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대북 정보, 자극적인 북한 보도 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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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대북 정보, 자극적인 북한 보도 양산
광복 70돌 맞아 남북관계 보도에 대한 토론회…북한보도준칙 준수 필요
  • 최선우 기자
  • 승인 2015.08.12 18:5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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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0주년에도 여전히 냉전 상태로 남아있는 남북의 관계 회복을 위해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편향적인 대북 정보에 의존한 '반북 프레임'이 강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10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220호에서는 '남북관계 보도 이대로 좋은가-KBS와 조선일보 보도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현재 한국 언론의 북한 관련 보도와 그 역할을 점검하는 토론회에서 이같은 문제가 제기됐다. 특히 5.24 조치로 인해 방북취재가 차단돼 언론인들이 취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 사실이나 최근의 대북보도 추세는 분명 문제가 있다는 진단이다.

탈북자 증언에만 의존…출처 없는 유령기사 대부분

이날 발제를 맡은 이용마 MBC 해직기자는 2014년 1월 1일부터 7월까지 연재된 <조선일보>의 ‘통일이 미래다’ 기획 기사를 예로 들어 통일언론상 후보로 추천까지 받은 ‘통일이 미래다’ 기사가 과거 <조선일보>의 북한 관련 보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 기자는 재중 북한인 100명에 대한 인터뷰 결과를 분석한 기사를 대표 사례로 들었다.

그는 “탈북자들은 목숨을 걸고 남한으로 넘어온 사람들이라 북한에 반감을 가질 수 있는 게 상식적으로 당연한데 언론은 이러한 점을 간과한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의 최근 기사들 또한 탈북자와 재중 북한인의 증언에만 기대어 김정은 정권을 통일반대 세력으로 몰아가거나 북한정권과 주민 사이에 갈등이 있는 것처럼 보도해 둘 사이를 자의적으로 분리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 지난 10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남북관계 보도 이대로 좋은가-KBS와 조선일보 보도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 발제자로 참석한 이용마 전 MBC 해직기자가 발언을 하고 있다. ⓒPD저널

1994년부터 북한 관련 보도를 담당하고 있는 장용훈 연합뉴스 북한전문기자 역시 탈북자 증언 인용의 위험성에 대해 동의했다. 장 기자는 이라크 전쟁을 예로 들어 “이라크 전쟁 역시 망명자 찰라비가 이라크가 핵을 개발하고 보유한다는 과장된 증언에서 시작했다”고 지적하며 “항상 망명자의 증언에는 편견(bias)이 개입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탈북자들은 극단적인 반북 혹은 친북이라는 자신들의 성향에 따라 오염된 정보를 제공하기 쉽다.

북한 관련 보도의 또 다른 문제는 출처나 근거를 알 수 없는 소식통에 의한 ‘유령기사’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이용마 기자가 지난 2015년 5월부터 7월까지 최근 <조선일보>의 북한 보도 128건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대부분이 익명의 북한 소식통을 인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소식통이 흘린 내용은 언론이 자체적으로 사실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울 때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하지만 북한 관련 뉴스에서 "알려졌다" "전해졌다"라는 표현으로 남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 정부 대북정책 기조 문제, 언론에도 영향

하지만 심영섭 한국외대 교수는 단순히 언론에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심 교수는 북한 보도에서 제기되는 문제가 취재 환경과 정치권력이 얽힌 다소 복잡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5년 전 발효된 5.24 조치 이후 언론이 보도할 수 있는 북한 관련 정보 자체가 희소하다보니 기자들은 첩보까지도 받아써야 하는 게 현실이다. 언론사들이 확인조차 되지 않은 숙청설과 망명설을 자꾸만 반복해 보도하는 행태 역시 투명한 공식 취재 루트가 없다는 제도적 환경과 기자 개인이 북한을 자유롭게 취재 할 수 없는 사회적 분위기가 문제라는 것이다.

심 교수는 현재 박근혜 정권 하의 북한 보도에 관해서도 "근거는 없고 주장만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대부분의 보도가 박 대통령이 제시한 ‘통일 대박론’과 매우 닮아있다며 통일로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정도의 장밋빛 전망을 되풀이할 뿐 구체적인 통일의 방안은 제시하지 못함을 지적한다. 언론이 대통령이 말하는 통일의 방식이 무엇인지, 혹은 통일 정책의 실현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던지지 못하는 점을 꼬집으며 “결국 통일에 대한 정치권의 태도가 변하지 않으면 취재 시스템과 환경도 쉽게 변화하지 않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결국 “편향적이고 자극적인 보도가 나올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정환 KBS기자는 언론계의 자구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니라고 항변했다. 그는 “그동안 북한 보도 관련해 KBS 내부에서도 기자들이 저항을 많이 했다. 언론 단체들과 연대해서 문제를 해결해보려고 노력했지만 이렇다할 성과가 없었던 게 사실“이라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또 과거 공신력 있는 북한 보도를 해온 공영방송 KBS 역시 이명박 정부 집권 이후부터 북한 관련 보도 시, 익명의 정보원이 증가했고 중국으로 탈출한 탈북자가 정보원으로 매번 등장했다는 김춘효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위원의 비판에 대해서는 ‘당연한 결과이며 예견된 참사’라고 대답했다. 그는 KBS가 이명박 정권 초기에 통일부와 외교부를 담당했던 기자들을 전원 타부서로 배치하면서 북한 전문기자를 준비했던 베테랑 기자들의 취재 네트워크가 한순간에 망가졌다는 사실을 고백했다.

대안은 '전문기자제' 와 '북한 보도준칙'

그러면서 김정환 기자는 사실상 폐지된 ‘전문기자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정연주 사장 시절 KBS보도본부가 실행했던 전문기자제는 통일, 외교, 국방, 금융, 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전문기자를 키우자는 기자들의 의견이 반영된 상징적 제도였다. 그는 “특정 분야의 취재 네트워크와 관련 지식, 취재 경험이 쌓인 기자들이 많아질수록 왜곡보도나 허위 과장 보도를 막을 수 있다”고 첨언했다.

장용환 기자는 또 다른 해결책으로 ‘대북 보도 제작 준칙’을 강조한다. 지난 1995년 언론노조, 기자협회, PD연합회 등 언론 3단체는 '평화통일과 남북 화해 협력을 위한 보도제작준칙'을 제정했다. 기자들 스스로가 이 준칙을 지키지 않아 북한 관련 왜곡보도나 허위보도의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미 보도 기준은 마련돼 있는데 대다수의 기자들이 보도준칙의 존재조차 모르는 게 현실”이라며 “언론단체들도 멀리서 그 해답을 구하지 않고도 문제를 바로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저 또한 기사를 쓸 때 이 준칙을 최대한 따르려고 신경 쓴다. 언론계의 자정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강조했다.

토론의 마지막 발언에서 이용마 기자는 “일차적으로 기자들이 최소한의 양심은 지켜줬으면 좋겠다”며 “출처와 팩트 체크는 언론인의 기본이다. 소문을 사실인 것처럼 쓰는 건 기자의 금기사항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기본으로 돌아갈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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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연 2016-01-16 09:47:49
특히 북한에서 얼굴이 가장 예쁘다는 탈북여성들을 골라 이만갑이나 모란봉클럽 남남북녀 잘살아보세등 북한내에서는 노골적인 반북선전프로그램에 강제출연시켜 그들을 순수한 처녀로 미화시킨다는것이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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