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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블랙아웃’이 필요하다 말하는 까닭은?

[미디어리포트] 반복하는 지상파-유료방송 재송신 분쟁, 실종된 시청자의 권익 김세옥 기자l승인2015.09.07 22:4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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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의 이익을 최우선에 두고 ‘블랙아웃’을 막아야 한다고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보면 (차라리) ‘블랙아웃’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남표 MBC 전문연구위원은 지난 4일 ‘방송 생태계의 선순환을 위한 콘텐츠-플랫폼의 합리적 거래 방안’을 주제로 한국언론학회에서 주최한 전문가 토론회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이종관 미디어미래연구소 기획실장도 “블랙아웃을 해야 한다는 이남표 위원의 말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케이블(종합유선방송·SO) 등 유료방송의 지상파 방송 재송신 중단으로 TV 수상기에 검은 화면만 나오는 블랙아웃. 유료방송으로 지상파 채널을 보는 시청자들의 불편을 이유로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재승인에서의 불이익 등을 거론하며 방송 재개를 강제할 만큼, 블랙아웃은 시청자들의 피해가 분명한 사안이다. 그런데 이런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방송 연구자들이 왜 블랙아웃의 필요성을 말하고 있는 걸까.

▲ 최근 MBC는 KT에서 <무한도전> 등 자사 VoD 콘텐츠를 임의로 사용했다며 경위 설명을 요구하는 한편, KT 측이 이 문제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을 경우 오는 25일 VoD를 빼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지난 5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 ‘배달의 무도’ 편의 한 장면. ⓒMBC 화면캡쳐

지상파 직접수신 제고 관심 없는 정부…호프집 라이터로 전락한 방송

재송신 갈등은 지난 2009년 지상파 방송 3사가 케이블 SO들을 상대로 재송신 대가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본격화됐다. 이 과정에서 2011년엔 케이블에서 의무재송신 채널(KBS1·EBS)을 제외한 지상파의 재송신이 중단되는 블랙아웃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상파 방송의 저작인접권을 인정하는 법원 판결에 따라 유료방송들은 재송신 수수료를 지상파에 내고 있지만, 액수를 놓고 매해 한 두 차례씩 돌아가면서 갈등을 반복하고 있는 상황인 탓에 블랙아웃 사태 재현에 대한 우려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국내 방송 콘텐츠 생산의 대부분을 맡고 있는 지상파와 TV 시청가구의 90% 이상을 가입자로 두고 있는 유료방송이 각각 콘텐츠와 유통이라는 서로의 강점을 앞세워 힘겨루기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토론회의 주제처럼 ‘콘텐츠(지상파)와 플랫폼(SO‧IPTV 등)의 합리적 거래 방안’을 논해야 하는 상황에 이른 배경이다.

여기서 상기해야 하는 부분은 지상파 방송사들은 콘텐츠 사업자인 동시에 플랫폼 사업자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공공재인 전파를 사용하는 만큼 월 2500원의 수신료만 내면 즐길 수 있는 지상파 플랫폼의 경쟁력은 왜 이렇게 낮아진 걸까. 답은 분명하다. 지상파 방송만 이용하는 가구가 전체의 6.7%에 불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상파 직접 수신율 제고를 주요 목표로 설정하고 정부가 2012년 12월 31일 일제히 아날로그 TV 신호를 끄고 디지털 전환에 나서면서 안테나만 설치하면 지상파 디지털 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환경은 조성됐다. 하지만 여전히 지상파 직접수신 비율은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지상파 방송을 직접 수신하면서도 유료방송에도 동시에 가입한 비율까지 합하면 직접수신율이 14%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지만, 정부가 국민에게 디지털 전환을 강요한 결과라고 하기엔 여전히 초라한 수치임에 틀림없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우선 직접수신율 제고에 대한 지상파 방송사들의 노력 부족 문제가 있다. 이종관 기획실장은 “광고가 주 수입원인 지상파 방송에 있어 중요한 건 도달률이었지 직접수신율이 아니었다”고 꼬집었다. 유료방송 재송신을 통해 도달률을 확보한 이상 난시청 해소를 위한 무선국 확충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문제제기다. 하지만 무선국 허가의 권한을 쥐고 있는 곳은 정부다. 게다가 “2000년대 중계유선(RO)의 SO 전환 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요금을 올리지 못하게 제한을 두면서 방송 콘텐츠 저가 구조가 고착화 하면서 지상파 난시청 해소로 직접수신율 개선에 대한 인센티브를 주지 못했다”는 게 이종관 기획실장의 지적이다.

