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기 - KBS [한반도 탄생 30억 년의 비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첨단기법을 동원해 밝혀낸 비밀
자연다큐멘터리의 ‘존재 이유’

|contsmark0|첨단기법을 동원해 밝혀낸 비밀
|contsmark1|김무관
|contsmark2|
|contsmark3|서언수많은 사연을 안고 있는 한반도는 마치 이 땅에 사는 이 민족의 팔자만큼이나 기구하고 거센 시련을 거치며 꿋꿋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먼 거리를 이동하여 지금의 이 자리에 터를 잡았고, 한반도가 흘러온 그 먼 여정의 흔적은 이 땅 곳곳에 희미한 자취를 남겨 놓았다.이런 희미한 흔적들을 더듬으며 우리 삶의 터전인 한반도 그 자체의 이야기를 담아내기 위해서 [한반도 탄생 30억 년의 비밀]은 기획되었다. 일반적으로 백년을 넘게 살 수 없는 인간의 시간 개념으로 이 땅의 역사를 바라본다는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30억 년이 넘는 한반도의 삶을 살펴보면 한반도를 무대로 살아간 주인공들이 매우 많았고 우리는 단지 그들 중의 하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한반도…]는 이러한 비밀의 열쇠들을 찾아 마치 시간여행을 떠나듯 살아 숨쉬는 땅 한반도의 과거로 되돌아가 보는 것이다.
|contsmark4|기획처음 프로그램을 맡았을 때의 심정은 한마디로 ‘암담함’ 그 자체였다. 우선 프로그램타이틀이 주는 중압감이 너무 컸다. 30억 년이라니!(30년도 아니고) 무엇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야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백지에 그림을 그리는 심정으로 자료부터 모았다. 2주에 걸쳐 자료실과 서점을 돌며 관련자료들은 다 끌어 모았지만 한반도 지질사에 대한 통사형식의 기록물이 전무해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일단 프로그램 제목만 가지고 전문가들부터 만났다. 여러 전문가들과 자유로운 토론을 나누는 과정에서 △한반도는 적도 바다 밑에 있다가 기나긴 북상과정을 거쳐 현재의 위치에 도달했다는 것 △한반도에서도 무시무시한 육식공룡이 살았다는 것 △약 천년 전, 대규모의 화산폭발이 백두산에서 일어났다는 것 등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프로그램 1, 2, 3편의 기본 컨셉은 여기서 나왔다.
|contsmark5|제작[한반도 탄생 30억 년의 비밀] 제작과 관련한 특기사항은 크게 2가지이다. 그 하나는 컴퓨터 그래픽이고 다른 하나는 음악 및 음향효과다.특히 2편 ‘공룡들의 천국’에서는 1억 년 전 한반도에 살았던 공룡인 목긴 공룡, 조각류 공룡, 육식 공룡 및 익룡을 첨단 컴퓨터그래픽 기법을 동원하여 생생하게 재현해냈다. 이를 위해 사용된 특수 미니어처(세트 모형) 모션 콘트롤 카메라 촬영화면과 3d 컴퓨터그래픽을 합성하는 캐릭터 애니메이션(character animation)기법은 국내 최초로 시도된 것으로 영화 ‘쥬라기공원’에서도 사용되었던 첨단 기법이다. 일반적으로 캐릭터 애니메이션은 3d 애니메이션 부분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 중 로봇이나 인형처럼 관절의 연결부분이 없고, 구조적으로 신체 굴곡이 없으며 피부의 질감이 금속이나 플라스틱인 경우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그러나 동물의 경우는 신체굴곡이 복잡하고, 표피의 칼라(texture) 또한 복잡하고 머리, 몸통, 다리, 꼬리 등이 상호 연결되어 연동하여 움직이므로 이것을 컴퓨터로 표현하려면 무수한 운동방식이 전용되어야 한다.따라서 이번 작업은 각 공룡들의 기본 걷기, 달리기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신체 주요부분에 대해서는 3방향 회전을 조정할 수 있는 콘트롤을 8∼12개 이상 만들었다. 이들 콘트롤을 사용하여 각 신(scene)에 대한 행동을 하나하나 키 프레임(key frame) 작업을 통해 완성했다. 그리고 신체의 나머지 부분은 대해서는 운동방정식(expression)을 사용하여 콘트롤이 움직이면 자동적으로 연동하게 작업했다. 데이터 및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또 3차원 컴퓨터그래픽을 실제처럼 느끼게 하는 디지털 음향편집을 통해 종래 tv다큐멘터리를 통해서는 느낄 수 없었던 고급음향을 전달하려고 애썼다.이를 위해 국내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미디아트’와 ‘양철집’이 모션 콘트롤 카메라와, 특수 음향, 특수 미니어처 촬영에 참여했으며, kbs특수영상제작실 인원이 총동원되다시피 했다.
