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인제 스피디움’ 살리기 프로그램 폐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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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인제 스피디움’ 살리기 프로그램 폐기해야”
대주주 태영건설 계열사 홍보 논란…노조 “SBS가 태영건설의 돈벌이에 이용되는 것”
  • 최영주 기자
  • 승인 2015.08.04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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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사장 이웅모)가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SBS의 지주회사인 SBS미디어홀딩스의 대주주인 태영건설 소유의 인제스피디움매니지먼트(이하 인제스피디움) 살리기에 나섰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SBS노조는 해당 프로그램의 제작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언론노조 SBS본부(위원장 채수현, 이하 SBS본부)는 4일 성명을 내고 지난 5월부터 인제 스피디움과 관련한 방송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태영건설은 SBS를 이용하여 ‘인제 스피디움’을 회생시키려는 꼼수를 쓰기로 한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SBS는 대주주 태영건설의 계열사인 인제 스피디움 매니지먼트에서 관리하는 자동차 테마파크 인제 스피디움을 무대로 펼쳐지는 서바이벌 드라이버 오디션 프로그램 <더 랠리스트>를 오는 10월 방송할 예정이다. <더 랠리스트>는 SBS미디어넷이 방송 제작을 맡고 있으며 SBS가 편성을 맡는다. 또 인제 스피디움을 배경으로 한 레이싱 관련 예능 프로그램 <바람의 레이서>도 SBS 예능국에서 자체 제작으로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오는 7일에는 인제 스피디움에서 SBS 파워FM <두시탈출 컬투쇼>의 특집 공개방송이 열릴 예정이다.

앞서 지난 5월 7일 방송된 SBS <모닝와이드> '블랙박스로 본 세상' 코너에선 인제 스피디움을 배경으로 했다. 이때 SBS는 멘트와 자막 등으로 인제 스피디움에 대해 상세히 소개를 했는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에 대해 지나친 광고효과를 이유로 행정지된 '권고' 조치를 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6월 7일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에서도 인제 스피디움을 배경으로 촬영이 진행됐다.

SBS의 지주회사이자 대주주는 SBS미디어홀딩스로 SBS의 주식 34.72%를 소유하고 있다. 이 같은 SBS미디어홀딩스의 주식 61.22%를 소유하고 있는 최대주주가 바로 태영건설이다. 그리고 이러한 태영건설이 100% 출자해 설립한 곳이 바로 인제 스피디움 매니지먼트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인제 스피디움 매니지먼트의 자기자본이 -28억 2621만원으로 자본잠식 상태에 놓여 있으며, 운영권 다툼 등으로 손해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 SBS의 지주회사인 SBS미디어홀딩스의 대주주인 태영건설 소유의 자동차 테마파크 인제 스피디움에서 촬영된 SBS 프로그램의 모습. 사진 위는 지난 6월 7일 방송된 SBS <런닝맨>, 사진 아래는 지난 5월 7일 방송된 <모닝와이드>. ⓒ화면캡처

이 같은 상황에서 SBS 방송을 통해 인제 스피디움이 계속 비춰지자 내부에서는 방송을 통한 대주주 띄워주기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SBS본부가 지난달 27일 열린 편성위원회에서 사측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자 사측은 “인제 스피디움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으나, 지역민방과 (SBS가) 협력 관계에서 민방의 요청이 있을 경우 우선적으로 검토하듯이 스피디움에서 좋은 조건으로 제안할 경우 받아들일 수도 있다”며 “오해 받을 소지가 있고 해보지 않은 분야라 경쟁력이 확실치 않지만 회사 사정이나 외부 사정을 감안해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SBS 홍보실 관계자도 4일 “특혜나 이런 것 보다는 SBS가 프로그램의 경쟁력과 트렌드를 최우선으로 생각해서 제작하다보니 된 것”이라며 해당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그러나 SBS본부는 태영건설과 SBS미디어홀딩스, 그리고 SBS 간의 지배구조를 생각할 때 사측의 설명은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더군다나 SBS가 지난 달 9일 세계자동차경주대회(WRC) 유치를 위해 강원도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다양한 홍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하겠다고 한 만큼, 결국 인제 스피디움 관련 SBS의 프로그램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SBS본부는 “방송법은 시청자의 이익에 우선해 기업이 자신의 이익을 대변할 개연성을 걱정하여 대기업의 지상파 방송에 대한 소유 지분을 제한하고 있다. SBS와 대주주의 행태는 시청자보다 지배기업의 이익을 챙기는 위법한 일”이라며 “방송이 국민을 위한 공공서비스라는 사회적 합의가 유효한 지금, SBS가 태영건설의 돈벌이에 사사로이 이용되는 것은 10년 전 노사합의로 ‘SBS는 상업자본과 정치권력에서 독립한다’는 대의를 배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SBS본부는 “‘인제 스피디움’ 띄우기 프로그램을 모두 폐기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특히 엄청난 제작비를 투입하여 홍보의 극치를 이루는 <더 슈퍼 레이서>는 반드시 폐기해야 한다”며 “이렇게 함으로써 대주주는 시청자들에게 약속한 소유와 경영의 분리 선언이 사실이라 것을 증명하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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