이남표 연구위원은 “지상파 방송이 제대로 못한 문제도 분명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지상파 TV 방송의 디지털 전환을 완료한 국가 중 다채널(MMS) 방송을 도입하지 않은 국가는 사실상 한국이 유일하다”며 정부의 책임을 물었다. 300개 이상의 방송사업자들이 경쟁하고 있는 시장에서 이미 독점적 지위를 상실한 지상파 방송이 대기업의 막대한 자본을 등에 업은 유료방송 사업자들과 경쟁하기 위해선 직접 수신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고 세분화 된 시청자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정부가 MMS 없는 디지털 전환이라는 반쪽 정책으로 유인 요인을 상실케 했다는 문제제기다.

이런 가운데 유료플랫폼, 특히 거대 통신사의 IPTV는 빠르게 성장했다. 지난 8월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유료방송 가입 유형별 미디어 소비 특성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전체 유료방송 가입가구 중 IPTV 가입 가구는 27.7%로 2011년 12.4%과 비교할 때 두 배 이상 늘었다. 2008년 출범 이후 7년 만에 가입 가구 1000만을 넘기며 성장한 IPTV는 콘텐츠 제작보단 이동통신과 집 전화, 초고속인터넷, IPTV, 인터넷 전화 등 여러 상품을 묶어 각각의 서비스에 따로 가입할 때보다 싸게 판매하는 결합상품으로 가입자를 모으는 일에 열중했다.

그리고 이 전략은 효과적이었다. 방송 콘텐츠 제작에 대한 조금의 투자 없이도 통신시장에서의 지배력을 그대로 방송시장으로 끌고 들어온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미정 공공미디어연구소 부소장은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지배력이 높은 시장의 상품을 다른 시장의 상품과 묶어 판매함으로써, 즉 결합상품을 통해 단품으로 두 상품을 이용할 때보다 가격을 낮춤으로써 결국 지배력이 약한 시장에까지 자신의 지배력을 전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부소장은 그러나 이런 전략이 과연 소비자에게 경제적인 것인지, 또 공정한 거래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장지배력이 있는 시장의 상품(통신)의 가격을 인위적으로 올리고 지배력이 약한 시장의 상품(방송)의 가격은 과도하게 할인해 묶어 판다면 이게 과연 싼 것일까. 게다가 결합상품을 이유로 (소비자는) 약정에 얽매이게 된다. 더구나 이런 식이라면 결합할 상품이 많지 않은 사업자는 시장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게 된다. 인터넷과 방송만을 갖고 있는 SO의 상황에서도 이런 현실을 알 수 있다. 콘텐츠와 플랫폼 사업자만이 아닌, 플랫폼 사업자 간의 경쟁이 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살필 필요가 있다.” 말 그대로, 방송은 통신에 포획되고 있는 중인 것이다.

▲ 케이블 방송사들이 지난 2011년 11월 지상파 디지털 방송 재송신을 중단하고 안내 자막을 통해 해당 사실을 가입자들에게 알리고 있는 장면. ⓒ뉴스1

