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의 매력, 인간에 대한 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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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찾아 방한한 멕시코 연속극 ‘텔레노벨라’ 거장, 후안 오소리오 감독 초청 강연

▲ 후안 오소리오 감독이 강연하는 모습 ⓒ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에 '일일연속극'이 있다면 중남미에는 '텔레노벨라(Telenovela)'가 있다. 텔레노벨라는 직역하면 '텔레비전 소설'이라는 뜻으로 중남미 국가에서 제작되는 일일 연속극이다. 멕시코 최대 미디어 그룹 'Televisa' 에서 30년 이상 텔레노벨라를 제작한 후안 오소리오 오르티스(Juan Osorio Ortiz) 감독은 텔레노벨라계의 베테랑이다. 그런 그가 '자발적으로' 한국을 찾았다. 한국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시청한 후 한국드라마의 매력에 흠뻑 빠졌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 드라마의 제작 현장과 시스템을 직접 확인하고자 자신과 함께 일하는 제작진과 함께 지난 17일 방한했다.

24일 서울 이화동 콘텐츠코리아 랩10층 컨퍼런스룸에서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주최로 열린 '콘텐츠 인사이트'에서 후안 오소리오 감독은 자신의 작품세계와 한국 드라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후안 감독은 "우선 아름다운 한국에 온 것이 영광이고 중남미에서 먼 한국까지 오기로 한 제 결정은 훌륭한 선택이었다"며 "한국 방문은 제가 더 큰 꿈을 꾸게 만들었고, 차기작 '사랑의 꿈'도 내년 5월 한국에서 로케이션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아름다운 건축물과 사람들, 풍경을 차기작에 담을 수 있다는 걸 기쁘게 생각하며, (촬영에 있어) 언어적 장벽이 존재하지만 장벽이 없는 것이 있다면 바로 감정 표현, 마음"이라며 한국 로케이션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했다. 후안 감독은 멕시코로 돌아가면 중남미 언론사를 비롯한 40여개의 주요 신문방송사 앞에서 차기작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후안 감독은 한국과 한국 드라마의 특징으로 "상호존경과 존중"을 꼽았다. 후안 감독은 "한국은 안전한 나라이고 한국 드라마에는 전혀 폭력적인 콘텐츠가 없다"며 "(한국드라마에는) 인간에 대한 존경과 존중심이 중요한 요소인데, 이런 예(禮)를 중남미에 가져가고 싶다"며 향후 콘텐츠 제작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후안 감독은 제작자로서 가진 사회적 책임감도 드러냈다. 후안 감독은 "미디어는 드라마든 뉴스든 큰 책임감을 가지고 일해야 한다"며 "특히 멜로드라마의 제작자로서 가정의 한 부분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부모님들의 신뢰를 얻어야 할 뿐만 아니라 젊은이들의 호응을 얻어야 한다. 이것이 중남미와 한국 드라마가 가진 공통적인 부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PD로서의 의무는 한국문화를 융합한 콘텐츠를 개발해 중남미 시장에 내보내는 것"이라며 "한국의 모습이 차기작에 실리도록 해 한국 사람들은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걸 멕시코인이 알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 후안 오소리오 감독(중간)이 김민식 MBC PD(왼쪽)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PD저널

후안 감독의 강연에 이어 MBC드라마 <여왕의 꽃>과 <내조의 여왕>을 연출한 김민식 PD가 패널로 참여하는 토크콘서트가 열렸다.

후안 감독은 남미에서 처음으로 크게 성공한 한국 드라마 <내조의 여왕>에 대해 "이 드라마는 매우 프로페셔널한 기술이 잘 삽입되어 있으며, 한국의 가치관을 잘 담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드라마의 주요 내용으로 아내가 남편의 성공을 위해 전방위로 노력하는 모습이 남미의 정서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멕시코 여성도 한국 여성처럼 가족을 위해 노력합니다. 서로 존중한다는 점과 자녀교육을 중요시한다는 점이 가정의 본질이 아닐까요. 또 가정 밖의 이미지도 신경을 써야 하구요. (밖에서) 하면 안 되는 터부가 있기도 하고. 이런 점에서 (한국드라마가 멕시코의 현실과) 공유되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민식 PD는 <내조의 여왕>이 쿠바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비결로 '재미'와 '공감능력'를 꼽았다.

"솔직히 해외에서 잘나가는 드라마는 한국에서도 성공한 드라마입니다. 한국에서 시청률 잘 나오는 드라마는 결국 제작자가 재미있어 만든 것인데, 제작할 때 제 자세는 딱 하나에요. ‘나는 어떤 얘기를 좋아하고 어떤 얘기를 할 때 가장 신나는가’를 생각하는 거예요. 남미 진출을 염두해 기획을 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웃음). 물론 개인이 재밌는 게 사회적으로 통용되려면 사람들과 공감하는 능력도 갖춰야 하구요."

젊은 시청자 확보는 한국뿐만 아니라 멕시코 방송에서도 화두였다. 김PD는 "후안 감독의 대표적인 작품인 <나의 마음은 네 것(Mi corazón es tuyo)>은 나이 든 사람들의 사랑얘기와 아이들의 얘기도 함께 다뤄 온 가족이 둘러볼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었다"며 "멕시코 방송국도 줄어드는 젊은 시청률을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후안 감독도 "젊은 사람들도 상호교류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어떻게 콘텐츠에 참여하고 일원이 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건 PD의 역할"이라고 답했다.

지상파 시청률 28%를 기록하며 방송된 2014년작 <나의 마음은 네 것>은 멕시코에서 가족드라마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2015년 제 32회 텔레노벨라상(Premios TVyNovela) 시상식에서 최고의 텔레노벨라상 수상했다.

17일 방한한 이후 줄곧 빽빽한 일정을 소화한 후안 감독에 대해 김PD는 "후안 감독은 덕력을 가지고 한국에 온 것"이라며 "역시 창작자는 열정으로 달리는 것 같다. '열정페이'라고 해서 열정이 사람을 착취하는 수단인 것처럼 묘사되지만 창작자에게는 열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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