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의 노골적 통제, 탐사 저널리즘 위기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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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연합회·언론정보학회 공동주최 세미나···탐사 저널리즘의 현재와 미래 모색

▲ 2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탐사저널리즘의 현재와 미래’ 토론회가 열렸다. ⓒPD저널

위기에 놓인 탐사 저널리즘의 미래를 모색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지난 2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탐사저널리즘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한 토론회가 한국PD연합회와 한국언론정보학회 주최로 진행됐다. 이번 토론회는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1000회와 MBC <PD수첩> ‘줄기세포 연구사기’ 보도 10주년을 앞두고 마련돼 의미를 더했다.

박건식 한국PD연합회장은 “저널리즘이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공영방송이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이 문제를 한 번 다루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다”라며 “앞으로 우리 저널리즘이 어떤 길로 가야할지 모색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토론회 마련 취지를 전했다.

이번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은 위축된 한국 방송 저널리즘의 현실을 짚어보는 한편 앞으로의 돌파구를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원용진 서강대 교수는 발제에서 “한국은 2015년 국경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세계 언론자유 지수에서 60위의 성적표를 받았다”라며 “언론자유 지수가 하락하는 상황 속에서 한국의 탐사 저널리즘은 크게 후퇴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2007년 이명박 정부 등장 이후 방송에 대한 정권의 노골적 통제와 개입이 한국 방송 저널리즘을 심각하게 위축시켰다는 분석이다.

홍성일 서강대 강사도 “더 이상 탐사 저널리즘의 중심에 PD 저널리즘이 자리잡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특히 최근 방송 목록을 일별하면 정치적 이슈보다는 사회와 생활 이슈에 집중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 같은 현상은 탐사 저널리즘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하락시켰고, 지난 6월 KBS <추적60분>이 1.1%라는 낮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KBS PD 출신인 장해랑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는 이사회와 경영진 등 내부프레임과 방송통신심의 구조 및 보수언론, 종편 등 외부프레임이 교묘하게 맞물려 탐사 저널리즘을 압박하고 있다고 보았다. 장 교수는 “제작자를 둘러싼 구조가 고착화 되어가고 있는데 그 압박이 상상 이상으로 심하다”라며 “지금의 이 제작 환경이 PD를 비롯한 제작자들에게는 전쟁같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구조를 깨지 않으면 탐사 프로그램이 존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탐사 프로그램을 가로막는 구조 타파 △뉴미디어와의 결합 등 새로운 시도를 통한 역량 강화 등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 지난 2005년 MBC 의 황우석 박사 줄기세포 논문 조작사건 보도 당시 CP를 맡았던 최승호 <뉴스타파> 앵커가 토론에 참여하고 있다. ⓒPD저널

최승호 <뉴스타파> 앵커는 “강력했던 PD저널리즘이 퇴조하게 된 배경에는 공영방송 지배구조가 있다”라며 “<뉴스타파> 등이 새로운 탐사 저널리즘 시대에 맞게 해야 할 역할이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지배구조 개선 등 구조적 변화를 통해 공영방송을 살려내려는 노력이 절실하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PD저널리즘의 ‘불공정 프레임’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홍 강사는 “2004년 방송위원회가 한국언론학회에 의뢰한 ‘대통령 탄핵관련 TV방송 내용분석 보고서’에서 공정성 프레임이 등장한 이후, 사회적 파장을 낳은 TV 탐사 저널리즘에는 늘 불공정의 혐의가 씌워졌다”라며 “물론 공정성은 언론의 중요한 기본원칙이지만 이런 프레임이 특정 시기에 반복적으로 되풀이되면서 규범화된 것에 대한 맥락적 설명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PD저널리즘을 견제하기 위한 방편으로 공정성 프레임이 부각되었다고 분석했다. 또한 과거에는 제작 자율성을 보장받기 위한 방어기제로 작동했던 ‘공정성’이 지난 10년 사이 뉴스 제작 기술, 내부의 규제 개념으로 변화하면서 외부에 종속되는 역설적 결과를 낳았다고 평가했다. 언론인을 움츠러들게 만드는 공정성 프레임의 과잉은 결국 사회적 파장을 낳을 탐사 저널리즘을 기피하게 하는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한편 굵직한 특종이나 단독 등 중요한 보도들 상당수가 제보에 의해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제보자들이 믿고 진실을 알릴 수 있도록 언론인들이 더 노력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2005년 MBC <PD수첩>에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사건을 제보했던 류영준 강원대 의과대학 교수는 “한국 언론은 제보자가 나오기 어려운 환경에 있다”라며 “제보자가 믿고 찾아올 수 있도록 언론인들이 당당하고 강한 버팀목이 되어주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정철원 SBS <그것이 알고싶다> 팀장도 “방송 제작 과정에서 제보자의 도움으로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었던 경험이 많이 있었다”라며 “류영준 교수 같은 제보자들이 많이 찾아와주는, 믿고 제보할 수 있는 방송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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