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격 공영방송 이사 선임 전면 백지화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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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환·이인호·고영주 등 연임·3연임 이사 비판 거세…“박근혜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 의도”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 이하 방통위)가 13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공영방송 KBS와 MBC의 이사 선임을 마무리한 가운데 언론계 안팎에서는 “청와대의 뜻을 받든 사상 최악의 부적격 인사들”이라는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방통위는 이날 비공개로 상임위원 전체회의를 열고 KBS이사회와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하 방문진) 차기 이사회 구성 관련 안건을 논의했다. 그 결과 야권 추천 위원 2인의 반대 속 최성준 위원장 등 사실상 여권 추천 위원 3인의 뜻에 따라 차기 KBS·방문진 이사 명단을 확정했다.

KBS 이사에는 △강규형 명지대 교수 △김경민 KBS 객원 해설위원 △변석찬 전 KBS 비즈니스 감사 △이원일 변호사(법무법인 바른 대표변호사) △이인호 현 KBS 이사장(연임) △조우석 전 <중앙일보> 문화전문기자 △차기환 전 방문진 이사(3연임, 이상 여당 추천) △권태선 <허핑턴포스트코리아> 대표이사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 △장주영 변호사(법무법인 상록 대표 변호사, 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 △전영일 민주언론시민연합 이사(이상 야당 추천) 등 총 11인이 확정됐다.

방문진 이사에는 △고영주 변호사(법무법인 KCL, 전 방문진 감사 연임) △권혁철 자유경제원 자유기업센터 소장 △김광동 현 방문진 이사(나라정책연구원 원장·3연임) △김원배 현 방문진 이사(목원대 총장·연임) △유의선 이화여대 교수 △이인철 변호사(이인철 법률사무소, 이상 여당 추천) △유기철 전 대전 MBC 사장 △이완기 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대표(전 울산 MBC 사장) △최강욱 변호사(법무법인 청맥·연임, 이상 야당 추천) 등 총 9인이 확정됐다.

▲ 방송통신위원회는 13일 상임위원 전체회의를 열어 KBS와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하 방문진) 차기 이사회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사진 왼쪽부터) 이인호 KBS 이사장(연임)과 차기환 방문진 이사(차기 KBS 이사·3연임), 김원배 방문진 이사(연임) ⓒ뉴스1, TV조선 화면캡쳐(차기환 이사)

공안검사·뉴라이트·친박 인사 등 대거 연임·3연임

이 가운데 차기환, 김광동, 고영주, 김원배, 이인호 등 언론계 안팎에서 ‘부적격 인사’로 뽑았던 인물들이 연임 또는 3연임을 하게 됐다.

3연임한 차기환 이사는 지난해 6·4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 차 이사는 당시 현직 서울시장으로 재선을 위해 뛰고 있던 박원순 시장에 향한 ‘일베’의 무상급식 관련 의혹부터 박 시장 부인의 외모에 대한 인신공격 글들을 퍼다 날랐는가 하면, 방문진 감사를 연임한 바 있는 고영주 이사는 공안검사 출신으로 영화 <변호인>의 배경이 된 부림사건 담당 검사였다. 김원배 이사의 경우 박근혜 대통령이 이사장을 지냈던 정수장학회의 지지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이인호 현 KBS 이사장 역시 취임 이후 KBS 보도·제작에 대한 개입 논란을 거듭하며 KBS 안팎의 비난을 받고 있다. 이 이사장은 지난 6월 24일 KBS의 메인뉴스 <뉴스9>의 이승만 정부 일본 망명설 보도를 비판하며 지난 7월 8일 보도 경위 파악을 목적으로 임시이사회를 일방적으로 소집해 비판받은 바 있다.

“박근혜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 의도”

언론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우려했던 대로 그대로였다”며 “권력에 굴종한 방통위는 스스로 해체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최성준 위원장은 공영방송의 이사는 공익 실현에 적합한 인물이어야 한다는 당연한 원칙을 무시하고 극우 성향의 인사, 정권 편향적인 인사들의 이사 선임을 밀어붙였다”며 “오늘로 방통위의 합의제 원칙은 처참하게 무너졌다”고 비판했다.

