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쉬운 길로 가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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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CBS ‘김현정의 뉴스쇼’ 생방송

▲ CBS '김현정의 뉴스쇼2'의 진행자 김현정 PD ⓒCBS

지난 14일 오전 7시 15분. 서울 목동 CBS 2층.

생방송을 15분 앞둔 서울 목동 CBS 2층 편성국에서 만난 <김현정의 뉴스쇼> 손근필PD는 분주했지만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방송 10분 전, 손PD는 3층 녹음실로 향하며 섭외 펑크는 "언제나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지만 대체할 인터뷰이를 구하느라 꽤 고민한 모양이었다. 어젯밤 제작진 모두가 밤 9시에 퇴근했다니까... "원래 누가 나오려 했느냐"고 물어보기도 전에 어느새 부스 전광판 ‘On Air’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10개월 만에 마이크 앞에 선 김현정 앵커의 모습에선 긴장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시원시원하고 리드미컬한 목소리와 대화를 자신의 의도대로 이끌어 나가는 장악력은 이날 최재성 새정치민주연합 총무본부장과의 인터뷰에서도 빛을 발했다. 이날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주류와 비주류가 대립했던 혁신안을 당 중앙위원회가 의결한 바로 다음날이었다.

“(혁신안 결과에) 당 대표적이 걸린 거다, 걸고 싶어서 건 게 아니라는 말씀이신데, 시각이 너무 다르다 보니까 자꾸 어긋나는 거 아닙니까?”

‘당 대표를 걸겠다’는 말을 두고 전혀 다르게 해석하는 두 측의 시각을 지적하는 질문이었다. 이후 ‘야당은 싸울 때가 아니라 힘을 합쳐야 할 때다’라는 청취자 의견이 쏟아졌다. 의견이 충돌하는 지점을 명확히 드러내는 것만으로 청취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냈다.

▲ CBS '김현정의 뉴스쇼' 생방송 진행 모습 ⓒPD저널

김 앵커가 부스 안에서 인터뷰에 열정을 쏟는 동안 부스 밖에서는 손PD와 작가들이 동시간대 다른 시사프로그램의 게스트와 내용을 확인하고 전화 연결을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손PD는 부스 안에서 놓치는 질문을 스크립터를 통해 전달했다. 청와대가 윤상현 정부특보를 통해 ‘김무성 대표’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날렸다는 김성완 시사 평론가의 행간읽기가 진행되던 중이었다. 손 PD가 스크립터로 ‘김무성의 반응은?’이라고 입력하자 김 평론가는 “김 대표가 공개적으로 반박 하지 않았다”며 “여당 대표의 초라한 현실을 보여 준다”고 논평했다.

손 PD가 부스 안으로 신호를 보낸다. 코너 시간을 초과했으니 마무리를 하라는 뜻이다. 정해진 큐시트대로 움직여야 준비된 코너들을 모두 선보일 수 있으니 시간 조절이 필수다. 코너 하나하나에 심혈을 기울였기에 어느 하나도 소홀히 내보낼 수 없다. 새롭게 뉴스쇼를 시작하면서 내건, ‘감각적 정론’이 되겠다던 다짐을 지키기 위해서다.

“‘감각적’이라는 건 ‘입체적’이라는 겁니다. 그냥 전문가와 전화 인터뷰를 해 의견과 생각을 물어보는 게 아닙니다. 전문가나 정치인들이 하고 싶은 말을 전하는 게 아니라 사전 취재를 통해 자료를 미리 다 받은 뒤 청취자가 궁금해 할 질문을 다시 던지는 거죠.”

긴박했던 1시간 30분의 시간이 흐르고 클로징 멘트만 남았다. 대부분은 김현정 앵커가 직접 클로징 멘트를 준비하지만 이 날은 손 PD가 작성한 클로징 멘트가 김 앵커의 목소리를 통해 전해졌다. “야권의 혁신안 갈등, 여권은 김무성 불가론 갈등. 제각각 나뉘어진 정당을 바라보면 뉴스쇼가 선정한 노래 'Two different direction'입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그러나 <뉴스쇼>팀의 업무가 끝난 건 아니다. 다시 시작이다. 사무실에선 시사 프로그램 계의 베테랑인 이선주 작가는 가장 핫한 정치인들을 섭외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뉴스쇼>에서 기자수첩에 출연하는 권영철 선임기자도 상기된 표정으로 방송 아이템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모든 구성원들이 몰두하고 있었다.

입체적인 방송을 만들기 위해선 두배의 품이 든다. 사람들이 무엇을 궁금해 하는지 민첩하게 읽어내고 인터뷰이에게 겉도는 질문을 던지지 않기 위해 하루 내내 뉴스를 확인한다. 짧은 인터뷰 동안에도 손PD의 휴대폰으로 속보 알람 문자가 빗발쳤다.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으로 산다는 건 어떤 걸까.

“군대에요 군대. 2년만 하고 그만하고 싶어(웃음). 군대처럼 내 생활이 없으니까요. 지인들 문병도 못가고 집안일을 챙길 수도 없으니. 어제 김현정 PD의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근데도 방송 준비하느라 못가고 있는 거죠. 오늘도 못 갈 텐데...”

▲ 손PD가 클로징 멘트를 작성하고 있는 모습 ⓒPD저널

그는 시사가 넘쳐나지만 진짜 ‘시사’를 찾아보기 힘든 오늘의 방송 환경을 안타까워했다.

“예전에는 시사프로그램이 7개 정도 밖에 없었어요. 그때는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비롯해 저를 긴장케 하는 프로그램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나 따라갈 수 있는 수준의 시사프로그램들이 너무 많아요. 저는 청취자가 우리 프로그램을 들었을 때, ‘진짜 우리를 대변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습니다.”

10개월 만에 다시 마이크 앞에 선 김 앵커는 어떤 마음일까. 또 그녀가 지향하는 <뉴스쇼>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당사자주의에 입각해 당사자의 목소리를 가장 따끈따끈하게 듣는다는 게 <뉴스쇼>의 지향점입니다. 지금 어느 때보다도 시사프로그램이 넘쳐나지만 뉴스가 안 되는 이유는 당사자를 안 부르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그렇게 쉬운 길로 가지 않겠습니다. 국민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는 일, 국민들이 생각할 수 있도록 판을 까는 일을 앞으로 계속 <김현정의 뉴스쇼>가 해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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