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사이’는 ‘마리텔’이 될 수 있을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교석의 티적티적]

추석특집 파일럿 중 KBS의 <여우사이>는 여러모로 주목할 거리가 많았다. MBC의 <마리텔>이 TV와 젊은 세대의 웹문화를 결합해 시청자들과 소통을 이뤄냈다면 <여우사이>는 라디오와 TV를 결합해 아날로그적 감수성과 추억, 라디오 세대의 소통을 주목했다. 라디오 매체의 붐업 프로젝트라는 당위 속에 라디오 매체 특유의 정서적 연대를 TV에서 부활시키려는 실험이었다. 출연진도 라디오를 통해 도시를 건설했던 유희열, TV의 4대천왕 정형돈, 웹과 SNS의 유병재 등 다양한 매체에서 활동한 멤버들로 구성되어 ‘추억담’이 아닌 시너지를 기대할 만했다.

물론 편집 구성, 그리고 어떤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과정을 소박하고 가족적으로 그려서 기대와 정서적 유대를 쌓는 방식은 나영석 사단에서 본 듯하고 소통을 화두로 내걸고 시청자들을 적극적으로 방송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은 <마리텔>에서 봤던 것이라 신선함은 살짝 떨어졌지만 <여우사이>는 추억이 주는, 라디오에 거는, 기대가 있었다.

▲ KBS 추석특집 '여우사이' ⓒKBS

유희열을 가장 재미없게 정의하면 B급 정서와 코미디다. 그는 웃음사냥꾼이 아니라 사설 사냥터의 오너에 가깝다. 음악적 감수성에 반전을 주고 웃고 떠들면서 쌓는 정서적 유대는 유희열이 그동안 가장 잘 했던 것이고, 그가 있었던 <음악도시><라디오천국><올댓뮤직> 등은 90년대 중후반에서 2000년대 중반까지 마지막 라디오 세대들이 향유하던 특정 서브컬쳐의 허브였다.

그런데 막상 <여우사이>의 시청률이나 이슈의 폭발력은 기대에 크게 밑돌았다. 일주일 만에 재방송을 편성했지만 역시나 붐업은 없었다. <마리텔>이 보여준 폭발적인 센세이션과는 거리가 먼 반응이었다. 그 이유는 이번 결합상품은 그만의 장점이 딱히 안 보이기 때문이다. <마리텔>의 경우 웹과 결합하면서 기존 TV예능이 보여주지 못했던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었다. 초아와 시청자가 모르모트PD를 매개로 대리 연애를 하고, 기존 예능에서는 볼 수 없었던 출연자들이 등장해 새로운 예능 콘텐츠를 창출했다. 편집이 가미된 TV 본방송과 날것의 인터넷 생방송은 각자의 볼거리를 제공하며 결합의 시너지를 냈다.

그런데 <여우사이>의 경우 라디오 부스를 스튜디오로 삼은 토크쇼 혹은 보이는 라디오를 조금 더 제대로 찍은 것 이외에 기존 틀에서 벗어난 것이 없었다. 라디오 팬을 자극할만한 건 유희열의 복귀 정도였고, TV 팬들을 자극할 요소는 사실상 없었다. 안타깝지만 정형돈과 유병재가 출연한다는 것만으로 사람들이 몰려오지 않는다. 물론, 그들은 웃음사냥꾼이다. 제작진과 인사를 나눌 때 특유의 4대천왕다운 거들먹거림, 그리고 YG의 선견지명이 증명되는 유병재식 코미디는 빛이 났다. 그런데 이런 웃음은 라디오라는 틀을 굳이 빌려오지 않아도 충분히 뽑아낼 수 있는 퍼포먼스였다.

▲ KBS '여우사이'에 작가로 합류한 유병재 ⓒKBS

의도도 좋고, 감성도 좋고, 소통도 좋지만 TV와 라디오가 함께하면서 줄 수 있는 무기가 반가움 외에 찾기가 힘들었다. 그것으로 정서적 연대는 불가능하다. 즉각적인 소통이 공기가 된 시대에 라디오적 감수성과 소통법을 TV에서 구현하는 매체간의 결합이 주는 장점은 “고마워하게 될 거예요. 저한테” 라고 말하는 정형돈과 ‘핫한’ 유병재를 섭외한 것 이외에 시청자 및 청취자에게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라디오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TV의 지원이 빛을 발하고 대중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선 둘이 합쳐졌을 때만이 할 수 있는 콘텐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방송분량과 구성 등 모든 면에서 요즘 환경에 맞는 고려가 필요해 보인다. 기존에 보지 못했던 볼거리를 전달해야 한다는 뜻이다. 사람들이 라디오를 잊거나 없어서 안 듣는 게 아니다. 단순히 라디오를 시청자들에게 보여준다고, 다시 라디오를 켤 리는 없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