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갑을관계, ‘MBN법’으로 해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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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PD협회·언론시민단체, MBN법 추진···“바람직한 언론생태계 위한 길”

MBN 소속 PD의 독립PD 폭행사건을 규탄하는 움직임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른바 ‘MBN법’ 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10일 오전 11시 한국독립PD협회(회장 이동기, 이하 독립PD협회)와 10여개 언론·시민단체 등은 서울 중구 필동 MBN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과 제도의 개선을 통해 문제를 바로 잡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 10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필동 MBN 사옥 앞에서 ‘MBN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PD저널

앞서 지난 6월, MBN 프로그램을 제작하던 독립 PD가 MBN의 담당PD에게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이 독립PD는 심각한 상해를 입고 병원에 입원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독립PD들은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연 데 이어 MBN 사옥 앞에서 3주째 릴레이 1인 시위를 이어나가고 있는 중이다. 독립PD협회는 제대로 된 진상조사 및 공식사과를 요구하고 있지만 MBN측은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독립PD협회는 “MBN PD의 폭행사건을 계기로 방송사의 외주제작 과정에서 끊임없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부당한 처우와 관행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서로가 상생할 수 있는 전향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가칭 ‘MBN법’ 제정을 추진할 것임을 밝혔다.

독립PD협회가 설명한 MBN법의 주요내용은 △프로그램 제작 전, 모든 제작인력과의 표준계약서 작성 의무화 △방통위 산하에 ‘독립PD 인권감시기구’ 설치 △외주제작사와 독립PD에 대한 국회차원의 실태조사 매년 실시 등이다. MBN법은 지난 7월 28일 한국독립PD협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 등이 함께 한 ‘방송사 외주제작 프리랜서 노동인권 실태 긴급 증언대회’에서도 논의된 바 있다.

김영미 독립PD는 “국회 증언대회를 통해서 그 동안 방송사에서 갑을관계가 만연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우리가 하고 있는 이 투쟁은 언론노동자로서 일을 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MBN 측은 이번 폭행 사건이 쌍방폭행이며 개인적인 술자리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한 검찰 재수사를 촉구한다”며 “누구 말이 진실인지 확실히 규명해야 할 것이며, 우리는 가해PD의 해고 및 MBN의 사과, 재발 방지 약속 등의 조치를 반드시 받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 10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필동 MBN 사옥 앞에서 ‘MBN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언론노조

김환균 언론노조위원장도 “갑을관계,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인격모독, 불평등한 계약 등이 방송계에서 일상화 되어있다”라며 “물리적 충돌 뿐 아니라 성희롱, 성추행, 그보다 더 한 일들이 묻히는 배경에는 을의 지위를 지닐 수밖에 없는 외주제작사와 외주PD의 서러움이 있다”라고 개탄했다. 이어 “이제 이 침묵을 강요하는 체제와 시스템을 깨뜨려야 한다”라며 “모든 인간은 인간으로 존중받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MBN측에 △설득력 있는 진상조사 △납득가능한 당사자 징계 △외주제작사 및 외주PD에게 불이익이 가해지지 않는 재발방지대책 등을 내놓을 것을 촉구했다.

박봉남 독립PD도 “최근 사태의 본질은 일회적인 해프닝이 아니고 우리사회가 봉착해있는 갑을관계, 착취구조, 불합리한 관행들이 드러난 것”이라며 “이 투쟁은 단순하게 불합리한 갑을관계에 대한 저항이 아니라 언론생태계를 정상궤도로 옮겨놓기 위한 올바른 요구”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관행이 개선되지 않고서는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라고 말했다.

정치권과 방통위의 책임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전규찬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는 “정치권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아서 이런 사태가 방기되는 것”이라며 “MBN사태, 비정규직 문제, 외주제작사 문제 등을 정치권에서 제대로 해결하라”라고 요구했다. 이어 “이런 사태를 방기한 방통위를 고발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한번이라도 이런 문제를 제대로 조사해서 대안을 내놓은 적이 있느냐”라고 비판했다. 전 대표는 “정치권과 방통위를 포함한 우리 모두가 부끄러워하면서 이 문제를 끝까지 풀어나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MBN 폭행사건의 가해PD는 징계기간이 끝나 오늘(10일)부터 정상 출근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립PD협회는 앞으로 ‘MBN법’을 추진하는 한편 독립PD의 ‘인권피해사례 자료집’을 발간하고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간사 우상호 의원과 함께 9월초 국정감사를 추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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