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자 사건’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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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SBS ‘그것이 알고 싶다-그들은 왜 거짓 폭로에 동참하나' 편

'수십 년간 시아버지와 남편에게 성폭행을 당했으며, 두 아들까지도 지속적인 성 학대에 노출되었다'라고 폭로해 세상을 충격에 빠트렸던 '세모자 사건'이 실체를 드러냈다. 자신과 두 아들이 '가족간 성폭행'과 '집단혼음'의 피해자라고 호소했던 엄마 이모(44)씨가 무속인에게 조종을 당해 거짓 폭로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지난 1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 ‘그들은 왜 거짓 폭로에 동참하나’ 편에서는 세 모자 거짓 폭로극의 실체와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는지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사실 확인을 위해 이 씨가 성폭행의 가해자라고 지목한 동네 사람들을 만났다. 이들은 하나같이 이 씨를 알지 못했지만, 같은 동네에서 기도터를 운영하는 무속인 김 씨와 금전적 다툼을 벌였던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무속인 김 씨가 요구한 돈을 주지 않았거나 김 씨로부터 받아야 할 돈을 받지 못했다. 동네 사람들은 세모자가 ‘이모할머니’라고 부르며 따르는 무속인 김 씨가 자신의 경제적 이득을 위해 세모자를 이용하고 조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SBS <그것이 알고 싶다> '그들은 왜 거짓 폭로에 동참하나' 편 ⓒ화면캡쳐

실제로 이 씨는 남편 몰래 집과 재산을 김 씨에게 넘겨주었고 덕분에 김 씨는 호화로운 생활을 즐길 수 있었다. 이 씨는 김 씨가 자신의 병을 낫게 해준 이후로 김 씨를 맹신하기 시작했다. 김 씨는 이 씨와 남편 사이의 관계를 떼어놓기 위해 남편의 불륜 가능성을 흘리기도 했다. 결국 이 씨는 무속인의 근거 없는 말에 따라 남편과 친정식구를 모두 적으로 돌렸고 김 씨의 말을 맹목적으로 따르기 시작했다. 물론 김 씨는 제작진을 찾아와 이 모든 사실을 부인했다.

거짓 폭로에 나서도록 하는 것 그 자체가 ‘아동학대’

문제는 두 아들이 이 씨의 폭로극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다는 점이다. 박지선 숙명여자대학교 사회심리학과 교수는 "엄마가 행복하려면 할머니가 만족해야 하므로 (자신들이) 만족시킬 대상이 할머니란 걸 인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두 아들의 행동을 분석했다. 실제로 아이들은 노트에 ‘나 잘했어?’, ‘할머니가 행복해하실까’와 같은 문구를 적으며 김 씨에 대한 애정을 여러 번 드러냈다. 아이들이 엄마의 행복을 위해서 할머니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왜곡된 생각을 체화시킨 것이다.

전문가들은 아직 10대인 두 아들이 어머니와 함께 거짓 폭로에 나서도록 하는 것 자체가 '아동 학대'라고 지적했다. 이 씨는 자신의 폭로가 인정받는 데만 매몰돼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할 가능성이 켰다. 심한 경우에는 이 씨가 아이들에게 더 극단적인 행동을 요구할 수도 있다. 결국 이 씨의 언니와 오빠가 동생인 이 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했고 두 아이는 현재 이 씨와 분리된 채 지내고 있다.

폭로 인정받으려 했던 아이들, 마음의 병 드러내

▲ SBS <그것이 알고 싶다> '그들은 왜 거짓 폭로에 동참하나' 편 ⓒ화면캡쳐

아동복지법은 '정서적 폭력'과 '방임'을 아동학대로 규정한다. 아동의 정신건강에 해를 끼치거나 의식주를 포함해 보호, 양육, 치료 및 교육을 소홀히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두 아들은 이 씨가 고소장을 접수하기 위해 여러 지역의 경찰서를 다닐 때마다 학교도 가지 않은 채 엄마를 따라 다녔고, 공개적으로 자신이 성폭행을 당했다는 거짓증언을 하도록 강요받았다. 아이들은 세뇌 당한 엄마의 행복에 몰두하느라 자신들의 마음도 병들어가고 있음을 눈치 채지 못했다. 엄마 못지않게 거짓 폭로를 인정받기 위해 열을 내던 둘째 아들의 모습은 아이들의 마음이 얼마나 병들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프로그램으로 사건의 실체들을 드러내는 정황이 드러났지만 세모자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이들은 이 씨와 격리됐지만 여전히 이 씨는 무속인 김 씨와 만남을 지속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어머니 이 씨가 무속인 김 씨의 실체를 깨닫고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아이들의 일상이 온전히 회복될 수 있지 않을까. 세뇌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맹신했던 대상의 실체를 바로 보는 일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의 진행자 김상중 씨의 마지막 언급처럼 철저한 경찰 수사를 통해 김 씨의 실체가 명백하게 드러나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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