|contsmark6|후기땅의 역사는 인간의 역사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장대하다. 또 목적을 가지고 거짓말을 하지 않으며, 있는 그대로 있었던 일들을 우리에게 말해준다.지질학자들을 만나면 ‘돌이 말을 한다’라는 얘기를 자주 듣게 되는데 이는 암석이 전하는 어떤 정보를 사람이 해석해 알아듣는다는 뜻이다. 그 소리를 해석하는 학문이 지질학이란 학문이다. 제작진에게 지질학은 참 어렵고 낯설었지만 제작진이 어려웠던 만큼 시청자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했다. 또 알면 알수록 멋진 신세계로 우리를 안내하는 이 학문이 결코 쓸모 없지도 따분하지도 않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한반도 30억 년! 그것은 우리가 사는 한반도에 대한 땅의 역사이며, 이 땅에 둥지를 튼 생명의 역사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찾아보면 한반도가 얼마나 다양한 변화를 거쳐 오늘의 모습을 갖게 되었는지, 이 땅에 얼마나 많은 생물들이 살다 사라져 갔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공룡화석산지들과 화산들이 널려 있는지 알고 놀라게 될 것이다. 46억 년 지구라는 역동적인 한 편의 드라마에서 한반도만이 예외였을 리는 없기 때문이다.프로그램 제작과정에서 시행착오도 적지 않았다. 한반도에 대한 지식은 이미 연구된 것보다 연구되어야 할 부분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그만큼 한반도에 대한 우리의 지식은 적었고, 한반도가 안고 있는 비밀은 거대했다. 방송을 준비하면서 영상매체가 갖는 특성상 지질학 전반에 대한 소개나 수많은 다양한 가설들, 또 한반도와 연관이 있는 다른 지역의 이야기들을 모두다 프로그램 안에 담을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웠다.부족하긴 하지만 제작진이 최선을 다한 [한반도 30억 년의 비밀]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더 넓은 안목으로 이 땅 한반도를 바라보고 사랑하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contsmark7|
|contsmark8|
|contsmark9|
|contsmark10|
|contsmark11|자연다큐멘터리의 ‘존재 이유’안연길
|contsmark12|오랜 동안 시사고발 프로그램만 하다 처음으로 자연다큐멘터리에 도전했었다. 초창기에 후배가 말렸다. “안선배, 왜 그 나이에 안하던 짓 하려해요?” “이젠 변신 좀 하고 싶어서.”그랬다. 전 직장에서 시작, 무려 10년 가까이 고발 프로그램만 하다보니 성격이 이상해지는 것 같았다. 검사를 오래 하다보면 만나는 사람이 다 범죄자로 보이고, 반말 짓거리가 습관화 된다더니, 내가 그랬다. 논리나 분석보다는 따뜻한 감성으로 프로그램을 하고 싶었다.
|contsmark13|1년에 1백60여일을 산에서 살아야 했고, 움직이지 않는 식물을 대상으로 찍어야 했고, 때로는 산 속에서 조난의 위험에 빠지기도 했고…. 그런 육체적인 어려움은 시간이 지나면서 해소될 수 있는 것이었지만 무엇보다 1년 내내 나를 괴롭힌 것은 자연다큐멘터리와 약초라는 주제가 서로 충돌을 일으킨다는 점이었다. 약초가 주제인 이상 동의보감 등 한방적인 요소를 무시할 순 없고, 그러자니 자연 그 자체에서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 자연다큐멘터리 성격이 약해지고. 고민 끝에 최소한의 범위내에서 한방적인 요소를 집어 넣고 최대한 자연 그 자체에서 모든 걸 이야기하기로 했다. 자연다큐멘터리의 본령을 최대한 지키려 했다.또 하나, 시청자들이 보길 원하는 것이 과연 무엇이냐 하는 점이다. 약초가 주제다보니 실험, 분석하는 부분이 빠질 순 없다. 그러나 예전의 자연다큐멘터리를 보면 대개 실험·분석 부분에서 시청률이 떨어졌다. 시청자들은 우리 산야에 있는 약초 그 자체를 보고 싶어한다는 것이 내 판단이었다.
