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朴대통령, MBC 파업 해결 약속 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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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인’에 2012년 상황 털어놔…“MBC 문제, 박근혜 정권의 신뢰도 알 수 있는 문제”

“MBC 노조 주장에 공감하는 점이 있다. 노조가 먼저 파업(2012년 파업)을 풀고 당면한 올림픽 방송 준비에 매진하고, 모든 프로그램의 정상화에 돌입한다면 매우 바람직하다. 복귀하고 나면 모든 문제를 순리대로 풀려야겠다.”(2012년 6월 20일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이 이상돈 교수를 통해 MBC노조에 보낸 메시지)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가 <시사인>(411호)을 통해 2012년 MBC노조의 170일 파업 당시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의원(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MBC 파업 사태를 해결하기로 ‘약속’했지만 결국 이를 외면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이 교수는 “(지금 생각해보면) 박 대통령은 당선되는 것 말고는 관심이 없었다”고 말했다.

▲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이 비례대표 국회의원 모임 '약지25'의 현장방문이 열린 지난 2012년 6월 22일 서울 노원구 덕릉로 서울시립북부장애인종합복지관을 찾아 배식봉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이 교수에 따르면 박 의원은 “복귀하고 나면 모든 문제를 순리대로 풀려야겠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이 교수를 통해 MBC노조에 보낸다. 이것이 박 의원의 ‘첫 번째’ 약속이다.

첫 번째 약속을 한지 이틀 뒤인 6월 22일 박 의원의 ‘공개 발언’이 이어진다. 첫 번째 약속을 받은 MBC노조 측에서 요구한 ‘신뢰의 표시’를 보이기 위한 발언이었다.

박 의원은 서울 노원구 서울시립북부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같은 당 의원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한 뒤 “(MBC) 파업이 장기화하면 결국 국민이 가장 불편해하고 손해를 보는 것 아니냐. 노사 간에 빨리 타협하고 대화해서 정상화되기를 바라는 것이 국민의 마음”이라며 “파업이 (노조원들의) 징계 사태까지 간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다. 파업이 너무 장기화하고 있는데 노사가 서로 슬기롭게 잘 풀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MBC 파업 145일째 만에 나온 첫 공개 발언이다. 당시 새누리당은 MBC 파업 문제에 대해 가급적 언급을 자제하던 중이라 박 의원의 발언은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알려진다.

▲ MBC노조가 2012년 11월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 사옥 내 회의실에서 박근혜 후보의 언론관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후보는 스스로 넉 달 전 조합과 한 약속을 단 한마디의 말도 없이 자신의 입장을 바꿨다. 김무성 본부장이 직접 나서서 김재철 해임을 저지한 이유가 무엇이냐”라고 지적하며 본인이 밝힌 약속을 당장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정영하 MBC노조위원장(좌)과 이용마 MBC노조 홍보국장(우). ⓒPD저널

복지관에서의 공개 발언 이후 박 의원은 이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그런 발언(복지관 발언)을 했으니 파업을 풀도록 하라”며 “노조가 명분을 걸고 (회사로) 들어오면 나중 일은 내가 책임지겠다”고 말한다. 이것이 이 교수가 말한 박 의원의 ‘두 번째’ 약속이다.

이 같은 약속을 확인시켜 준 것은 6월 25일 이 교수의 인터뷰 발언이다. 이 교수는 평화방송 라디오 아침 시사프로그램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해 “박근혜 전 위원장은 지난 금요일날(6월 22일 복지관 발언)에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서 간단하게 발언을 했는데, MBC 노사 양측에서 양보를 좀 했음에도 징계사태가 안타깝다는 표현으로 어떻게 보면 김재철 사장에 대해서 불편한 심기를 나타낸 거라고 보인다”며 “거기에 방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 발언에 따르면 박 의원의 발언이 사실상 김재철 당시 MBC사장의 거취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뜻으로 비춰진다.

박 의원이 이 같은 약속을 한 배경에는 ‘대선 출마’라는 정치적 명분이 있다. 당시 민간인 불법 사찰, 내곡동 특검 등에 더해 MBC노조의 파업은 정치권의 핵심 이슈 중 하나였다. 이 같은 사안들을 두고 여야 대립은 극에 달하며 19대 국회는 언제 열릴지 모르는 상태가 됐다.

이 교수는 박 의원에게 MBC 파업 해결을 밑바탕으로 국회를 개원해야 대선에 도전할 명분이 생긴다고 설득한 것이다.

▲ MBC 구성원들이 지난 2012년 5월 8일 파업 100일을 맞아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100배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언론노조

문제는 국회 개원 협상이 타결되면서 7월 10일 박 의원이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을 마친 후부터다. MBC노조는 박 의원의 두 차례에 걸친 약속을 믿고 “여야 합의를 통해 김재철 사장의 퇴진이 기정사실화됐다”며 7월 17일 파업을 접었지만 이 같은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모든 문제를 순리대로 풀어가겠다”는 첫 번째 약속은 2015년이 된 지금까지 감감무소식이다.

새누리당 친박 실세인 최경환 당시 박근혜 경선 캠프 총괄본부장(현 경제부총리), 황우여 새누리당 등 친박 실세들은 박 의원의 약속을 몰랐다. 2012년 8월에는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이 이 교수에게 ‘김재철 스테이’를 요구하기도 했다. 대선 100일을 앞둔 9월 2일에는 이명박 당시 대통령과 박근혜 의원 간 비공개 만남이 이뤄졌는데, 이 교수는 당시 만남에서 김재철 사장에 대한 문제가 논의됐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실제로 2012년 10월 25일 김재철 사장 해임안이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회에서 부결된 것은 박 의원과 이명박 정권의 합작품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양문석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은 “이사회 이틀 전 하금열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무성 대선 총괄본부장이 김충일 이사(여당 추천)에게 ‘김재철 스테이’를 요구하는 전화를 걸어왔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김재철 사장의 해임은 결국 2013년 3월 26일에 이뤄진다. 이미 박 의원이 ‘대통령’이 된 이후다.

▲ 제18대 대통령선거 새누리당 정책공약집 중.

이 의원은 이 같은 이야기를 털어놓게 된 배경에 대해 <시사인>과 인터뷰에서 “방문진 이사 선임을 앞두고 당시 스토리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고 밝히며 “박근혜 대통령이 이렇게까지 MBC 문제를 팽개칠 수 있는 건가. 박근혜 정권의 신뢰도를 알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의원’일 당시 방문진 이사의 임기가 끝나고 이제 박근혜 ‘대통령’ 체제에서 새롭게 방문진 이사 선임을 앞두고 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과 MBC 정상화 약속은 아직 지켜지지 않고 있다. MBC는 2012년 파업 이후 해고와 정직 등 징계와 부당 전보가 잇따르고 있다. 이제는 박근혜 ‘대통령’으로서 2012년의 약속을 지킬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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