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호 없는 반쪽짜리 KBS 국정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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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호 없는 반쪽짜리 KBS 국정감사
참고인 출석 이뤄지지 않아…방송 개입 ·공금유용 의혹 등 조대현 사장이 대신 해명
  • 최영주 기자
  • 승인 2015.10.05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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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KBS(사장 조대현)에 대한 국정감사가 이뤄졌지만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이인호 KBS이사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국감 질문의 상당 부분이 이 이사장에 대한 의혹과 질타였지만 이사장을 대신해 조대현 사장이 해명에 나서는 등 반쪽짜리 국감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홍문종, 이하 미방위)가 5일 KBS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한 5일, 참고인 출석에 대한 합의 불발로 이인호 이사장은 참석하지 않아 야당이 강한 불만을 쏟아내기도 했다.

▲ 이인호 한국방송공사(KBS) 이사장이 지난해 10월 22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열린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KBS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이인호 이사장 없는 KBS 국감에 “어떻게 책임 있는 국감 되겠나”

유승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국감 도중 “이인호 이사장에게 확인할 게 많다. 이 중요한 KBS 국감에서, 이인호 이사장이 핵심 인물임에도 증인 출석 요구에 대한 (미방위 여야) 간사 간 합의가 왜 안 됐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며 “박민식 의원(미방위 여당 측 간사)은 왜 합의를 안 해줬나. 지금 이렇게 되면 이사장에게 질의할 내용을 다 사장에게 하게 된다. 어떻게 책임 있는 국감이 되겠나”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미방위 여당 측 간사인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은 “알다시피 국감 증인, 참고인 출석에 대해서는 여야 간사 간의 합의에 따라 이뤄졌는데 세세한 과정을 다 말하는 건 부적절하다”며 “이인호 이사장 증인 출석 신청 사유 중 대표적인 게 사적 출장으로 했다는 것 아닌가. 그런데 현재 언론중재위원회에서 사적인 게 아니라 공무라고 결정이 났고, 그런 것도 (출석을 요구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 KBS 특집 프로그램에 등장한 이인호 이사장의 모습. ⓒKBS

이인호 이사장 역사관, 지난해 국감 이어 올해도 논란

이날 KBS 국감에서는 이 이사장의 공금유용 의혹은 물론 방송에 대한 부당한 개입 등 다양한 의혹과 이에 대한 야당 측 미방위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그러나 이에 대해 답변한 것은 이 이사장 본인이 아닌 조대현 사장이었다.

장병완 새정치연합 의원은 “이인호 이사장이 그동안 여러 차례 친일 옹호 발언과 건국절에 관한 본인의 의견을 피력해서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지난 8월 13일 <중앙일보>에 8월 15일은 광복 70년이 아니라 건국 67년이라고 주장했다”며 “현행 헌법과 다른 생각을 KBS 이사장이 표시한 것인데, 개인 역사학자로서 의견을 피력하는 것은 문제가 안 되겠지만 이사장으로 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이사장은 지난 8월 13일 <중앙일보>에 ‘광복절은 대한민국 건국을 기념하는 날이다’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하고 이를 통해 “광복이 자주독립을 의미한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적어도 오는 8월 15일은 ‘광복 70년’이 아니라 ‘해방 70년, 대한민국 건국 67년’을 기념하는 8·15 광복절임을 알고 기려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이사장은 해당 글에서 “불행히도 해방은 우리가 그날까지 고대했던 광복, 곧 독립의 회복이 아니었고 미군과 소련군에 의한 남북한 분할 주둔이었다”며 “한편에선 국회의원 일부와 독립운동가 후손들임을 자랑하는 광복회가 앞장서서 대한민국은 1948년이 아니라 1919년에 건국되었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나라 없는’ 백성이 되어 일본군 위안부로 유린당하는 고초를 겪어야 했고 광복군은 무엇을 위해 싸웠다는 말인가”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8월 13일은 이 이사장이 아직 KBS 이사장직을 유지하고 있던 때다. 전임 KBS이사회 임기는 8월 31일까지였다. 즉 기고문에는 이 이사장의 직함이 ‘서울대 명예교수・전 주러시아 대사’ 명시됐지만 공영방송의 이사장이라는 신분 역시 지니고 있었다는 뜻이다.

이 이사장의 역사관 논란과 이에 대한 비판은 이 이사장이 지난해 중도 사퇴한 이길영 전 이사장 후임으로 임명될 당시부터 거셌다.

이인호 이사장은 지난해 6월 19일 TV조선 <시사토크 판>에 출연해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의 “일본 식민지배는 하나님의 뜻” 등 민족 비하 발언으로 논란이 된 교회 강연에 대해서 “난 기독교인이 아님에도 문 후보자의 강연을 보고 감동받았다”며 문 전 후보를 적극 옹호하는가 하면 “강연 전체를 놓고 봤을 때 문 후보자를 반민족주의자라고 하는 사람들은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문창극 전 후보는 해당 발언이 문제가 돼 사퇴했다.

또한 이 이사장은 지난 2008년 5월 12일자 <동아일보> ‘이인호 칼럼’에서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 대해 “민족을 위해, 나라를 위해 헌신한 분들이, 과연 그분들이 그처럼 갈망하던 독립을 되찾아 나라를 세우고 발전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던 많은 사람을 다시 ‘친일파’로 못 박으며 나라를 갈라놓는 듯한 일을 좋게 보실까”라며 “망국과 함께 세상을 등지고 집안의 일시적 몰락을 마다하지 않으셨던 우리 외조부를 떠올려 보면 그분은 결코 이 일을 칭찬하지 않으셨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같은 편향적인 역사관에 KBS 안팎에서는 “KBS 퇴행적 이념논쟁에 빠지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이어졌다.

