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민 PD “예능국으로 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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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 등 무효소송 1심 승소 후 첫 공식 기자간담회

“감사합니다.” 승소를 축하한다는 말에 권성민 전 MBC 예능PD는 웃으며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권 전 PD는 기자간담회 자리가 마련된 서울 상암동 MBC 미디어센터에 위치한 언론노조 MBC본부(위원장 조능희, 이하 MBC본부) 사무실로 가기 위해 출입증을 발급받았다. 해고무효소송 1심에서 승소했지만 아직은 ‘해직 언론인’ 신분이기 때문이다.

서울서부지방법원 제11민사부(부장판사 김한성)는 지난 24일 오후 2시 서부지법 410호 법정에서 열린 정직무효소송 및 해고등무효소송(부당전보 및 해고) 1심 선고에서 권 전 PD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판결은 이례적으로 지난 2월 해고등무효소송을 제기한 지 7개월여 만에 난 것이다. MBC는 곧바로 공식 입장을 내고 “판결이 계기가 돼 구성원의 업무 분위기를 저해하거나 회사와 불특정 다수를 향해 비방을 일삼는 행위가 재발될까 우려돼 다시 한 번 상급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구하고자 한다”며 항소의 뜻을 밝혔다.

권 전 PD는 입사 3년차인 지난해 5월 17일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MBC의 세월호 보도 행태를 비판하는 글을 올려 회사 명예 실추 및 소셜미디어가이드라인 위반을 이유로 정직 6개월을 받은 뒤 그해 12월 비제작부서인 경인지사로 발령받은 바 있다.

이후 권 PD는 비제작부서로 발령받은 자신의 처지를 ‘유배’에 비유하는 웹툰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렸고, MBC는 “회사를 향한 반복적 해사 행위”를 이유로 지난 1월 30일 권 전 PD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MBC본부는 이번 판결을 환영하며 지난 24일 선고기일에 참석하지 못한 권 전 PD가 승소 소감과 그간의 심경을 밝힐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권 전 PD는 “재판부가 상식적인 판결을 내려줘서 기분이 좋다”며 웃음을 지었다. 다음은 2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뤄진 권 전 PD와 참석 기자들 간의 일문일답이다.

▲ 권성민 전 MBC 예능PD. ⓒPD저널

Q. 어제 판결 소식을 듣고 나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권성민 전 MBC 예능PD(이하 권성민): 당연히 질 수 없는 판결이겠지 생각하고 있었다. 졌으면 굉장히 낙담했겠지만, 그건 정말 예측 밖의 일이었으니까. 일단 3개 사안(정직・부당전보・해고)에 대해 (재판부가) 상식적으로 판결을 내려준 게 제일 기분이 좋았다.

저는 부당전보가 제일 걱정이었다. 회사에서 내 만화에서 제일 분노했던 게 ‘유배’ 부분이다. 그게 인정되면 만화에서 (유배라고) 한 게 (사실을) 호도하는 게 아니니까 해고무효소송에 포함시켜줬으면 했다.

부당전보에 대해 법원이 회사의 경영권을 인정한다는 식으로 나왔다면 해고무효 판결이 최종까지 (무효로) 나와도 회사 입장에서는 원래 있었던 경인지사로 다시 가라고 할 수 있는 거다. 근로자로서 복직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능국에 돌아가는 게 제일 의미가 큰 부분인데 그런 부분까지 존중받은 거 같아서 좋다. 부당전보 건에 대해서 경인지사로 보낸 게 제일 저에게 큰 피해를 야기했는데 그에 대한 판결이 반가웠다.

법원에 안 간 것도 최후변론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했고, 선고일에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법원의 판결 기다리면서, 그리고 지금 하는 일에 집중하고 싶어서 (안 갔다). 또 현장에 가면 싱숭생숭 할 거 같기도 하고. 강의를 마무리하고 딱 다 정리된 소식으로 들으니까 맘이 좋더라.

[알려드립니다] 회사 비방과 시청자를 모욕한 미성숙한 행위, 끝까지 책임져야

서울서부지법은 오늘(9/24) 권성민이 제기한 정직처분취소 및 해고무효확인 소송에 대하여 각각 원고승소 판결을 하였습니다.

문화방송은 지난해 6월 회사와 동료, 시청자를 상대로 모욕적 언사로 무차별 비난과 공격을 자행해 큰 상처를 입힌 권성민에 대하여 사규에 따라 정직 6개월의 징계를 내린 바 있습니다. 그러나 권성민은 이를 반성과 성찰의 계기로 삼기는커녕 자신을 ‘유배자’로 표현하며 동정심을 유발하고 가해자인 자신과 피해를 입은 회사의 입장을 뒤바꾸는 주객전도와 억지 정당성을 주장했습니다. 특히 그 수단으로 치기 어린 만화를 온라인상에 전파시키기까지 하였습니다. 때문에 문화방송은 지난 1월 이 같은 반복적이고 맹목적인 해사행위를 좌시할 수 없다고 판단해 관련 사규와 절차에 따라 해고를 결정하였습니다.

