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승만·박정희 비판 아이템 자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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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아이템 차일피일 미루다 팀장 교체까지···KBS 탐사보도팀, “무엇이 그리 두렵나”

이승만·박정희 정부에 대한 평가가 포함된 탐사보도 아이템을 KBS가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KBS 탐사보도팀은 2013년부터 대한민국 건국 이후 수훈 현황과 문제점에 대해 기획 취재를 준비 중인데 돌연 해당 프로그램을 진두지휘하던 탐사보도팀장이 교체되고 석연치 않은 이유로 편성이 미뤄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8일 오후 KBS <시사기획 창> ‘훈장’ 제작진과 KBS 탐사보도팀 기자들이 공동 명의의 성명을 내고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성명에 따르면, ‘훈장’은 KBS 탐사보도팀이 2013년부터 기획, 취재해오던 아이템으로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훈장을 누가, 왜 받았는지, 문제는 없었는지 등을 다룬 내용이다. 탐사보도팀은 70여만 건의 훈포장 명단을 입수해 취재를 해왔으며, 해당 아이템은 간첩조작사건으로 훈장을 받은 수사관을 다룬 <간첩과 훈장>, 대한민국이 친일행적자와 일제식민통치를 주도한 일본인들에게 훈장을 수여한 사실을 다룬 <친일과 훈장> 등 2부작으로 나갈 예정이었다.

▲ 이승만·박정희 정부에 대한 평가가 포함된 탐사보도 아이템을 KBS가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KBS 본관. ⓒPD저널

그러나 <친일과 훈장>에 친일행적자와 일본인들에게 가장 많은 훈장을 수여한 이승만·박정희 정부 관련 내용이 포함되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훈장’은 6월과 7월에 한 편씩 방송하는 것으로 사실상 방송 일자도 확정됐던 프로그램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민감한 내용이니 내용을 보고 방송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논리가 등장하기 시작했고 결국 차일피일 미뤄지다 방송 목록에서도 사라졌다는 것이다. 특히 ‘이승만 정부 망명요청설’ 보도 이후 7월 초순부터 분위기가 급변했다는 후문이다.

이들은 “5월부터 기획의도와 취재내용이 담긴 기획안을 수차례 전달했고 7월에는 상세한 방송 내용을 알고 싶다고 해 5, 6 페이지 프로그램 요약도 줬다. 그래도 내용을 모르겠다고 해서 30페이지 가원고를 줬더니 이번에는 아예 팀장이 데스크를 본 원고를 요구했다. 그래서 팀장 데스크까지 끝낸 편집용 원고를 지난 주 수요일(9월 2일)에 줬다”라고 밝혔다.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시간을 끌어도 탐사제작부장과 시사제작국장이 요구하는 것을 모두 수용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윗선에서는 두 달 넘게 여전히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한편 해당 아이템을 함께 진행해오던 탐사보도팀장이 어제(9월 7일)부로 교체돼 ‘의도적인 시간 끌기’라는 의혹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훈장’ 제작진과 KBS 탐사보도팀은 “그동안 탐사보도팀장과 취재기자들이 인사이동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라며 “어제 탐사보도팀장이 교체됐고 취재기자들도 곧 인사가 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이어 “이번 취재과정에서 보인 국장과 부장의 태도는 안절부절과 도망다니기였다”라며 “무엇이 그리 두려운가”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탐사보도팀은 진정한 저널리즘을 구현하려는 KBS 기자들의 바람과 응원으로 만들어진 조직”이라며 “더 이상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변명은 하지 말라. 기자들의 열망을 분노로 바꾸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한편 <PD저널>은 이현주 시사제작국장과 김형덕 탐사제작부장의 입장을 듣고자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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