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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 심의와 ‘일베’ 방송 심의

[위클리포커스] 방통심의위, 혐오와 조롱에 대한 이중 잣대 김세옥 기자l승인2015.10.01 10:5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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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는 지난 9월 23일 열린 방송심의소위원회(이하 방송소위)에서 SBS <한밤의 TV연예> 제작진에 대한 의견진술을 결정했다. 제작진 의견진술은 방송 재허가 심사에서 감점 요인이 되는 법정제재 가능성이 있을 때 진행하는 절차다. 방심위에서 제작진 의견진술을 예정하고 있는 건 9월 16일 방송분으로, <한밤의 TV연예>는 당시 영화 ‘암살’의 내용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일베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희화화 목적으로 제작한 이미지를 합성한 영화 포스터를 내보냈다. SBS의 ‘일베’ 방송사고는 벌써 일곱 번째(음향 사고까지 합하면 여덟 번째)로, 방심위는 몇 차례의 행정제재로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을 위한 시정의 기회를 부여한 끝에 이제는 법정제재를 하고 있다.

방심위에서 ‘일베’ 방송사고에 대해 적용하는 방송심의규정은 대체로 제14조(객관성) 제20조(명예훼손 금지) 2항(사자(死者)에 대한 명예 존중), 제27조(품위유지) 5호(불쾌감‧혐오감 등을 유발해 시청자의 윤리적 감정‧정서를 해치는 표현) 등이다. 물론 방심위원 개개인의 견해에는 일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특정 지역과 정치인, 소수자 등에 대한 혐오를 노골화하고, 심지어 이 혐오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일베의 행위가 혐오의 대상이 된 이들과 시청자 대중의 불쾌감을 유발한다는 점 등을 고려해 심의를 해야 한다는 점은 인정하기에, 즉 ‘합의’됐기에 ‘일베’ 방송사고에 대해 현재와 같은 심의 결과들이 이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일베’에 대한 제재만으로 충분한 걸까.

▲ 지난 9월 16일 방송된 <한밤의 TV연예>는 ‘빅썰 연예계 닮은꼴 천태만상’ 코너에서 영화 <암살>의 내용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영화 포스터 중 독립운동가 황덕삼 역 배우 사진 대신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이미지가 사용된 포스터를 방송에 내보냈다. 사진은 방송에 쓰인 해당 이미지.

‘사견’으로 포장하며 야당 등 ‘조리돌림’ 방송

‘일베’ 방송사고는 대부분 이미지의 문제다. 지난 2년 동안 SBS에서 발생한 ‘일베’ 방송사고만 봐도 지난 5월 24일 ‘관광버스에서 술 마시고 춤판…처벌은 기사만’ 리포트에서 일베 제작 음악을 5초 동안 방송한 <8뉴스>를 제외하면 모두 이미지와 관련한 것이었다. 그러나 종편에서 우후죽순 내보내고 있는 시사토크 프로그램들은 개인의 사견, 혹은 다양한 여론의 반영 등을 앞세우며 출연자, 심지어 사회자의 ‘말’을 통해 대놓고 특정 정치 집단과 특정 계층 등에 대한 비하와 조롱 등을 쏟아내고 있다.