시청자에 대한 봉사 정신과 불편부당한 공정성을 배우고 익혀야 할 방송사 직원이었던 권성민이 오히려 자신의 주장만이 옳고 정당하다는 미성숙함과 오만에 빠져 상대가 누구든 닥치는 대로 비난하고 모욕을 주었습니다. 기형으로 난 떡잎은 잘라내야 잡초로 자라지 않고, 피를 뽑아줘야 벼가 잘 자라듯 자성의 기회를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회사와 동료를 조롱하고 비웃은 권성민에 대해 문화방송이 할 수 있는 마지막 조처는 해고였습니다.

(중략)

또한 “불매운동도 좋습니다. 뉴스도 이미 안 보시겠지만, 주변에 잘 모르는 분들에게도 이런 상황임을 알려드리고 보지 말라고 해 주세요”라는 무뢰한의 극언과 망언을 일삼았습니다.

(중략)

권성민은 또 지방선거를 불과 20여 일 앞둔 시점에 “결국 박근혜의 대한민국이 된 것이 수치스럽지만, 그 속에서도 다시 한 번 싸워 비록 대통령이 박근혜라 한들 그 정부에게라도 국민들의 뜻을 관철시키려는 움직임이 있지 않습니까”라는 등 정치적 발언을 쏟아내 정치적 활동을 금지한 회사의 방침을 어겨 엄중한 징계를 자초하기까지 하였습니다. 이는 분명 논쟁의 장에서 자율의 선을 넘은 경박하고 품위를 훼손한 행동이었습니다.

(중략)

나아가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이 대우받고 인정받는 건전한 일터와 문화를 만들고자’ 하는 수많은 사업장에 미칠 사회적 악영향도 염려하지 않을 수 없기에 다시 한 번 상급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구하고자 합니다.

2015. 9. 24
㈜문화방송

Q. 선고 이후 거의 바로 사측에서 공식 입장이 나왔다. 봤나?
권성민: 안 봤다. 동기 카톡방에 어느 동기가 포인트가 되는 몇몇 단어들만 보여줬다. 이런 단어들이 쓰였다면서. ‘무뢰한’, ‘기형으로 난 떡잎’, ‘잘라내야’, ‘피를 뽑아줘야 벼가 잘 자라듯’ 등 이런 단어들을 알려줬다. 나중에 대법원까지 승소하면 그동안 회사가 낸 입장을 크게 출력해서 로비에 걸었으면 좋겠다. 쓴 사람 사진과 같이.

내가 처음 해고에 대한 재심을 하고 나서 회사에서 입장이 나왔을 때도 ‘언론인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방송사의 예능은 마약일 뿐’(2012년 권 전 PD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 일부)이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그렇다면 A씨는 지금 이 시간에도 시청자들을 위해 애쓰고 있을 예능PD들이 마약을 제조하고 판매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입니까?’, ‘문화방송이 마약제조판매회사라는 것입니까?’ 라는 표현을 썼다. 그게 기억이 나서 (사측의 공식 입장을) 더 이상 볼 필요 없겠구나 싶어서 그 뒤로 안 보고 있다.

Q. 지난해 5월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오늘의 유머’(이하 오유)에 올린 글, 그리고 이후 경인지사로 발령조치가 난 후 그린 웹툰에 대해 회사는 ‘반복적 해사행위’라고 말하고 있다. 당시 글을 쓰고 웹툰을 그린 이유는 무엇인가?
권성민: 글은… 사실 안타까운 마음이 제일 컸다. 안에서 고민하고 있는 회사 동료들, 선배들이 어떤 상황이고 (MBC가) 이런 구조고 파업 때 오래 싸웠고, 그런 상황들이 공공연히 알려졌음에도 (파업 이후) 바깥에 있는 사람들은 ‘MBC 사람들이 다 변했구나’, ‘먹고 살아야 하니까’ 이런 식으로 보고 있는 게 안타까웠다. 왜 이런 뉴스가 나가야 하는지, 이런 뉴스가 나가는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오유에 올린 글에서 썼던 표현은 (시청자들을) 설득하려는 게 아니라 (내부 상황을) 설명하려 했던 거다. 지금 MBC 내부의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공유하고 싶었다. MBC에 대해 욕을 하지 말아달라는 것도 아니고 MBC를 변호하려는 것도 아니고 어떤 상황이라는 걸 알려드리고 싶었다.

