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미’가 좋은 드라마의 성공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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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따져보기]

드라마 속 ‘케미’는 필요조건이다. ‘케미’는 드라마나 영화 속 남녀 주인공이 실제로도 잘 어울릴 때 사용하는 신조어로, 화학 반응을 의미하는 '케미스트리(chemistry)'의 준말이다. 드라마는 연출·극본·연기 삼박자가 잘 맞물릴 때 시청자로부터 큰 호응을 얻는다. 특히 배우, 제작진 간 ‘케미’가 돋는다면 금상첨화다. ‘케미’는 드라마에 활력을 불어넣을 뿐 아니라 고정 시청층을 넘어서 마니아층까지도 확보할 수 있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현재 방영 중인 MBC <그녀는 예뻤다>에서 배우들이 뿜어내는 ‘케미’가 단연 돋보인다. 황정음과 박서준이 전작 <킬미 힐미>(MBC)에서 쌍둥이 남매 역할로 찰떡같은 호흡을 보여줬다면 이번 작품에선 첫사랑의 아이콘에서 못난이가 된 혜진(황정음)과 ‘찌질남’에서 ‘훈남’으로 변신한 성준(박서준)으로 분해 코믹하지만 흡인력 있는 연기를 선보이고 있기 때문. 이들의 호흡은 화제성으로 증명된다. CJ E&M이 공개한 콘텐츠 파워지수(CPI)에서 방송 첫 주 만에 총 264.6점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 MBC '그녀는 예뻤다’ ⓒMBC

이처럼 눈에 띄는 ‘케미’를 보여준 배우들에 대해서 네티즌들이 애정 섞인 신조어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KBS<비밀>의 지성, 황정음 커플이 <킬미 힐미>로 인기몰이 했을 당시 ‘지성이면 정음’이라는 말이 번질 정도였다. 이를 두고 유보라 작가는 “<비밀>은 (지성·황정음) 캐스팅이 뒤늦게 된 편이었다”며 “두 분이 캐릭터를 워낙 잘 잡아가니까 곧 그들의 말투나 습관을 따라 쓰게 됐다”고 전했다. 드라마의 인기를 배우들 간 연기 호흡에 공을 돌렸다.(<씨네21>, ‘비밀’의 그 작가, 유보라, 2015년 4월 6일자)

배우 간 ‘케미’가 드라마의 활력을 불어넣는다면 작가와 PD의 제작진 ‘케미’는 드라마의 완결성을 결정 짓는다. 배우 간 연기 호흡에 극본과 연출이 얼마나 잘 어우러지느냐가 관건인 만큼 방송계에선 작가와 PD가 작품을 위해 여러 번 의기투합하는 일이 잦다. 현재 사전 제작되고 있는 KBS<태양의 후예>의 김은숙 작가는 신우철 PD와의 콤비로 유명하다. <파리의 연인>(SBS)부터 <신사의 품격>(SBS)까지 7연타석 홈런을 치는 등 작품성과 상업성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김 작가는 “(신 PD를 두고) 서로 눈빛만 봐도 통하는 그런 사이”라고 말할 정도로 두터운 신뢰를 표했다.(우먼센스 인터뷰, 2011년 1월 28일자)

노희경 작가와 김규태 PD의 경우 마니아층을 겨냥한 ‘케미’를 보여주는 콤비다. 이들은 송혜교·현빈·조인성 등 배우들의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주는 동시에 드라마 자체로 뚜렷한 작품 세계를 구축한다. 작품성을 인정받고 마니아층의 사랑도 받았다. SBS<괜찮아 사랑이야>·<그 겨울 바람이 분다>, JTBC<빠담빠담> 등의 노 작가와 여러 번 작업해온 김 PD는 “작가 님은 올곧은 신념이나 가치가 드라마에서 드러나는 데 비에 비해 나는 가볍고 조금 다양한 것을 추구한다”며 “그게 충돌이 있으면서도 서로 보완해 주는 게 긍정적으로 시너지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스타뉴스>, 김규태 PD “‘그겨울’ 결말, 처음부터 해피엔딩”, 2013년 4월 10일자)

케이블 채널로 눈을 돌려보면 드라마 장르의 특성을 십분 살려 ‘케미’를 극대화하는 경우도 있다. 신원호 PD-이우정 작가는 tvN <응답하라 1994>·<응답하라 1997>에 이어 이 달 중으로 선보일 예정인 <응답하라 1988>까지, 정극의 무거움보다 예능적 요소와 추억을 환기시키는 콘셉트를 대폭 활용해 동시대의 삶을 살아온 시청자와의 ‘케미’를 극대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 tvN '응답하라 1988' ⓒCJ E&M

성공한 드라마처럼 보여도 ‘케미’에 대해선 갸웃거리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지난달 29일 SBS <용팔이>는 시청률 20.4%로 종영했지만 아쉬움을 많이 남긴 작품이었다. <용팔이>는 김태희와 주원의 조합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고, 방송 6회 만에 시청률 20%대를 돌파해 화제의 중심에 섰다. 하지만 극이 전개될수록 여진(김태희)과 태현(주원)의 로맨스에 대해서 시청자들의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전 남자친구 때문에 자살까지 감행한 뒤 3년 간 억울하게 잠들었던 여진이 복수가 태현과의 로맨스로 반전됐다. 시청자들은 태현과 여진의 멜로에 환호하기보다 느슨한 개연성이 오히려 배우들 간 ‘케미’를 방해했다며 볼 멘 소리를 했다.

신조어에서 일상어로 안착한 ‘케미’. ‘케미’는 방송가를 비롯해 대중 사이에서 드라마에 대한 주관적 잣대로 여겨지는 듯하다. 만약 배우들이 인상적인 연기 변신을 예고하고, 잘 나가는 PD와 작가가 다시 뭉친 어떤 드라마가 방영을 앞두고 있다고 치자. 방송이 나간 뒤 “진짜 캐미 돋아”라는 반응이 나온다면, 이어 회를 거듭할수록 반응이 계속된다면, 적어도 그 드라마의 성공을 예감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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