ‘지나가는 사람 가득히 저마다 맘속에 레미레레 노래 부르는(어릴 때)’ 같은 노래를 듣고 나서 휴가 내내 ‘레미레레’를 흥얼거리는 것도 즐거울 것 같다.

▶ RYTHME OF THE EARTH: JEJU SOUNDSCAPE[제주 사운드스케이프]- 안병진 경인방송 PD(<행복한 10시 이용입니다> 연출)

제주를 처음 간 것은 2003년 봄이었다. 처음 일했던 직장을 그만두고 피난처 삼아 떠오른 곳이, 제주였다. 아는 사람도, 아는 곳도 없는 제주에서 나는 혼자 자전거를 탔다. 탄 김에 섬을 한 바퀴 돌기로 했다. 오르막을 피해 달리다 보니, 해안의 낮고 좁은 길로만 바퀴가 향했다. 말로만 듣던 제주의 길들은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웠다. 동네 할머니에게 길을 묻다가 말길을 못 알아 들고 헤매던 일. 우도에서 굶주리고 나와 달리던 아침의 해안도로. 조천을 지나다 만난 4・3사건 추모객들의 검은 행렬. 날이 갈수록 딴딴해지는 장딴지와는 달리, 해가 지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외로 밤들. 그 후로 나는 제주를 몇 번 더 여행했지만, 처음 만난 이때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올 봄, 다시 제주에 갔다가 어느 커피숍에서 [RYTHME OF THE EARTH: JEJU SOUNDSCAPE] 라는 음반을 알게 되었다. 영화와 다큐멘터리에서 동시 녹음하는 오디오 감독님(들)이 제주의 소리, 엠비언스(Ambiance)를 앨범으로 담았다. 월정 해변의 파도소리, 사려니 숲의 새소리, 한림 민속오일장의 소리 등등 위로의 섬, 제주의 소리가 담겨 있다. 이 소리를 듣다보니 처음 여행했던 위로의 섬 제주의 기억은 물론이고, 놀랍게도 어린 시절 우리 동네 골목길이, 담을 수 없는 소리들을 시(詩)처럼 채집하려 했던 영화 <일 포스티노>의 우체부가, 또 위로가 필요했던 어떤 날들의 풍경이 중첩된다. 잠시 동안의 여름휴가뿐 아니라, 365일 피난처가 필요한 분들에게 권한다.

▶ RHYTHMS DEL MUNDO ‘CUBA’- 이지현 CBS PD(<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연출)

여러 번 음반을 바꿀 것 없이 휴가의 기분 좋은 설렘과 흥분을 배가시켜줄 음악들을 하나로 모은 앨범.

단순한 컴필레이션이 아니라 영미권 팝과 쿠바 음악이 만난 독특한 질감의 노래들이 수록되어 특별함을 더해준다.

습기 가득한 브릿팝, 거친 개러지록, 감성적인 록발라드, 익숙한 스탠더드 재즈음악에 쿠바의 흥과 정서를 가미해 휴가지에서 마시는 한잔의 모히또 같은 시원한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콜드 플레이, 잭 존슨, U2, 마룬 5, 스팅 등 팝스타들이 주로 보컬을 담당했고 쿠바 음악의 대명사 ‘브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구성원들이 연주를 맡아 음반을 완성했는데.

기후 변화로 고통 받는 지구를 위해 뮤지션들이 함께 나서보자는, ‘선한 의지’로 시작된 프로젝트의 결과물이었다.

흥겨움과 편안함이 가득한 이 음악들을 즐기면서 자연환경, 지구에 대한 메시지도 잠깐, 생각해보시기를.

▶ 투어리스트 2집 ‘설렘 가이드북- 전진영 YTN FM PD(<전진영의 아침풍경> 연출)

여행은 준비할 때 더 설레는 법. 그 설레는 기분을 더 끌어올려줄 앨범으로 여행음악전문그룹(?)인 투어리스트의 2집 <설렘 가이드북>을 추천하고 싶다.

여행과 음악에는 깊은 연결고리가 있다. 눈을 감고 음악을 듣고 있으면 그 장소에 직접 가보지 않았어도 마치 그곳을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줄 때가 있는데, 투어리스트는 바로 그렇게 음악으로 여행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그룹이다.

다양한 계절, 여행을 하는 그 순간과 여행 장소 모두가 이들의 음악의 소재가 된다. 연착, 즉흥연차, 달빛 캠핑카, 요코하마에서, 월화수목원.

2집에 수록돼 있는 노래 제목만 봐도 여행을 갔던, 혹은 여행을 떠나고 싶은 곳을 떠올리게 만든다.

현지 관광청의 지원을 받아 현지에서 직접 촬영 제작한 뮤직비디오를 함께 감상하는 것도 이 앨범의 또 다른 매력!

여행 계획을 세우고 짐을 꾸릴 때의 설렘, 여행 장소로 가는 길의 자유로움, 여행지에서의 즐거움. 이 모든 것들을 한데 모은 이 앨범이 플레이리스트에 있다면 더 없이 행복한 여행이 될 듯.

[관련기사 : 2014 여름특집] 라디오 PD들이 추천하는 여행과 ‘썸’타는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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