‘페널티’로 블랙아웃 차단에만 급급한 정부

이런 현실에 대해 지난 7월 21일 ‘지상파 방송의 공정한 거래문화 조성방안’을 주제로 공공미디어연구소에서 개최한 토론회에 참석한 한광섭 SBS 기획본부 정책팀 차장은 “방송·통신 결합상품의 규모가 커지면서 방송은 호프집의 라이터 정도밖에 안 되는 상황이 됐다”고 표현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상파 방송들이 선택한 건 콘텐츠 제 값 받기다. 최근 지상파 방송은 케이블TV와 IPTV에 재송신하는 <무한도전>(MBC) 등의 인기 프로그램 VoD(주문형 비디오) 가격을 1000원에서 1500원으로 올렸다. 또 매월 280원 수준의 가입자당 재송신료(CPS)를 430원으로 인상할 것을 주장하며, 지상파 콘텐츠 이용 관련 시스템 제공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MBC와 KT는 무료 VoD 문제로 일촉즉발의 상황에 놓였다. KT가 가입자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VoD를 방송일로부터 1년만 서비스하기로 계약을 맺고도 수년간 계속 서비스를 해왔다며 MBC에서 문제 삼고 나선 것이다. KT는 사업자 간 경쟁 상황에서 기간을 연장할 수밖에 없었으며, 제공기간 추가에 따른 비용을 광고료 배분 등을 통해 모두 지불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MBC는 KT의 VoD 무단 서비스와 관련한 상세 자료를 요구하며 최악의 경우 이달 25일부터 KT IPTV에서 모든 VoD를 빼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와 방통위는 반복하고 있는 지상파와 유료방송 간 대가 산정 문제를 둘러싼 갈등을 해소할 방법을 찾겠다며 관련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사들을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 시장의 자율 기능과 협상의 가능성을 저해한다”(8월 12일 한국방송협회 성명)며 협의체 중단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이종관 기획실장은 재송신 등 콘텐츠 대가 산정과 관련한 작금의 방송 분쟁에 정부가 개입하는 방식의 문제를 이렇게 짚었다. “재송신 등의 문제에서 정부는 사업자 양측을 조정하는 게 아닌 채찍을 사용하는 방식을 택해 왔다. 과징금 등의 매를 드는 방식인 것이다. 그런데 콘텐츠 대가 산정 방식에서 있어 이론적으로 가장 합리적인 건 공정수익 배분 방식이다. 상호 가치 증분에 기여한 부분을 배분받는 것인데, (정부가 개입해 중재하는) 현실을 보면 거의 모두 2분의 1로, 중간점으로 귀결된다. 누가 얼마나 기여를 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인데, 결국 양쪽 모두 불만일 수밖에 없는 결과다. 공정수익 배분 방식을 적용하기 위해선 협상을 얼마만큼 투명하게 만드는가가 중요하다. 현재 지상파와 IPTV 간 발생하고 있는 CPS 분쟁의 핵심 요소 중 하나도 정보공개 부분 아닌가.”

방송 콘텐츠는 일반 제조업과 달리 원가산정 방식으로 가격을 결정하기 어렵다. 창작이라는 무형의 가치가 더해진데다 어느 채널을 통해 노출되는가에 따라 가치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결국 방송 콘텐츠의 가치는 양측의 협상을 통해 결정될 수밖에 없다. 이남표 연구위원은 이런 측면에서 “시청자의 이익을 최우선에 두고 ‘블랙아웃’을 막아야 한다고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보면 (차라리) ‘블랙아웃’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시청자들이 평소 즐기던 방송 콘텐츠를 어떻게 하면 편리하게 볼 수 있을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SO와 IPTV 사업자들은 블랙아웃이 되면 지상파 채널을 볼 수 없게 된다고 하지만, 절대 아니다. (디지털 전환 이후) 현재 지상파 방송 전파 수신비율은 90%에 육박하는 상황으로, 대부분의 가정에서 실내안테나만 두면 깨끗하게 지상파 방송을 시청할 수 있다.”

미국에선 2010년 이후 재송신 분쟁으로 해마다 10여건의 블랙아웃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연방통신위원회(FCC‧한국의 방통위에 해당)는 지상파와 유료방송 간의 재송신 분쟁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한 바 있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다. 블랙아웃 상황이 발생하기 전 시청자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직접수신이나 다른 유료플랫폼을 통해 시청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적극 안내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홍원식 동덕여대 교수(교양학부)는 “정부의 시장 개입을 최소화하며 방송 사업자 간에 일정한 거래 지점이 형성되길 기다리는 것으로, 시장의 기능을 보호하는 동시에 소비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며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7월 21일, 공공미디어연구소 토론회)고 평가했다.

정미정 부소장은 “정부가 블랙아웃 발생 가능성을 전제하고 개입하는 일 자체가 잘못”이라고 말했다. “블랙아웃 가능성을 전제하는 건 정부가 지상파 플랫폼에 대한 어떤 개선책도 고민하지 않고 있음을 반증한다. 이런 상황(재송신 분쟁)이 벌어질 때 정부가 우선적으로 할 일은 협상에 개입해 조율을 하는 게 아닌 지상파 공공플랫폼을 어떻게 살릴 지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는 일이어야 한다.”