그리고 웹툰은, 그게 반복적인 해사행위라고 하면, 회사는 오유와 똑같은 어조로 웹툰을 그린 거라 생각하는 거 같은데 예능국을 떠나왔으니 예능국에서의 일을 되새기고 할 겸 해서 그렸던 것이다. 예능 방송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지 알리고 또 사람들이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예능국이 원체 웃기는 일도 많고 에피소드도 많다. 그 전에도 휴대폰으로 선배들 캐리커처를 많이 그렸다. 그걸 보면서 자기 프로필 사진으로 하는 분들도 많았고, 또 선배들이 만화를 그리면 좋겠다는 말도 많이 하셨다. 일단 경인지사 수원총국에 있으니 출퇴근도 2시간씩 걸리고.

웹툰은 바빠서 할 수 없었던 예능국 생활을 얘기한 거다. 웹툰에는 내 상황(예능국에서 비제작부서인 경인지사로 발령이 난 상황)에 대한 자조가 있었다. 그걸 희화화하는 건 있었다. 내 상황에 대한 자학개그라고 할까? 그런 부분도 회사는 워낙 예민해서 그런지 공격이라 받아들인 거 같다.

(경인지사 발령 후) 내가 여기 발령을 받아서, 비제작부서로 유배 받는 신세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가 바뀌지 않는 이상 예능국으로 돌아가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하염없이 언제 올지 모르는 날을 기다리느니 내가 할 수 있는 일 하자. 후폭풍이 두려워서 아무것도 하지는 말고 조심은 하되 내가 할 수 있는 하자고 생각했다. 그리고 웹툰에 나오는 ‘유배’라는 표현은 공공연히 쓰는 말이기도 하다.

Q. 요즘 어떻게 지내나?
권성민: 정기적으로 하는 건 <뉴스타파>에 ‘타파스’라는 브랜드가 새로 생겼는데 객원 PD로 참여하면서 <뉴스타파>에서 하는 주요 보도를 (해당 이슈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볼 수 있게끔 예능적으로 다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한 2~3달 정도 됐다.

그리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에서 영상제작실습수업을 한 학기 맡아서 하고 있다.

그거랑 별개로 개인적으로 만들고 싶은 콘텐츠를 기획해서 만들고 있다. 촬영 같은 것도 하고 드라마타이즈도 만들고. 예능은 바깥에서 하기는 힘들더라. 밖에서 할 수 있는 걸 계속 하고 있다.

가능하다면 예능을 밖에서도 찍어보고 싶다. 예능까지라고 하기는 뭣하지만 MBC 시사교양 PD 출신으로 영화 <트루맛쇼>를 연출한 김재환 감독이 모바일 유통 콘텐츠 작업을 하고 싶어 해서 같이 기획 회의도 하고. 그런 것들을 하고 있다.

▲ 권성민 전 MBC 예능PD. ⓒPD저널

Q. 본업이 예능PD인만큼 이른바 ‘예능감’이라는 걸 계속 유지해줘야 할 것 같다.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게 있나?
권성민: 제일 중요한 건 예능 모니터링을 꾸준히 하는 거다. 방송을 보면 PD가 어떻게 연출을 줬고, 조연출이 무슨 생각으로 편집하고 자막을 넣었다는 게 보이니 모니터링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그런데 해고 데미지가 제일 클 때가 예능 프로그램을 볼 때라 잘 안 보게 된다. 하지만 봐야지. 봐야 할 것 같다.

Q. 다른 계획이 있나?
권성민: 정말 솔직히 제가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건, 사회적인 거랑 아무 상관없는 걸 하고 싶다. 예능만 만들면 좋을 것 같다. <송곳> 같은 종류의 만화보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더 좋아해요. 보면 재밌고. 즐겁게 만들면서 살고 싶고, 그래도 되는 세상이면 좋겠는데, 그런데 그런 것(즐겁고 재밌는 것)만 바라보며 살기에는 화나는 일(권 전 PD는 ‘빡치는 일’이라고 말했다)이 너무 많으니 못 본 척 하기 힘들어서 계속 그런 일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사실 인생에 계획이 없다.(웃음) 삶에 플랜이 없어서, 있었으면 안 그랬을 것이다. 오유에 글도 안 올렸겠고. 오늘만 삽니다.(웃음) 지금은 할 수 있는 걸 하고 그때는 그때 할 수 있는 걸 할 거다.

Q. 선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권성민: 이제 1심을 통과했는데 아직 많이 남았겠지만, 밖에서 놀다 왔다고 너무 뭐라 하지 마시고 예고 만드는 연차도 지났는데 예고만 시키지 마시고 따뜻하게 맞아주셨으면 좋겠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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