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짜리’ 외국인 시선이 주는 불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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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짜리’ 외국인 시선이 주는 불편함
[방송 따져보기] 외국인 출연 프로그램
  • 방연주 객원기자
  • 승인 2015.10.01 0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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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특집 프로그램의 단골손님은 외국인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외국인이 등장했다. 우크라이나, 몽골, 말레이시아 등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과 다문화 가족들이 출연한 KBS <지구촌 노래자랑>과 한국에 대한 퀴즈로 우승자를 가리는 KBS <퀴즈 온 코리아>가 방영됐다. 외국인은 명절 때마다 반짝 등장했지만 최근에는 예능·교양 프로그램 등 출연 영역이 확대되면서 이들을 담아내는 방식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외국인을 문화 융합 대상 혹은 특집 프로그램의 흥밋거리로 소비하는 데서 외국인이 처한 현실적 고충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외국인의 명절 특집 프로그램 출연은 1세대 외국인 방송인 로버트 할리, 이다도시 등을 필두로 본격화했다. 외국인 출연자들은 어눌한 한국어로 최신 유행 가요를 열창하거나 구성진 가락의 트로트를 불렀다. 이후 KBS <미녀들의 수다>가 다문화 사회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였다. 하지만 한국 문화를 지나치게 예찬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 KBS <퀴즈 온 코리아> ⓒKBS

최근에는 국내 거주하는 외국인의 정착기를 조명하는 프로그램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JTBC <비정상회담>를 필두로 KBS <글로벌 남편백서 내편 남편>, <이웃집 찰스>, EBS <글로벌 가족 정착기-한국에 산다> 등을 비롯해 EBS <다문화 고부 열전>은 국제결혼의 현주소를 짚어내고 있다. 시청자의 접근이 쉬운 예능·교양 프로그램에서 외국인을 앞세우고 있다는 건 외국인을 문화 융합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천편일률적 시선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임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비정상회담>은 한국 중심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동거와 결혼을 비롯해 복지, 주거, 청년 실업 문제까지 각 국가의 정책과 사회적 분위기를 전달하면서 다양한 관점으로 해석할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한다. <글로벌 가족 정착기-한국에 산다>는 한국인의 이방인에 향한 편견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지만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 출신 블레이즈 씨를 향해 “못 사는 나라에서 왔다”는 등 한국인의 인종 차별적 발언이 그대로 방영됐고, 시청자 게시판에는 “한국의 실상을 알리고 잘못된 부분은 고쳐나가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올라왔다.

다큐멘터리식 연출과 흥미로운 자막 편집으로 예능적 요소를 살리고 있는 <이웃집 찰스>는 이방인들의 리얼 적응기를 그린다. 취업, 학업, 결혼 등 다양한 이유로 한국 사회에서 정착해서 살아가려는 외국인들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넘어서야 하는 장애물들이 도처에 있다. 지난 22일 방송분에서 부산에서 외식 사업에 도전하고 있는 터키 출신 유수프 형제는 “공장에서 일했을 때 1,300만원을 못 받은 적이 있었다”, “(한국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해변가의 자릿세를 훨씬 많이 내야할 때도 있고,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는 등의 고충을 털어 놓는 등 외국인이 국내에 정착하기 위해 겪는 어려움이 전해졌다.

▲ KBS '이웃집 찰스' ⓒKBS

KBS <글로벌 남편백서>는 실제 국제 부부의 일상과 아이들을 돌보는 외국인 남편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요즘 대세인 육아 예능과 관찰 예능의 흥행요소를 접목했다. 사남매를 키우는 진정한 육아 슈퍼맨인 캐나다 출신의 졸탄 폴 잼버의 모습과 함께 동대문을 사랑하는 파키스탄 남편인 무함마드 사킵의 모습은 국제결혼을 흥밋거리로 묘사하기보다 한국인 부부처럼 결혼과 육아 문제에서 난관을 겪고 있다는 점을 담아내 시청자와의 공감대를 넓히고 있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중 사회적·제도적 약자로서 배제된 이들의 상황을 전해지기도 했다. 지난 24일 JTBC <썰전>은 세 살배기 시리아 난민 ‘아일란 쿠르디’의 죽음으로 전 세계의 관심을 모은 유럽 시리아 난민 사태 문제를 다뤘다. 정치적·사회적 박해를 피해 제3국으로 국경을 넘는 난민 문제는 국내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문제이자 좀체 미디어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이날 방송에 출연한 시리아 출신 압둘와합 씨는 한국인의 시리아 내전 상황뿐 아니라 국내에 거주하는 시리아 난민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 JTBC <비정상회담> ⓒJTBC

TV 프로그램에서 외국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이전에 비해 넓어지고 있는 점은 긍정할 만하다. 하지만 여전히 숙제도 남아있다. TV는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다. 국내 거주하는 외국인 수는 이미 180만 명을 넘어섰다. 외국인을 문화 융합 대상으로 여기며 일방적인 접근 방식을 지양해야 한다. 다양한 각도에서 한국을 담아낸 프로그램이 자리를 잡아갈수록 외국인과의 문화적 차이를 포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외국인 거주자들도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실생활에서 겪는 어려움도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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