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 아이템 편성 미루는 KBS, ‘이사장 눈치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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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 아이템 편성 미루는 KBS, ‘이사장 눈치보기’?
‘친일과 훈장’ 취재진 전원 타부서로 인사발령···“사측, 시간끌기로 일관”
  • 김연지 기자
  • 승인 2015.09.11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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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친일 관련 프로그램 편성을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해당 아이템을 진행해오던 탐사보도팀장이 교체된 데 이어 취재기자 두 명도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나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 10일 보도본부 탐사보도팀 소속 기자 두 명이 각각 라디오뉴스제작부와 디지털뉴스부로 발령 통보를 받았다. 지난 8일 탐사보도팀 제작진이 사측의 아이템 회피 의혹을 제기한 성명을 발표한지 이틀만이다.

▲ 이승만·박정희 정부에 대한 평가가 포함된 ‘친일’ 관련 탐사보도 아이템을 KBS가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조대현 KBS 사장이 임기 종료를 앞두고 차기 사장 선임에 중요한 키를 쥐고 있는 이사장의 눈치를 보느라 해당 아이템을 미루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뉴스1

탐사보도팀은 대한민국 건국 이후 수훈 현황과 문제점을 다룬 기획취재를 지난 2013년부터 준비해왔다. 당초 해당 아이템은 <시사기획창>을 통해 ‘훈장’ 2부작으로 지난 6월과 7월에 방송될 예정이었으나 계속 미뤄져 사측이 의도적으로 편성을 회피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특히 두 기자의 인사발령은 지난 7일 해당 아이템 편성을 요구하던 탐사보도팀장이 교체 통보를 받은지 3일 만에 이루어져 논란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권오훈, 이하 KBS본부)는 11일 성명을 통해 “탐사보도팀 기자들이 해당 프로그램의 방송 편성을 촉구하는 성명을 내자 사측은 방송 날짜를 확정해주기는커녕 제작진 두 사람을 아예 다른 부서로 인사 발령 내는 폭거를 저지른 것”이라며 “‘훈장’ 아이템을 즉각 방송하라”라고 규탄했다.

이어 “이승만과 박정희 정권 당시 친일행적자와 일제식민통치를 주도한 일본인들에게 대거 훈장을 수여했다는 방송 내용이 그동안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기에 앞장서 온 이인호 이사장과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불편한 것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다음 달 사장 선임을 앞두고 연임에 욕심을 내고 있는 조대현 사장이 차기 사장 선임에 중요한 키를 쥐고 있는 이사장의 눈치를 보느라 ‘훈장’ 아이템이 방송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탐사보도팀 제작진도 ‘훈장’ 2부작 중 하나인 ‘친일과 훈장’에 친일행적자와 일본인들에게 가장 많은 훈장을 수여한 이승만·박정희 정부 관련 내용이 포함되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고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 이승만·박정희 정부에 대한 평가가 포함된 ‘친일’ 관련 탐사보도 아이템을 KBS가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KBS 본관. ⓒPD저널

KBS본부는 “만약 사측이 ‘훈장’ 아이템 방송을 합당한 이유 없이 계속 미룬다면 조 사장의 연임 야욕을 위해 방송을 의도적으로 불방시켰다는 의혹이 사실이었음을 사측이 스스로 인정하게 되는 것”이라며 “우리는 이번 ‘훈장’ 아이템 불방 사태는 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한 ‘KBS 방송 편성규약’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으로 보고 이를 논의하기 위해 임시 공정방송위원회를 개최할 것을 사측에 요구한다”라고 밝혔다.

KBS PD협회와 기자협회, 방송기술인협회, 경영협회 등 KBS 4대 협회(이하 4대 협회)도 공동 성명서를 통해 “현재까지의 모든 상황을 종합하면 ‘훈장’ 2부작이 방송일도 정해지지 않고 있는 것은 다음달 예정된 사장 선임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본다”라며 “뉴라이트 학자 이인호 이사장의 눈 밖에 날 방송은 내보내지 않겠다는 것 아닌가? 조대현 사장 연임에 걸림돌이 될 방송은 하지 않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훈장’ 2부작 불방 사태에 대해 “이제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조속히 방송을 내라는 호응이 무척 뜨겁다”라며 “공영방송과 보도독립을 바라는 KBS인들의 열망”이라고 설명했다.

4대 협회는 “더 이상 구차하고 치졸한 변명은 하지 말길 바란다”라며 “조속히 방송일을 정하고, 제작진을 독려해 방송을 내야 한다. 그것만이 대한민국 5000만 시청자와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은 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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