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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보고 읽는' 라디오의 시대

또 하나의 채널 KBS 라디오 홈페이지 최선우 기자l승인2015.09.01 11:4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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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KBS CoolFM <유지원의 옥탑방 라디오>에는 내가 좋아하는 가수 혁오가 나왔다는데 2시간을 다시듣기 하려니 너무 길다. 듣고 싶은 부분만 잘라 편집해 놓은 라이브 영상을 다시 볼 순 없는 걸까?”

“대중문화평론가가 KBS1라디오 <문화공감>에서 설명해 준 ‘SWAG’에 대한 내용을 다시 듣고 지인들과 공유하고 싶은데 원하는 부분만 따로 편집해 개인 SNS(소셜네트워크)로 퍼갈 수 있었으면…”

지난 6월 대대적인 개편에 성공한 KBS라디오 홈페이지(http://www.kbs.co.kr/radio)에서는 이 모든 것이 가능하다. 기존의 홈페이지가 각각의 프로그램 별 페이지를 모아두거나 개편 소식을 전달하는 식의 보조적 역할을 했다면 개편 후의 웹페이지는 모바일 시대 사용자가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개편 후 눈에 띄게 접속자 수가 급증했고 시대의 흐름에 빠르게 발맞추려는 라디오의 고민이 오롯이 담겨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KBS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 모바일 화면에서 본 KBS 라디오 홈페이지 큐브. ⓒKBS

KBS는 홈페이지를 먼저 ‘스토리’ ‘뮤직’ ‘쇼’라는 세 개의 큰 카테고리로 구분했다. 큐브는 핀터레스트의 피드와 같은 네모난 모양의 틀이다. 큐브 틀 하나에 하나의 기사 혹은 영상, 사진 등 하나의 콘텐츠를 담았다. 스토리에는 라디오에서 들려 준 이야기, 뮤직에는 선곡된 음악, 쇼에는 DJ와 게스트의 영상을 각각 담았다.

큐브 속 콘텐츠를 전달하는 형식도 다양하다. 다시듣기를 포함하는 기사, 동영상, 사진, 카드뉴스 중 내용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형식을 골라 편집했다. 가령 조선의 ‘커피’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큐브는 읽기 쉬운 기사로, 치즈의 종류에 대한 큐브는 사진을 강조한 카드뉴스로 시각화해 보여주는 식이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라디오 내용을 글로 재구성한 스토리 큐브다. 라디오 방송을 주제 별로 편집해 하나의 기사로 만들었다. ‘보고 읽는 라디오’를 실제로 구현한 셈이다. 언뜻 보면 하나의 짧은 기사처럼 보이지만 모두 KBS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방송된 콘텐츠다. 글과 함께 큐브 상단에는 라디오 방송 편집본을 다시 들을 수 있도록 파일을 첨부했다.

라디오의 고민에서 시작한 변화

이 같은 변화는 점점 낮아지는 청취율에 대한 KBS 라디오 PD들의 고민에서 시작됐다. ‘왜 사람들은 라디오를 더 이상 듣지 않는 걸까?’에 대한 물음부터 ‘KBS라디오가 청취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순 없는 걸까?’라는 물음까지. PD들은 본방을 놓친 사람들이 대부분 방송을 ‘다시듣기’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2시간의 방송을 듣기에는 시간적 여유가 없는데다가 점점 빨라지는 모바일 환경에서 방송은 싫증을 느끼기에 충분히 길다는 결론이 나왔다.

▲ 방송 내용을 기사 글로 재구성한 스토리 큐브. ⓒKBS

새로운 형태의 홈페이지 오픈을 위해 KBS는 작년 12월 직제개편을 했다. 라디오 센터 내 디지털서비스팀을 통합 신설하며 본격적으로 인력을 충원한 것이다. 그 결과 KBS 미디어, 라디오 편성기획부, 플랫폼 개발부 등 과거에는 각각의 부서였던 이들이 하나의 팀으로,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게 됐다. 전문 인력들이 한데 모여 ‘새로운 라디오 홈페이지 구축’이라는 목표를 갖자 업무 효율성도 높아졌다. 라디오 편성기획부 내 디지털서비스팀 이진희 PD는 “문제가 생기면 바로 얼굴을 보고 처리하고 아이디어 회의도 전보다 자주 갖게 됐다.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해 좀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서비스팀은 청취자가 방송 중 듣고 싶은 부분만 골라내거나 검색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채널이 아닌 주제 별로 방송을 분류해 조각내보기로 했다. 사용자 친화적인 ‘큐레이션’ 전략이 라디오 청취율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KBS 라디오를 통틀어 7개의 채널 내 백여 개의 프로그램에서 방송된 분량이 방대하다는 점이 문제였다. 주제를 간추리고 간추려 세 가지(스토리-뮤직-쇼)로 압축해내는 데 성공했다. 매일 방송 전수조사와 모니터링을 거쳐 기사가 될 만한 ‘에버그린 콘텐츠’(시간이 지나도 계속해서 읽히거나 유용성이 있는 콘텐츠)들을 뽑아냈다. 분류된 음성 파일은 하나의 기사가 되기에 충분했다. 이를 메타데이터를 이용해 재가공한 뒤 주제어를 태그 형식으로 큐브마다 달아놔 검색과 사용자 노출도 쉽게 했다.

라디오 홈페이지를 넘어 하나의 채널로

단순히 방송에 나왔던 내용들을 재가공해 큐레이션하는 서비스를 넘어 홈페이지가 어엿한 하나의 ‘채널’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노력 역시 하고 있다. 4명의 편집 에디터 외에 50명 정도의 다양한 필진(스토리텔러)이 큐브에 담을 콘텐츠 생산에 적극 참여하기 때문이다. 라디오 PD와 작가도 이에 포함되어 있다. ‘뭔가 잘 안풀리는 라디오 PD의 일기’를 연재하는 스토리텔러 김홍범은 <메이비의 볼륨을 높여요> 등을 연출한 라디오PD로 지금은 제1라디오 <생방송 오늘>을 연출하고 있다.

이밖에도 게스트로 출연하는 클래식 전문가, 요리연구가 등 게스트에게 각자의 전문 분야에 대한 원고를 받기도 한다. 기사는 편집 에디터들의 손을 거쳐 ‘큐브’로 구성, 배치되고 카카오톡,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한 공유도 가능하다. 각각의 큐브는 스마트폰 기종에 상관없이 사용자가 보기 가장 편한 형태로 구현되는 ‘반응형’을 선택했다. 모바일 접속이 점점 증가하는 추세를 반영해 모바일 웹 환경에 맞춰 최적화한 것이다.

▲ 'MUSIC'탭에서는 가수의 라이브 영상 편집본도 다시 볼 수 있다. ⓒKBS

덧붙여 이진희 PD는 제작 일선에서부터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콘텐츠 유통 방법까지 고민하는 ‘풀뿌리 방식’이 점점 중요해질 것이라고 봤다. 과거에는 프로듀서가 프로그램 제작만을 고민하고 담당했다면 그는 현재를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 방송 후에도 방송 내용이 어떻게 쓸모 있게 가공되고 포장돼 듣는 사람들에게 친절하 고 편하게 다가갈지 생각해야 하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최선우 기자  frankie@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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