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MBC, 국민의 방송으로 돌아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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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직 21일 만에 정직 6개월…“징계 받을 사람은 이상호 아닌 경영진”

“대한민국 국민이 사주로 있는 회사가 MBC다. 나는 MBC에 공정방송을 하기 위해 왔다. 그때(입사) 당시 많은 기자와 PD들은 현장에서 ‘만나면 좋은 친구’라는 슬로건처럼 국민에게 낮게 다가가서 국민의 아픔을 함께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MBC는 불행히도 국민을 좋은 친구가 아닌 적대시 하는 뉴스를 하고 있다. 거리에 카메라와 마이크가 나가지 않고 있다.

지난 3주 동안 지켜본 결과 MBC 뉴스는 안광한 사장에 의해 휘둘러지는 흉기라고 생각한다. 내가 다시 MBC 기자로서, MBC 구성원으로서 월급 받기를 원하는 게 아니다. MBC가 다시 국민의 방송으로 돌아가기 위해, 진실과 마주할 것을 안광한 사장에게 요구하기 위해 나왔다. 안광한 사장이 특정 정파나 청와대 사장이 아니라 국민의 사장으로 돌아오길 간곡히 바란다.”(이상호 MBC 기자)

▲ 이상호 MBC 기자 ⓒ언론노조

대법원으로부터 해고 무효 확정판결을 받아 2년 6개월 만에 복직한 이상호 MBC 기자가 재징계 인사위원회에서 또다시 정직 6개월의 중징계를 받은 가운데 MBC 안팎에서는 “해고의 연장”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이상호 기자는 자신의 징계 여부 보다 중요한 건 MBC가 ‘국민의 방송’, ‘공영방송’으로 돌아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조능희, 이하 MBC본부)는 6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신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상호 기자에게 내려진 정직 6개월의 중징계를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이번 재징계는 “해고의 연장”이라는 것이다.

MBC(사장 안광한)는 지난 4일 이 기자에 대해 ‘정직 6개월’을 결정했다. 이 기자는 앞서 재징계 건과 같은 사유로 지난 2013년 1월 15일 해고된 후 2년 6개월 만인 지난 7월 9일 대법원으로부터 해고무효 확정판결을 받은 바 있다. 이 기자에 대한 인사위는 현재 노조 차원에서 대응하고 있으며, 노조는 재심을 청구한다는 방침이다.

사측은 이번 인사위에서 △2012년 12월 17일 트위터를 통해 글을 작성·게시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허위사실 유포를 통해 회사의 명예를 훼손하고 공정성·정치적 중립성에 관한 신뢰를 실추시킨 점 △직원이 외부 연출·출연 등의 대외발표를 하는 경우 회사의 허가를 받아야함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허가 없이 2012년 5월 27일 경부터 2012년 12월 17일 경까지 ‘개나발 RADIO’에 36회, ‘발뉴스 TV’에 16회 이상 출연한 것을 사유로 들었다. MBC는 이 같은 결정이 “대법원 판결에 따른 후속 인사조치”라고 밝혔다.

그러나 MBC본부는 MBC의 재징계 조치는 오히려 법원 판결의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일이라며 반발했다.

MBC본부는 “이상호 기자에 대한 징계를 사측의 분풀이식 징계이고 바른 말 하는 직원들에 대한 기존의 탄압과 궤를 같이 한다. 심각한 언론 탄압”이라며 “이상호 기자를 비롯해 다른 7명 해고자에 대한 겁박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상호 기자 “3년 전 대선 당시 진실을 밝혀야 한다”

▲ 이상호 MBC 기자 ⓒ언론노조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상호 기자는 ‘김정남 인터뷰 폭로’ 건과 관련해 지난 대선 당시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잘못을 한 건 MBC라고 지적했다.