방심위 산하 방송언어특별위원회가 2014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1년 6개월 동안 종편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방송언어와 관련한 방심위 심의 제재 안건을 분석한 결과를 정리해 지난 9월 17일 펴낸 보고서(‘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 제재에 나타난 종편 시사‧보도 방송언어 문제점 분석’)에는 비하와 차별, 조롱과 폭력, 심지어 비속어까지 빈번하게 등장하는 종편의 실태가 그대로 기록돼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종편의 출연자와 사회자들의 주요 ‘조리돌림’ 대상은 야당 정치인들로 일련의 말들이 여과 없이 방송을 탔다. 특히 TV조선에서 이런 모습이 두드러졌는데, 사례 일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안철수 의원은 성격이 뭐 좀 소심하고 좀 쪼잔하고 돈 쓰는 거 좀 쪼잔했잖아요”(2013년 11월 26일, TV조선 <낮 뉴스1>/권고)
“(안철수 의원 새해 현충원 참배 모습은) ‘범죄와의 전쟁 아세요. 이거 그거 똑같이 한 거야”, “송호창 의원은 비리비리한 분이거든요. 연약한 분인데 힘 빡 들어갖고 완전 조폭 분위기예요”(2014년 1월 3일, TV조선 <낮 뉴스1>/권고)
“(새정치민주연합 내 강경파들은) 과거 최원석 동아건설 회장 집에 들어가서 혁명 자금 마련한다고 하면서 칼도 강도짓을 했다”, “(세월호 유족 김영오씨 단식에 동참한 문재인 의원은) 특정세력, 특정인, 이 이익에 얽매이는 사람들이 머슴 아닙니까. 이번에 문재인 의원은 전직 대통령 후보로서 머슴의식으로 행동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노무현을 따라하는 노무현의 앵무 입, 그 다음에는 과거라는 썩은 고기만 쫓아다니고 냄새를 맡고 다니는 하이에나의 코” (2014년 8월 28일,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의견제시)
“야당이 제가 볼 땐 좀 닭하고 닮은 것 같아요”(2014년 10월 20일,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권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구렁이라고 하면 한 천 년 묵은 구렁이…(박원순 시장이 SNS도 활발히 하고 좋은 아저씨 같은 이미지라는 다른 출연자 발언에) 그게 생쇼라니까, 생쇼”(2014년 11월 5일, TV조선 <강적들>/ 권고)
“문재인 의원 행동하는 걸 보면 대학교 3학년 운동권 같아요.” “(한 마디로 정리하면) 탈레반 정신이지”, “박지원 의원은 조금 맛이 좀 가셨습니다”, “친노(친노무현)의 특징은 싸가지 없는 입진보”(2015년 5월 2일, TV조선 <이봉규의 정치옥타곤>/권고)

조롱과 비하의 대상은 야당만이 아니다. 미국 NBA 농구스타였던 데니스 로드먼의 북한 방문을 비판하는 출연자와 진행자의 “데니스 로드먼 얼굴은 도깨비 형상이다. 칼 하나만 쥐어주면 저승사자다. 김정은스럽다, 사이코패스스럽다”(2013년 12월 19일, TV조선 <돌아온 저격수다>/권고), “저 사람(데니스 로드먼)이 북한에 가는 이유가 마약하고 여자 중독이 되어 있다고 본다. 성(性)적으로”, “로드먼의 호는 연탄”(2014년 1월 11일, TV조선 <장원준의 토요 신통방통>/권고) 등 명예훼손은 물론 인종차별 발언까지 방송에 냈다.

채널A는 TV조선과 함께 출범 초기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북한군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출연자 발언을 대대적으로 방송해 물의를 빚고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특정 지역에 대한 비하 발언은 여전했다. 채널A <박종진의 뉴스쇼 쾌도난마>(2014년 1월 14일 방송/주의)에 출연한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가 호남에 대해 “민주당의 포로”, “민주당의 노예” 등의 발언을 하고, 이 발언이 여과 없이 방송을 탄 게 대표 사례다.

법에서도 권리와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노조와 집회‧시위에 대한 반감도 종편에선 여과 없이 노출하고 있다. 실례로 철도 민영화 논란에 대해 대담을 하는 과정에서 철도노조 집행부에 대해 “길 잃은 늑대”(2013년 12월 25일, TV조선 <낮 뉴스1>/의견제시), “황소개구리”, “생태계를 다 파괴하는 거야”(2013년 12월 27일, TV조선 <낮 뉴스1>/권고) 등 출연자들의 조롱과 폄훼의 발언이 그대로 방송됐다. 또 외국에서 시위대를 과격 진압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저렇게 패야 돼요. 우리도”(2013년 12월 30일, TV조선 <돌아온 저격수다>/권고)라는 발언처럼 폭력 진압을 조장하고 집회‧시위 참여자에 대해 인권을 경시하는 내용도 방송됐다.

▲ 박효종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지난 6월 23일 오후 서울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방심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일베와 종편, 같은 혐오 다른 제재

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종편은 방송언어와 관련해 총 28건의 제재를 받았는데 TV조선이 17건으로 가장 많았고, 채널A 9건, JTBC 2건 등이었다. 프로그램별로 보면 TV조선 <낮 뉴스1>과 <장성민의 시사탱크>, 채널A <직언직설>이 각각 4건으로 가장 많은 제재를 받았다. 그러나 반복되는 문제에도 법정제재에 해당하는 중징계는 고작 1건에 그쳤다. 나머지 27건은 모두 행정제재의 경징계(권고 22건, 의견제시 5건)였다.