이어 언론노조는 “공영방송은 권력 쟁취를 위한 도구가 아니다. 권력자의 하수인도 아니다. 그런데 국민을 무서워하지 않고, 민의를 거스르려는 탐욕자들이 지금 우리의 소중한 공영방송을 흔들고 있다”며 “오늘 우리는 비록 부적격 인사의 이사 선임을 막지 못했지만 결코 (공영방송 정상화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언론노조 KBS본부(위원장 권오훈, 이하 KBS본부)도 ‘박근혜 대통령은 KBS 장악도 모자라 직접 통치하려 하는가’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된 이인호, 차기환, 강규형, 조우석, 변석찬 등등은 뉴라이트, 친박, 극우로 대표되는 부적격 인사들로서, 이들의 그간 행적이 과연 공영방송 이사로서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KBS본부는 이번 이사 선임이 “내년 총선과 후년 대선을 앞두고 KBS에 대한 통제를 더욱 강화해 ‘정권재창출의 도구’로 사용하겠다는 의도를 노골화한 것”이라고 비판하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촉구한다. 문제의 부적격 이사들에 대한 임명절차를 전면 백지화하고 대선 당시 공약했듯이 우리사회의 다양성을 균형 있게 반영해 다시 이사회를 구성하라”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KBS본부는 대통령 후보 시절 공약한 KBS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공약을 즉각 이행하고 KBS를 정권의 홍보 도구로 쓰려는 시도를 중단하고 KBS에서 손을 뗄 것을 함께 촉구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8일째인 지난 2013년 3월 4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후 첫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일부에서 주장하는 방송 장악은 그것을 할 의도도 전혀 없고 법적으로도 불가능하다. 그 문제는 이 자리에서 국민 앞에서 약속드릴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뉴스1

“‘언론 장악 의도 없다’던 朴 대통령 약속은 거짓말”

언론노조 MBC본부(위원장 조능희, 이하 MBC본부)도 이번 방문진 새 이사 선임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또한 극우·보수적 색채가 더욱 진해졌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MBC본부는 고영주, 김광동, 김원배 이사에 대해 “공영방송 MBC의 몰락 과정에서 배임범 김재철을 앞장서 옹호하며, 경영진의 위법 경영, 배임경영엔 눈 감아왔던 인물들”이라며 “이들이 다시 방문진 이사에 선임됐다는 건 방통위가 공영방송에 대한 기본적인 철학도 갖고 있지 않음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며, 현 정부와 여당 역시 방문진 이사 추천에 있어 공영성과 공정성에 대한 고려보다는 오로지 ‘방송 장악’의 차원에서 접근했다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MBC본부는 “새 방문진 이사들이 방문진을 기존과는 다른, 공영방송에 대한 제대로 된 관리감독 기구로 거듭나게 하는데 자신들의 책임을 다할 것을 요구한다”며 “노동조합 역시 새 이사진들의 활동을 더욱더 꼼꼼히 지켜보며 감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민사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번 이사 선임결과가 총·대선에서 공영방송을 활용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대국민 선전포고라는 것이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논평을 통해 “박근혜 정권은 언론시민사회의 공영방송 정상화 염원을 짓밟고 방송장악을 선택했다”며 “‘언론을 장악할 의도도 전혀 없고 불가능하다. 국민 앞에 약속드릴 수 있다’고 공언한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고 비판했다.

언론연대는 “지배구조개선 요구는 묵살한 채 오늘 공영방송 파괴에 앞장섰던 최악의 인사들을, 전례 없이 3연임까지 마다하지 않고 재선임 했고, 이런 부적격 인사들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무한신뢰’는 지난 대선 공약이 대국민 사기극이었음을 스스로 입증한 것”이라며 “박근혜 정권은 방송장악 시도를 당장 멈춰라. 국민을 향한 거짓말, 대국민 사기극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도 14일 논평을 내고 “이번 공영방송 이사 선임은 이 정권이 얼마나 공영방송 장악에 혈안이 되어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며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KBS와 MBC를 정권의 의지로 조종하는 데 앞장선 주구들을 공신이랍시고 붙박이로 이사로 연임시켜놓으면 공영방송이 계속 자기들 손아귀에서 놀아나리라 기대하면 오산이다. 우리는 국민의 힘으로 공영방송을 반드시 되찾아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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