이 기자는 지난 2012년 인사위원회 당시 인사위원장이었던 안광한 부사장(현 사장)에게 ‘박근혜 후보든 문재인 후보든 누구의 편을 들어선 안 되는 게 공영방송이고, 나는 그것에 대해 내부 고발한 것인데 그것에 대해 징계한다면 받아들이겠지만, 이는 진실을 알고자 하는 국민을 적으로 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MBC본부는 인사위원회가 열리기 전인 지난달 31일 감사실에 △김정남과의 인터뷰가 추진된 경위 △김정남의 소재를 전달해준 취재원 △김정남 인터뷰 지시경로 △최초에 김정남 인터뷰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으나, 추후 인터뷰 추진이 사실이라고 회사의 입장을 바꾼 이유와 과정 △당시 최대 이슈였던 NLL에 대한 특파원 질의와 관련한 김정남의 발언내용 △김정남을 5분이나 인터뷰하고도 보도하지 않은 경위 등 6가지 사항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그러나 사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 기자는 “지난 3년 전 대선은 실체가 없는 NLL 광풍이 휘저었던, 그 과정에서 국정원이 댓글을 통해 광풍을 확대 재생산해서 국민의 투표권을 유린한 사이버쿠데타였다”며 “그런 중차대한 시점에 김정남 인터뷰를 추진했고 실제로 인터뷰 이뤄졌지만 보도하지 않았다. 이 부분과 관련해 내 직을 걸고 특별감사를 요구했지만 감사 대신 조악한 징계가 따라 왔다”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 재징계, 바른 말 하는 기자 내쫓겠다는 것”

조능희 위원장은 “공영방송 MBC에서 이런 일을 벌이고도 전혀 부끄럽지 않은 경영진이 있다. 한심스럽고 통탄스럽다”며 이 기자의 징계 철회를 촉구했다.

조 위원장은 “정직 6개월은 해고의 연장이고 이는 바른 말을 하는 기자를 쫓아내겠다는 것과 같다. 이것이 기본과 원칙을 중요시 하는 MBC의 경영인가”라며 “지금 MBC는 해고왕국이다. 해고왕국이라는 소리가 듣기 싫다면 법원의 판결을 수용하고 빨리 해고자를 복직 시키면 된다”고 강조했다.

고현승 MBC 기자협회장도 “마음이 착잡하고 속상하다. 기자들 다 같은 마음일 것”이라며 “더 큰 걱정은 기자를 포함해 아직 회사에 돌아오지 못하는 해직자가 많이 있는데, 돌아올 때마다 이런 전철을 밟게 되는 게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 언론노조 MBC본부(위원장 조능희, 이하 MBC본부)는 6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신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상호 기자에게 내려진 정직 6개월의 중징계를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언론노조

고 기자협회장은 “이상호 기자가 돌아오며 기자 조직에도 적지 않은 활력이 생겼고, 이 기자의 꼼꼼하고 성실한 뉴스모니터링은 구성원에게도 각성되는 효과 있었다. 이젠 그런 일조차도 할 수 없게 됐다”며 “MBC의 경쟁력을 회복하려면 화합과 소통이 굉장히 중요한데 2년 6개월 만에 돌아온 기자를 재징계하는 건 소통과 화합 어디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동훈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도 “MBC가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던 시절, 맨 앞에 섰던 사람들은 지금 거리로 쫓겨나거나 한직에 있거나 유배당했다”며 “징계 받을 사람은 MBC의 신뢰를 추락시키고 망가뜨린 경영진에 있다. MBC 경영진은 각성하고, MBC를 이렇게 만든 청와대와 새누리당도 각성하라”고 강조했다.

한편 민주언론시민연합도 6일 이 기자에 대한 재징계 철회를 촉구하는 논평을 내고 “이번 재징계는 이상호 기자 개인 뿐 아니라 MBC의 양심세력에게 보내는 협박의 메시지”라며 “보복징계로 해직자들을 길들이려는 이런 시도는 MBC 경영진이 법적, 도덕적으로 패배했음을 인정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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