보고서는 종편 언어의 문제의 원인으로 호전적인 프로그램명(시사탱크, 저격수다, 강적들, 이슈격파, 황금펀치, 쾌도난마, 돌직구쇼)과 정치권의 진입 혹은 재진입을 목표로 하는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한 패널들, 토론에서 선수로 뛰고 싶어 하는 자질 부족의 진행자들, 상습적 문제 유발자에 대한 제재 미흡 등을 꼽으며 △프로그램명 순화 △출연자 교육 및 제재 △진행자 역할 상기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보고서에서 제시하고 있는 일련의 대안이 야당과 주류 정치‧경제 권력을 비판하는 집단 등에 대한 조롱과 혐오를 거리낌 없이 드러내는 종편의 언어생활을 개선하는 데 최선일지 여부는 확언하기 어렵다. 그러나 대안으로 기능할 수 있을 거라 상정하고도 문제는 남는다. 바로 방심위원들의 ‘의지’다.

예외의 경우가 있긴 하지만 통상 방심위는 방송심의규정을 위반한 방송에 대해 처음부터 중징계를 하지 않는다. 의견제시, 권고 등 행정제재를 통해 초반 몇 차례 동안 방송 제작진 스스로 시정을 위한 대안을 마련토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개전의 정이 보이지 않는 방송에 대해 중징계 처분을 하고, 수위를 높여가며 잘못된 방송에 대해 벌점이라는 페널티를 부여하는 것이다.

SBS의 ‘일베’ 방송사고가 여섯 차례 누적된 이후 방심위원들이 제재 수위를 ‘주의’(벌점 1점)에서 ‘경고’(벌점 2점)으로 올린 것이나, 지난 9월 23일 방송소위 당시 SBS <한밤의 TV연예>와 마찬가지로 일베에서 제작한 ‘암살’ 포스터를 방송에 내보낸 TV조선 <강적들>(8월 26일 방송)에 대해 첫 번째 일베 방송사고라는 이유로 행정제재인 ‘권고’ 처분을 한 데서도 이런 심의 방향을 확인할 수 있다. 수준 이하의 방송언어로 수차례 제재를 누적하고 있는 종편에 대한 경징계가 방심위의 통상의 심의 방향에 부합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고, 그렇기에 방심위원들의 균형 잡힌 심의에 대한 의지를 지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심의가 이뤄지는 현장에선 때때로 일부 위원들이 종편 관련 안건들에 대한 보고가 이어질 때마다 민원인을 탓하거나 왜 종편 민원이 유독 많은지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표시하는 모습을 마주할 수 있다. 지상파 방송에선 찾아볼 수 없는 수준의 발언들이 계속해서 마구잡이로 등장하는 종편의 문제 대신, 종편의 문제를 심의하고 제재해 달라는 민원을 타박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베는 여성을, 동성애를, 호남을, 고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을 혐오하고 비하할 자유를 주장한다. 그리고 그런 일베에서 유포하고 있는 이미지를 방송에 사용할 경우 발생하는 시청자들의 불쾌감 등을 방심위는 인정하고 제재한다. 사례가 누적되면 제재 수위는 당연하게 높아지는 경향이다.

하지만 고 노무현 대통령을, 야당을, 현 정권을 비롯한 사회의 기득권을 비판하고 반대하는 이들을 비하하고 조롱하고 혐오하는 종편의 언어들은 법에서부터 공적 책임을 요구받는 방송이라는 공간에서 더 많이 반복적으로 드러나고 있음에도, 방심위에선 이를 대부분 가볍게 취급하고, 문제를 지적하는 모습 자체를 문제삼기도 한다. 대체 이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방심위원들은 정말 일베 방송사고를 문제로 생각하긴 하는 걸까. 방심위원들의 방송과 심의에 대한 철학과 그들을 둘러싼 이해의 역학 관계에 대한 질문이 필요한 때다.


김세옥 기자  kso@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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