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D·기자·아나운서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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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PD·기자·아나운서 없어진다?
조직개편 통해 직종 폐지 방침 밝혀…“쉬운 ‘부당전보’ 사전 조치”
  • 최영주 기자
  • 승인 2015.10.08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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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사장 안광한)가 기자, PD, 아나운서 등 인사규정 상 정의된 직종을 폐지한다는 방침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노조에서는 지난 2012년 파업 참가자 등에 대한 부당전보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를 ‘합법화’시키려는 의도가 담긴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MBC는 지난 6일 조직개편 및 사규개정에 대한 내용을 언론노조 MBC본부(위원장 조능희, 이하 MBC본부)에 설명하는 과정에서 직종 폐지 방침을 밝히면서 이를 위해 인사규정 상 직종의 정의를 삭제하기로 했다.

기존 인사규정 제6조(직종)에서는 MBC 직원을 △기자 △카메라기자 △편성 프로듀서 △TV 프로듀서 △라디오 프로듀서 △아나운서 △미술 △제작카메라 △방송기술 △방송경영 △시설 △IT·콘텐츠관리 △기타 등으로 분류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 같은 분류를 폐지하고 크게 △국장 △부국장 △부장 △사원 등 네 개 직급으로 나누고 사원은 다시 △일반직 사원 △촉탁직 사원 △연봉직 사원 △업무직 사원 등 채용형태로만 분류한다는 것이다. 즉 기자, PD, 아나운서 등의 직종이 사라지고 임원급과 사원으로만 나뉘는 것이다.

▲ 사규 개정 전후 비교표. ⓒ언론노조 MBC본부

해당 안은 당초 8일 열리는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 이하 방문진) 정기이사회에 보고 안건으로 올라갈 예정이었으나 현재 홈페이지 상에는 해당 안건이 빠져있는 상태다.

이번 조치는 특히 ‘노사정 대야합’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노사정 대타협 이후 나온 취업규칙 변경이라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노사정위원회는 지난 9월 13일 일반해고,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등 노동시장 개혁에 대한 대타협을 이룬 바 있는데, 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란 근로자에게 불리한 사규를 도입할 때 근로자의 동의를 받도록 한 법규를 완화하는 내용이다.

MBC본부는 9일 노보를 통해 이번 직종 폐지 방침이 향후 ‘부당전보’ 남발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2012년 170일 파업 이후 사측에서 파업에 참가한 기자, PD 등을 비제작부서로 전보조치하는 등 부당전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조치는 자칫 부당전보를 합법화하려는 시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MBC본부는 최근 1심 승소판결이 난 권성민 전 MBC PD에 대한 부당전보무효 소송은 물론 수차례 부당전보 소송에서 사측의 전보조치가 인사권 남용이라는 판결을 받은 것을 예로 들며 사측이 직종 폐지를 통해 부당전보 조치를 합법적인 것으로 둔갑시키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 8일 발행된 언론노조 MBC본부 노보. ⓒ언론노조 MBC본부

MBC본부는 “현 경영진 입맛에 맞지 않는 직원들에 대한 ‘유배’ 인사를 수시로 자행하는 데 있어서 직종 구분이 뭔가 걸림돌이 된다고 느꼈던 것이 아닌가”라며 “이번 사측의 ‘직종 폐지’ 폭거에 대해 조합은 향후 부당전보 남발을 위한 사전조치일 가능성을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문제제기를 했다.

이어 MBC본부는 “대다수 MBC 구성원들은 입사 시점부터 ‘자신이 입사한 직종이 일반적으로 유지되고, 향후 근무 역시 해당 직종에서 이뤄질 것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있다. 따라서 이는 MBC 구성원들의 매우 중요한 근로 조건”이라며 “회사가 조합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직종을 강제 폐지해 구성원들의 근로조건을 침해하려 시도하는 것은 위법 행위”라고 비판했다.

MBC본부는 노조의 동의 없이 사측이 직종 폐지 방침을 강행할 경우 취업규칙변경무효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물론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사측을 형사고발하는 등 대응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김민아 노무사(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는 MBC가 단체협약이 공백상태인 것과 상관없이 취업규칙을 노동자 과반수 이상으로 구성된 MBC본부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것은 무효라고 지적했다.

김 노무사는 “근로기준법 제94조(규칙의 작성, 변경 절차)에 따르면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나와 있다”며 “직종 폐지는 실제로 기자, PD 등으로 뽑힌 사람들이 다른 업무를 받을 수 있도록 직종 간의 벽을 없애는 일이다. 이는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작용될 수 있고, 이에 따라 MBC본부의 동의가 있어야 변경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직종 폐지 방침과 관련해 MBC 정책홍보부는 8일 <PD저널>과의 통화에서 “지금 회사의 입장이 아직 안 나왔다. 어떻게 시행되는지 아직 확인을 못 받았다”며 “현재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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