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대주주 태영건설 사업 띄우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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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잠식 ‘인제 스피디움’ 소재 프로그램 다수 편성…숙박권도 대량 구매 ‘내부 거래’ 의혹까지

SBS(사장 이웅모)가 SBS미디어홀딩스의 대주주인 태영건설의 주요 사업을 방송 프로그램 등을 통해 띄우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SBS는 대주주 태영건설의 계열사인 인제 스피디움 매니지먼트에서 관리하는 자동차 테마파크 인제 스피디움을 무대로 펼쳐지는 서바이벌 드라이버 오디션 프로그램 <더 랠리스트>를 오는 10월 방송할 예정이다. <더 랠리스트>는 SBS미디어넷이 방송 제작을 맡고 있으며 SBS가 편성을 맡는다.

또 인제 스피디움을 배경으로 한 레이싱 관련 예능 프로그램 <바람의 레이서>도 SBS 예능국에서 자체 제작으로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오는 10월 방송 예정인 SBS 서바이벌 드라이버 오디션 프로그램 <더 랠리스트> 이벤트 내용. ⓒ<더 랠리스트> 공식홈페이지

인제 스피디움은 SBS미디어홀딩스의 대주주인 태영건설을 비롯해 포스코ICT, 코리아레이싱페스티벌 등이 1863억원을 투자해 지난 2013년 5월 25일 개장한 자동차 테마파크다. 그러나 운영권을 둘러싼 갈등은 물론 계속되는 적자 등으로 투자자들의 막대한 손해를 끼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인제 스피디움 매니지먼트의 자기자본은 -28억 2621만원으로 자본잠식 상태에 놓여 있다. 민간투자법상 특수목적법인인 인제 스피디움의 자산관리를 위해 설립된 회사가 태영건설이 100% 출자한 자회사 인제 스피디움 매니지먼트다.

태영건설은 인제 스피디움 정상화를 위해 적극 개입하고 있다. 인제 스피디움은 올 초 이자율 6.9%에 3년 거치 후 일시상환 조건으로 태영건설로부터 22억원의 자금차입을 받았다.

이러한 움직임은 SBS 미디어홀딩스 계열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에는 SBS 계열사인 SBS미디어넷 대표를 중심으로 인제 스피디움 활성화를 위해 TF팀을 구성했으며, 지난 5월에는 탁윤태 전 SBS 미디어넷 사업실장을 인제 스피디움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 오는 7일 SBS 파워FM <두시탈출 컬투쇼>의 특집 공개방송이 인제 스피디움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더 랠리스트> 공식페이스북

지난 7월에는 한 장에 15만원인 인제 스피디움 숙박권을 SBS가 500장, SBS A&T가 100장 구매하기도 했다. 당시 내부에서 “부당내부거래”라는 문제가 제기되자 사측은 노사협의회에서 “계열사와 연관된 곳이 어렵고 하니 주변에 있는 계열사들이 십시일반으로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어서 각 사 사정에 맞게 몇 장씩 사주자, 이렇게 된 것이 구매배경”이라고 밝힌 바 있다.

SBS는 지난 7월 강원도와 국제자동차연맹(FIA)이 주관하는 세계자동차경주대회(WRC)를 유치를 목표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대회운영에 필요한 비용은 물론 국민적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홍보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하기로 했다.

SBS의 인제 스피디움 띄우기 조짐은 올해 상반기부터 있었다. 심지어 ‘광고 효과’를 준다고 해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권고 조치를 받은 적도 있다. 지난 5월 7일 SBS <모닝와이드> ‘블랙박스로 본 세상’ 코너에서는 인제 스피디움을 배경으로 블랙박스 영상을 통해 교통사고 과실비율을 산정하는 내용을 방송하면서 멘트 및 자막 등으로 인제 스피디움에 대해서 상세히 소개하는 내용을 방송했다. 이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광고효과를 주는 내용이 심의규정을 위반했다고 보고 행정지도인 ‘권고’를 조치했다.

▲ 사진 위는 지난 6월 7일 방송된 SBS <런닝맨>, 사진 아래는 지난 5월 7일 방송된 <모닝와이드>. ⓒ화면캡처

또 SBS 인기 프로그램에도 인제 스피디움이 여러 차례 등장했다. 지난 6월 7일 방송된 <런닝맨>은 인제 스피디움을 배경으로 진행됐으며, 오는 7일에는 SBS 파워FM <두시탈출 컬투쇼>의 특집 공개방송이 인제 스피디움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문제는 다수의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대주주 계열사와 관련한 사업을 SBS가 방송하면서 대대적인 홍보 효과를 견인한다는 점이다.

SBS의 지주회사이자 대주주는 SBS미디어홀딩스로 SBS의 주식 34.72%를 소유하고 있다. 이 같은 SBS미디어홀딩스의 주식 61.22%를 소유하고 있는 최대주주가 바로 태영건설이다. 그리고 이러한 태영건설이 100% 출자해 설립한 곳이 바로 인제 스피디움 매니지먼트인 것이다. 대주주가 추진하는 사업에 방송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SBS가 2004년 재허가 당시 약속한 ‘소유와 경영’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채수현 언론노조 SBS본부 위원장은 “지난 2004년 SBS 재허가 당시 어려움을 겪었던 가장 큰 이유는 태영이 대주주로서 방송을 이용하고 경영에 간섭한다는 것, 즉 SBS를 제어하려 한다는 점이었다”며 “이후 노사가 함께 편성규약을 만드는 등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위해 노력해왔는데 인제 스피디움 관련 프로그램을 한꺼번에 집중해서 방송한다는 것은 편성과 제작의 자율성을 해치는 일로, 지난 10년의 노력을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지난달 27일 열린 편성위원회에서 사측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편성위원회에서 사측은 “인제 스피디움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으나, 지역민방과 (SBS가) 협력 관계에서 민방의 요청이 있을 경우 우선적으로 검토하듯이 스피디움에서 좋은 조건으로 제안할 경우 받아들일 수도 있다”며 “오해 받을 소지가 있고 해보지 않은 분야라 경쟁력이 확실치 않지만 회사 사정이나 외부 사정을 감안해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의혹 제기에 대해 SBS 홍보실 관계자는 4일 <PD저널>과의 통화에서 “노조에서 문제제기 한 것과 관련해서 우리가 프로그램을 최우선적으로 생각을 해서 요즘 트렌드도 반영하고 기획을 하다 보니 그런 프로그램이 기획이 됐고, 그걸 제작하려다 보니 인제 스피디움에서 제작을 하게 된 것”이라며 “특혜나 이런 것 보다는 SBS가 프로그램의 경쟁력과 트렌드를 최우선으로 생각해서 제작하다보니 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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