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자 개인의 이야기, 다큐 소재의 주요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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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자 개인의 이야기, 다큐 소재의 주요 흐름”
12회 EIDF를 맞아 방한한 앨리 덕스 EIDF 심사위원장 공식 인터뷰
  • 최선우 기자
  • 승인 2015.08.26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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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에 비해 출품작들이 다양해졌다. 작품의 셀렉션(선택지)이 크게 확장된 만큼 담론의 폭도 한층 더 넓어졌을 것이다. 작품과 관객 간의 소통을 활발히 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지난 24일 개막한 제 12회 EBS국제다큐영화제(이하 EIDF 2015)의 심사위원장을 맡은 앨리 덕스는 올해 EIDF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앨리는 “그 어떤 때보다도 다큐멘터리의 내용, 플랫폼, 콘텐츠가 가장 풍부한 시대다. 다큐멘터리의 역할 역시 점점 다양해지고 빠르게 변화하는 중”이라고 다큐멘터리의 현재를 진단했다.

이어 인터렉티브(Interactive) 다큐멘터리나 가상현실(Virtual Reality) 다큐멘터리 등 형식적인 파격을 시도한 사례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그는 <뉴욕타임즈>가 게시한 3분 길이의 짧은 ‘팝업 다큐’를 대표적인 예로 들며 “다큐멘터리의 길이는 짧아지는 반면 스마트폰을 통해 누구든, 언제 어디서나 다큐멘터리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다양성과 개방성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2005년 제2회 EIDF에도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한 앨리 덕스는 네덜란드의 페스티콘 영화제 (Festikon Film & Video Festival in the Netherlands)의 코디네이터 출신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제인 암스테르담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IDFA)를 1988년에 설립했다. 그 후 매년 IDFA 집행위원장을 맡아 IDFA의 경쟁부문 작품들을 직접 선정해왔다. 선댄스영화제와 크라쿠프영화제 등 여러 영화제의 심사위원을 지냈고, 다큐멘터리 분야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1년 핫독스영화제의 독모굴상을 받은 바 있다.

앨리는 기자간담회가 열린 1시간 동안 ‘소통’과 ‘경험의 공유’ 대해 여러 번 강조했다. 이는 EIDF 2015의 슬로건인 ‘세상과 통하다(Connecting With the World)’과도 일맥상통한다. 나날이 파편화 되어 가는 현대 사회에서 다양한 삶만큼이나 다양한 다큐멘터리를 통해 고립된 개인의 삶이 아니라 다양한 삶과 가치관이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어가자는 의미를 이번 슬로건은 담고 있다.

나의 이야기에서 우리의 이야기로

앨리 덕스가 가장 주목한 다큐의 흐름은 ‘개인의 이야기(Small Talk)’다. “최근 들어 개인적이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소재로 하는 다큐멘터리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제작자 개인의 경험과 독특한 관점의 중요도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작년 이후 세계의 대표적인 다큐멘터리 영화제들에서 부각된 영화들은 실버세대의 문제, 고독의 문제 등 현대인의 일상 속에서 부각되는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다큐멘터리가 전 세계인의 다양한 생활상의 이슈를 제기하는 방향으로 이동하는 최신 흐름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었다. 개인적 층위의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이야기와 관점 역시 다양해지기 때문이다. 관객과 감독은 작품을 매개로 서로 다른 차이를 인정하는 경험을 하는데, 그는 “다름을 인정한다는 건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말의 동의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앨리는 개인적이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역시 개인적 수준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층위의 시의성 있는 메시지까지 확장하고 있다고 보고 있었다.

예컨대 EIDF 2015 상영작 <드론>은 드론 엔지니어 개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만 궁극적으로 영화를 본 관객은 전쟁과 인간애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질 수 있다. 영화는 기술자 개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관객에게 ‘전쟁과 평화’라는 근원적 질문을 던진 셈이다. 그는 “같은 현실을 보지만 개인마다 관점과 의견이 다르듯 작품을 본 관객들이 저마다 생각한 바를 최대한 많이 이야기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작품이 진짜 좋은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관객과 소통하고 교감하는 게 다큐의 역할

이어 그는 “우리는 내 생각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과 관점을 보고 싶을 때 다큐를 본다. 다큐의 역할은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사람들 간의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라며 다큐를 통한 담론 형성을 가능하게 만드는 요소로 역시 ‘소통’을 꼽았다. 작품 속 메시지의 전달은 관객과 작품이 교감하고 활발하게 소통할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양한 내용의 다큐를 통해 최대한 많은 이들이 자신의 감정이나 이질적인 문화를 공유하고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다큐가 다양한 이야기의 장이 되어야 한다”고 다큐멘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도 제시했다.

경쟁 부문인 ‘페스티벌 초이스’의 심사를 맡은 그가 작품 심사 기준에서도 '균형'을 강조하며 ‘소통’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작품과 관객들이 활발하게 대화하기 위해서는 내용과 형식 간의 사이의 균형에 대한 고민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형식에 치우치면 내용이 부실해지거나 반대로 콘텐츠가 아무리 좋아도 그것을 담아내는 틀이 부적절하면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실패하기 때문이다. 그는 “뛰어난 영상미나 형식에서의 실험적인 시도 역시 높이 살 만하지만 과연 작품이 사회에 어떤 담론을 제시하고 관객과 소통하려 하는지의 여부가 (작품을 볼 때) 좀 더 눈 여겨 보는 부분” 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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