|contsmark14|그렇게 1년을 매달렸다. 이제 끝내고 나니 아쉬운 점이 너무 많았다. 스스로 점수를 매긴다면 겨우 낙제를 면할 정도나 될는지…. 무엇보다 약초의 신비한 생태를 보여주는게 미흡했다. 핑계를 대자면 약초의 번식과정 등에서 볼 수 있는 생태가 식물로서는 의미가 있을지 몰라도 약초로서는 의미가 없다는 점이다. 식물로서의 생태가 약초의 신비한 효능과 연결 될 때 다룰 가치가 있는 것인데 불행하게도 그런 관계를 파악하고 있는 식물학자가 우리나라엔 전무했다. 때론 약초 관련 책에 겨우 한 줄 나와 있는 신비한 생태를 잡아 보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다 실패한 경우도 많았다. 또 신비한 효능을 갖고 있는 어떤 약초를 본격적으로 깊이 있게 다루게 되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속성상 전국적으로 그 약초가 멸종 위기에 처할까 지레 겁을 먹은 경우도 있다. 예전의 쇠뜨기 파동 처럼. 방송 후 출근해 보니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가 상반됐다. 동아일보에 나온 평처럼 “노력은 했지만 보여주는데 급급한 식물도감 수준이었다”는 것이 비판론의 골자였다. 그 신문에서는 이와 더불어 “자연다큐멘터리의 존재의 이유가 명확해져야 한다”는 지적을 했다. 상당히 핵심을 찌르는 비판이었다. 내가 미흡했다고 생각하는 것을 정확하게 지적한 부분도 있다. 그러나 내가 지난 1년동안 고민하고 의도적으로 배제한 부분에 대한 지적이 꽤 있었다. 그 신문기자는 환경파괴를 지적한 것과 몇가지 실험은 돋보였지만 미흡하다고 했는데…. 나는 이 프로그램 1부에서는 주로 식물로서 약초 그 자체만 다뤘고 2부에서는 인간과 약초라는 주제로 주변적인 문제와 효능을 검증할 실험을 담았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논리적이고 분석적으로 접근한 2부는 정서적으로 접근한 1부와 비교, 불행하게도 나의 예상대로 시청률이 훨씬 떨어졌다. 아마도 더 논리적으로 접근했으면 더 떨어졌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시청률이 모든 것의 면죄부가 될 순 없지만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판단의 근거는 된다. 나는 다른 실험도 많이 했지만 시청자들이 보고 싶어하는 것은 약초 그 자체라고 생각해, 아깝지만 편집 과정에서 뺐다. 사실 분석적이고 실험 위주의 프로그램이 1부와 같이 식물 그 자체로 접근하는 것보다 훨씬 쉽다. 그러나 나는 어려운 길을 택했다. 결과엔 만족하지 못하지만…. 이 문제에 관한 나의 생각은 이렇다. “환경파괴나 외국산 약초문제는 시사프로그램에서 깊이 있게 다룰 문제이지 자연다큐멘터리에서는 문제제기만 하면 충분하지 않을까?”또 프로그램이 무언가 심각한 의미를 가져야한다는 듯한 주장에도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외국의자연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우리가 거창한 의미를 추구하는가, 아니면 식물이나 동물의 생태 그 자체에 관심을 갖는가? 왜 모든 프로그램이 어깨에 힘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자연 그자체를 즐기면서 편안한 마음으로 보면 프로그램의 가치가 떨어진단 말인가? [한국의 약초]와 같은 자연다큐멘터리의 ‘존재의 이유’는 시청자들이 ‘우리 산하에 저런 식물이 있고 저것이 약초가 된단 말이지’하고 느끼게 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아닐까? 그것이 비록 ‘식물도감’ 수준이라고 해도 말이다. 또 ‘식물도감 수준’ 하면 어감 자체가 수준 이하라는 뜻인 듯한데, 시청자들이 지루해 하지 않고 1백20분간 지켜볼 정도의 식물도감이면 잘 만든 방송프로그램이 될 수도 있는 것 아닐까?주위 사람들의 이런 비판을 수긍하지 못하고 반발(?)하는 것은 어쩌면 ‘그래도 시청률은 잘나왔지 않는가’하는 자만감 때문일지 모르겠다. 물론 시청률이 프로그램의 질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모든 프로그램마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바가 다 다르다는 것이 내주장이다. 오락 프로그램을 교육 프로그램의 잣대로 평하듯, 자연다큐멘터리를 시사 고발프로그램 관점에서 평하는 것은 정말 문제 있다고 생각한다. 프로그램마다 다 나름대로의 ‘존재의 이유’가 있다. 그 중 자연다큐멘터리는 시청자들에게 우리의 자연을 편안한 마음으로 즐기도록 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존재의 이유’라고 굳게 믿고 있다.|contsmark15|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