장 의원은 “공영방송 KBS 이사장으로서는 부적합하다. 그런 생각을 지속적으로 표출하려면 이사장을 그만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 KBS 1TV <뿌리깊은 미래> ⓒKBS

역사관에서 비롯한 방송 개입 파문 역시 국감 쟁점 중 하나

역사관 논란에서 비롯된 파문은 이 이사장의 발언에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2월 이 이사장은 광복 70주년 특집 프로그램 <광복70주년 특집-뿌리깊은 미래 1편>에 대한 토론을 이사회 안건으로 상정하려 한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일어난 바 있다.

이 이사장은 당시 이사회에서 프로그램의 일부 내용을 문제 삼으며 해당 프로그램을 제작한 제작진에 대해 ‘우매하다’라고 표현하는가 하면, “외부에서 <뿌리깊은 미래>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많고 일부는 수신료 거부 운동까지 거론하고 있다”며 이 같은 의견을 KBS에 전달해야 하고 이에 대한 논의를 이사회에서 진행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지난 7월에는 KBS 메인뉴스인 <뉴스9>(6월 24일 보도)에서 ‘이승만 정부, 한국전쟁 발발 직후 일 망명 타진’ 꼭지를 통해 ‘이승만 정부가 6.25 전쟁 발발 직후 일본망명을 추진했다’는 내용의 보도를 한 바 있는데 이를 두고 이 이사장이 뉴스 보도의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며 임시 이사회를 소집해 “부당 방송 개입”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 이사장은 해당 보도를 언급하며 “사측에서 노력을 했음에도 KBS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어 이사회를 소집했다”고 설명했으나 참석한 야당 추천 이사들이 반발하며 안건 상정은 불발됐다.

이개호 새정치연합 의원은 “<뿌리깊은 미래>에 대해 이사장이 항의전화를 사방에서 받았다고 지적하며 이에 대한 의견이 오갔고 일부 이사들은 이사장의 태도에 문제 제기를 했다. ‘이승만 망명설 보도’에 대해서도 이 이사장은 또 문제를 삼고 긴급 이사회를 소집해 이사 간 의견 충돌이 일어나고 많은 논란이 일어났다”며 “그 이후 관련 보도 책임자는 모두 교체됐다. 정말 KBS가 공정한 보도 내지는 공정한 프로그램 제작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 언론노조 KBS본부 9월 1일자 노보 표지 ⓒ언론노조 KBS본부

관용 차량 사적사용 논란에 이어 공금유용 의혹까지

이 이사장을 둘러싼 비판은 이뿐만이 아니다. 관용 차량의 사적사용은 물론 공금유용 의혹까지 제기되며 KBS 최고의결기구의 수장으로서 최소한의 자질 문제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 이사장은 이사회 개최 유무와 상관없이 지난해 9월 11일 이후 같은 달 26일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KBS 관용차량을 이용했고 이는 지난해 국감 과정에서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국감에 출석한 이 이사장은 해당 사실을 인정하며 “역사 강연이 KBS 이사장으로서의 공식 활동인가”라는 최민희 새정치연합 의원의 질문에 “아니다”라고 하고서도 “그럼 관용차량을 사용해선 안 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그러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처럼 관용차량을 사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이 이사장에 대해 ‘도덕성’ 지적이 이어지기도 했다.

올해 진행된 국감에서도 이 이사장의 공금유용 의혹이 도마에 올랐다. 이 이사장은 한국전쟁유업재단의 초청을 받아 지난 7월 23일부터 27일까지 조대현 사장을 대신해 미국 출장을 다녀왔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를 두고 5일 진행된 국감에서는 KBS이사회나 이사장으로서의 기본 역할과 관계없는 외유성 출장으로 이는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KBS본부는 지난 9월 1일 발행한 노보를 통해 이 이사장의 출장은 한국전쟁 및 역사학 관련 강연을 위한 것으로 이사장 자격이 아닌 역사학자 자격의 개인 차원 일정이며, KBS는 이를 공식 출장으로 둔갑시켜 1170만원의 경비를 지원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공금유용 의혹에 대해 이 이사장이나 KBS 측은 이를 부인하고 있으며, KBS이사회는 지난 9월 16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노보 기사 관련 감사 요청건’으로 임시이사회를 열고 해당 안건을 의결했고, 현재 이 이사장의 출장이 공무였는지 여부 등에 대한 KBS 내부 감사가 진행 중이다. 또한 KBS는 노조를 상대로 언중위에 정정보도 청구를 했다.

최민희 의원은 “지난해 국감에서도 ‘역사학자 이인호’와 ‘KBS 이사장 이인호’를 구별해 활동하라는 지적을 받았음에도 이 이사장 역시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하고 ‘역사학자 이인호’의 활동에 또다시 KBS의 자금을 낭비하게 만들었다”며 “연임을 위해 어떻게든 이사장에게 잘 보이려는 사장과 분별없는 이사장으로 인해 KBS 예산과 프로그램이 사적으로 활용되는 일이 벌어졌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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