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단체 “SBS, 대주주 밀어주기 방송 중단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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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단체 “SBS, 대주주 밀어주기 방송 중단 촉구”
SBS, 태영 자회사 ‘인제 스피디움’ 소재 프로그램 다수 편성
  • 최영주 기자
  • 승인 2015.08.19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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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사장 이웅모)가 SBS미디어홀딩스의 대주주인 태영건설의 주요 사업을 방송 프로그램 등을 통해 띄우고 있다는 의혹이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언론·시민단체가 해당 프로그램의 방송제작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SBS는 대주주 태영건설의 계열사인 인제 스피디움 매니지먼트에서 관리하는 자동차 테마파크 인제 스피디움을 무대로 펼쳐지는 서바이벌 드라이버 오디션 프로그램 <더 랠리스트>를 오는 10월 10일 첫 방송할 예정이다. <더 랠리스트>는 SBS미디어넷이 방송 제작을 맡고 있으며 SBS가 편성을 맡는다. 또 인제 스피디움을 배경으로 한 레이싱 관련 예능 프로그램 <더 슈퍼 레이서>도 SBS 예능국에서 자체 제작으로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SBS의 인제 스피디움 띄우기 조짐은 올해 상반기부터 있었다. 지난 5월 7일 SBS <모닝와이드> ‘블랙박스로 본 세상’ 코너에서는 인제 스피디움을 배경으로 블랙박스 영상을 통해 교통사고 과실비율을 산정하는 내용을 방송하면서 멘트 및 자막 등으로 인제 스피디움에 대해서 상세히 소개하는 내용을 방송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행정지도인 ‘권고’를 조치했다.

또 SBS 인기 프로그램에도 인제 스피디움이 여러 차례 등장했다. 지난 6월 7일 방송된 <런닝맨>은 인제 스피디움을 배경으로 진행됐으며, 지난 7일에는 SBS 파워FM <두시탈출 컬투쇼>의 특집 공개방송이 인제 스피디움에서 진행됐다.

▲ 오는 10월 방송 예정인 SBS 서바이벌 드라이버 오디션 프로그램 <더 랠리스트> 이벤트 내용. ⓒ<더 랠리스트> 공식홈페이지

민언련 “‘더 랠리스트’, 방송이 사주 이익을 위해 이요될 수 있음을 보여준 상황”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지난 18일 논평을 내고 “지금 SBS에서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는 허울뿐이며 SBS는 필요할 때 얼마든지 사주 개인의 이익을 위한 홍보도구로 이용될 수 있음을 명백하게 보여주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언련이 지적한 것처럼 문제는 다수의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대주주 계열사와 관련한 사업을 SBS가 방송하면서 대대적인 홍보 효과를 견인한다는 점이다.

인제 스피디움은 SBS미디어홀딩스의 대주주인 태영건설을 비롯해 포스코ICT, 코리아레이싱페스티벌 등이 1863억원을 투자해 지난 2013년 5월 25일 개장한 자동차 테마파크다. 그러나 운영권을 둘러싼 갈등은 물론 계속되는 적자 등으로 투자자들의 막대한 손해를 끼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인제 스피디움 매니지먼트의 자기자본은 -28억 2621만원으로 자본잠식 상태에 놓여 있다. 민간투자법상 특수목적법인인 인제 스피디움의 자산관리를 위해 설립된 회사가 태영건설이 100% 출자한 자회사 인제 스피디움 매니지먼트다.

SBS의 지주회사이자 대주주는 SBS미디어홀딩스로 SBS의 주식 34.72%를 소유하고 있다. 이 같은 SBS미디어홀딩스의 주식 61.22%를 소유하고 있는 최대주주가 바로 태영건설이다. 태영건설은 인제 스피디움 정상화를 위해 적극 개입하고 있다. 인제 스피디움은 올 초 이자율 6.9%에 3년 거치 후 일시상환 조건으로 태영건설로부터 22억원의 자금차입을 받았다.

안팎의 의혹 제기에 대해 SBS 홍보실 관계자는 “노조에서 문제제기 한 것과 관련해서 우리가 프로그램을 최우선적으로 생각을 해서 요즘 트렌드도 반영하고 기획을 하다 보니 그런 프로그램이 기획이 됐고, 그걸 제작하려다 보니 인제 스피디움에서 제작을 하게 된 것”이라며 “특혜나 이런 것 보다는 SBS가 프로그램의 경쟁력과 트렌드를 최우선으로 생각해서 제작하다보니 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민언련은 “이건 누가 봐도 태영건설 살리기에 SBS가 동원된 모양새이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도 유분수지, 시청자 우롱이 도를 넘고 있다”며 “SBS라는 지상파 채널은 ‘SBS미디어홀딩스’나 그 대주주인 태영건설의 소유가 아니라 시청자와 국민의 자산임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태영건설의 ‘인제스피디움’ 홍보 계획은 즉각 철회되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 사진 위는 지난 6월 7일 방송된 SBS <런닝맨>, 사진 아래는 지난 5월 7일 방송된 <모닝와이드>. ⓒ화면캡처

언론연대・언론노조 “시청자에게 사과하고 프로그램 폐기해야 해”

앞서 언론개혁시민연대(이하 언론연대)도 지난 14일 논평을 통해 해당 프로그램을 즉각 폐기할 것을 촉구했다.

언론연대는 “SBS 구성원들은 오랜 시간 족벌 오너 체제의 상업방송이라는 사회적 편견과 싸워왔다. SBS를 신뢰받는 방송사로 만들기 위해 피땀을 흘려왔다”며 “대주주의 편성개입은 이 모든 노력과 성과를 한 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인제스피디움을 살리려다 SBS가 죽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언론연대는 “문제의 핵심은 방송사유화다. 그리고 이를 관철하기 위하여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방송을 사유화하고 부당하게 편성에 개입한 것에 대해 시청자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언론노조(위원장 김환균, 이하 언론노조)도 지난 13일 낸 성명에서 지상파 방송은 공유 전파자원을 활용하는 ‘공공재’임을 강조하며 이번 프로그램 편성이 시청자의 신뢰를 저버린 행동이자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 보장이란 기본 원칙을 잊은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대주주와 직접 관련된 프로그램의 편성과 제작은 배제하라”며 “우리는 2004년 SBS가 대주주의 전횡으로 재허가 거부에 직면했던 일을 기억한다. SBS는 현명하게 처신하여 또 재허가를 거부당하는 일이 없기를 엄중히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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