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제보자의 ‘롤모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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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제보자’ 류영준 교수, 탐사저널리즘 진단 토론회서 제보 어려운 언론 시스템 지적

“제보자들이 입을 열 수 있도록 언론인들이 강한 버팀목이 되어 주길 바랍니다.”

영화 ‘제보자’의 실제인물이자 황우석 박사 줄기세포 논문 조작사건의 제보자인 류영준 강원대 의과대학 교수가 제보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한국 언론 현실에 대해 입을 열었다.

▲ 류영준 강원대 의과대학 교수. ⓒPD저널

류 교수는 2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탐사저널리즘의 현재와 미래’ 토론회에 참석해 “진실이 드러나기 힘든 상황”이라고 한국 언론의 상태를 진단했다.

류 교수는 지난 2005년 MBC <PD수첩>에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사건을 최초로 제보한 바 있다. 이번 토론회는 류 교수의 제보가 발단이 된 MBC <PD수첩>의 줄기세포 연구사기 보도 10주년을 맞이해 마련된 자리였다.

류 교수는 “당시 황우석 박사는 한국사회에서 강력한 힘과 권력, 네트워크를 갖고 있었다”라며 “대부분의 언론사에서 고위관료부터 말단 기자까지 모두 이와 연결되어 있었기에 설사 제보를 하더라도 중간에 꺾일 상황이었다”라고 제보 당시를 회상했다. 한국의 언론이 내외부에 존재하는 권력으로 인해 진실을 말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2005년 5월 <PD수첩> 특집방송에서 당시 CP였던 최승호 PD가 “우리가 능력이 없어서 진실을 전달하지 못한 경우는 있을지 몰라도 외압에 의해 전달하지 못한 경우는 없다”라고 클로징 멘트를 하는 것을 보고 류 교수는 제보를 결심했다. 그 후 쉽지 않은 과정을 겪어야 했으나 그럼에도 그는 스스로를 “천운”이라고 말했다.

“그간 우리나라 제보자 중에 저 같은 케이스는 하나도 없습니다. 자살한 분부터 정신질환을 앓게 된 분들까지, 대부분의 제보자들이 너무나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제보자의 롤모델’로 저를 내세우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 2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탐사저널리즘의 현재와 미래’ 토론회가 열렸다. ⓒPD저널

류 교수는 진실을 알린 수많은 보도 뒤에는 숨은 제보자들이 있지만, 우리나라 언론은 제보자가 나올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지 못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진실의 문을 열 수 있는 제보자들이 믿고 언론인을 찾아올 수 있어야 하는데 현 시스템으로는 그 분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역부족”이라며 “제보가 있으려면 언론인들이 그만큼 당당하고 강력하게 견뎌주어야 하는데 시스템이 받쳐주질 못하니, 그것을 보완이라도 할 수 있도록 개인적 역량을 발휘하길 부탁한다”라고 당부했다.

류 교수는 “언론환경은 내가 제보하던 당시나 지금이나 똑같이 어렵고 엄혹하다”라며 “진실이 드러나기에는 힘든 상황이지만 그것을 뚫을 수 있는 언론인들의 활동은 늘 유효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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