▲ KT 올레TV 모바일 홈페이지엔 6월 1일부터 KBS·MBC·SBS·EBS 등이 구성한 콘텐츠연합플랫폼의 요청에 따라 푹(Pooq)에서 제공하는 지상파 서비스에 대한 신규가입이 중단된다는 공지가 올라와 있다. ⓒKT올레 화면캡쳐

선택 가능한 현실의 대안 ‘지상파 알라카르테’일까

반복되는 재송신 갈등 속 방송업계 안팎에선 ‘알라카르테’(A-La-Carte‧여러 채널을 묶어 하나의 서비스로 제공하는 게 아닌 시청자가 원하는 채널에 대해 각각 시청료를 지불하도록 하는 방식)에 대한 얘기가 조금씩 등장하고 있다.

이남표 연구위원도 이날 토론회에서 “필요하면 (유료방송에서) 알라카르테를 하는 것도 고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모바일 IPTV에는 현재 지상파 채널이 빠져 있지 않나. 지상파 채널을 빼고도 가능하면 빼면 되는 거고, 아니면 지상파 채널의 가치에 맞는 대가를 지불하면 될 일이다. 과감하게 푸는 게 해법일 수도 있다.”

그런데 지난 2일 <한국일보> 14면 기사에 따르면 케이블TV 업체들도 지상파 방송 3사와 재송신료 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지상파 방송을 기본 제공 채널에서 제외하고 별도 유료 채널로 제공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심지어 지난 8월 27일 새정치민주연합 우상호‧송호창 의원과 시청자단체들이 공동 개최한 ‘한국방송의 공공서비스 플랫폼 복원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주제 발표를 맡은 한석현 서울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팀장 역시 “기본적인 유료방송 상품군에서 지상파 방송 채널을 제외토록 하고, 유료방송 가입 시 가입상품에 지상파 채널 추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유료방송 시청자의 지상파 채널 선택제, 즉 알라카르테 도입을 제안했다.

다만 한석현 팀장은 지상파 채널의 알라카르테 도입에 대한 제안에 앞서 정부와 지상파 방송으로 하여금 직접수신율 증대에 대한 목표치와 계획을 제시하도록 강제하는 동시에 △공동주택 MATV(공시청 시설) 의무 법제화 △재허가 심사에 반영되는 방송평가에 수신환경 관련 항목 신설 △지상파 MMS 본방송 실시 등을 우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손지윤 미래부 뉴미디어정책과장은 “한석현 팀장 말처럼 판을 뒤집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있지만, 이렇게 채널 선택제를 할 경우 CPS 수익이 빠져 지상파 방송의 상황이 안 좋아질 수 있다”며 “올해 지상파가 CPS로 벌어들인 매출만 해도 1500억원(정확히는 1551억원)에 달하는데, 판을 뒤집는 접근으로 각각의 플레이어(방송사업자)들이 자생할 수 있을 지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말했다.

이에 대해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정책위원은 “(알라카르테를 도입할 경우) CPS 매출을 장담할 수 없는 만큼 지상파 방송사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을 수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현재와 같은 상황을 계속한다면 (정부가) 유료방송을 통해 우회적으로 시청자에게 비용을 지불하게 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측면에서 강혜란 정책위원은 지상파와 유료방송 측에서 저마다 콘텐츠와 플랫폼에서의 경쟁우위를 주장하며 블랙아웃 상황과 알라카르테를 일종의 협상의 도구처럼 제시하는 데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현재 정책과 논의의 문제는 이용자(시청자)가 모든 걸 책임지는 구조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지상파와 유료방송) 양 당사자가 갈등하는 현실과 이에 대한 합의가 어떻게 이뤄지는 지에 대해서만 관심이 있을 뿐, TV에서 모바일로, 유선에서 모바일로 방송 시장이 변화하고 있는 상황 속 이용자들에게 기본서비스를 어떻게 보장할 수 있을 지에 대한 부분은 정부도, 사업자도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

고정형 TV에서 모바일로, 유선에서 무선으로 이른바 스마트 방송 서비스로 변화한다 하더라도 기본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을 놓아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거듭되는 재송신 분쟁 속 블랙아웃을 제도 개선을 위한 정부의 학습 비용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나 알라카르테 방안 도입에 대한 논의에 대해 여전히 찬반 의견이 분분하고 같은 얘기를 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 이유에선 저마다 다른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과 논의의 중심엔 공통으로 자리하고 있는 게 있다. 현재의 정부의 대응으로는 사업자의 자율성도 이용자인 시청자의 이익도 보호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이 지점에서부터 정부가 새롭게 고민을 시작해야 하는 게 아닐까.


김세옥 기자  kso@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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