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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막-드라마의 꽃, 드라마의 미래

[단막극을 말하다 ①] PD VS PD 김연지 기자l승인2015.10.19 10: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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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드라마스페셜2015’ 박진석 PD - 안준용 PD

단막극. 위태위태, 풍전등화다.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폐지되었고, 폐지되지 않은 경우에는 편성축소·지원축소 논란을 빚었다. 신인 작가와 배우를 발굴하는 장, 창의적 실험을 할 수 있는 무대로 가치를 증명해온 단막극이지만, 모진 풍파를 겪고 있는 중이다. KBS가 방송 3사 중 유일하게 단막극의 명맥을 지켜오고 있지만,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돼 있던 <KBS 드라마스페셜>이 올해에는 시즌제 형식으로 바뀌는 등 이마저도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하지만 드라마 PD들은 말한다. 단막극을 상업적인 잣대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단막극은 ‘드라마의 꽃’이라고.

앞서 작품성과 실험정신을 인정받으며 호평을 받은 KBS 단막극 <드라마스페셜2015>이 오는 24일 가을시즌으로 돌아오는 가운데, 이번 시즌에서 작품 하나씩을 선보일 박진석 PD((<낯선 동화>(11월 7일 방송 예정)), 안준용 PD(<짝퉁 패밀리>(10월 24일 방송 예정))와 서울 여의도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 오는 24일 시작되는 KBS 단막극 <드라마스페셜2015> 가을시즌에서 작품을 선보일 안준용 PD(좌), 박진석 PD(우)와 서울 여의도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성헌

나의 단막극, 나의 데뷔

박진석 PD(이하 박진석): 2014년 <부정주차>, <간서치열전>을 연출했다. 사실 나 혼자만 이렇게 생각하고 아무도 모르던데, 내 드라마에는 전반적으로 비슷한 정서가 흐른다. ‘안티 386’스러운 정서?(웃음) <부정주차>의 주인공은 자기가 식자층이라고 생각하면서 잘못된 근거로 세상의 선악을 규정한다. 그 모습을 통해 386세대의 독단적인 모습을 꼬집어 얘기하고 싶었고, <간서치열전>은 노골적으로 모 386 정치인을 보고 생각한 시나리오다. 진보를 자처했고, 굉장히 많은 사람이 따랐지만 사실 자기담론이 전혀 없던 사람. 나는 허균이란 사람이 그런 사람이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뭇 젊은이들의 지지를 받았지만 결국 처세에 능한 식자층이었던 사람. 그런 사람의 시각에서는 그저 바보일 뿐인 주인공들이 어떤 행동을 할 것인가, 그리고 자기가 존경하던 인물한테 배신당한 주인공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근데 국장님도 모르더라(웃음).

안준용 PD(이하 안준용): 나는 멜로를 좋아해서 첫 드라마로 2013년 <비의 나라>라는 단막극을 하게 됐다. 당시 방송편성이 되게 많이 바뀌었다. 회사에서 단막극을 축소하려던 시기라서 방송 날짜가 계속 변경됐는데, 결국 초여름 편성이었던 드라마가 9월에 방송됐다. 차기작도 원래 수영선수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를 준비 중이었는데 제작비 문제로 엎어졌고. 여러 가지로 복잡한 감정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이후 미니시리즈를 잠깐 했고, 다시 돌아와서 <추한사랑>이라는 단막극을 작년에 했는데, 나에게는 의미가 무척 큰 작품이었다. 처음부터 내 아이디어로 기획해서 직접 극본을 썼으니까.

사회: 두 PD의 드라마, 성격이 많이 다른 것 같다.

박진석: <간서치열전> 편집을 북적북적 끝냈는데 <추한사랑> 예고편이 떴더라. 근데 진지한 멜로물의 감성이 막 올라오는 거다. <간서치열전>에는 얄팍한 인물들이 나와서 키득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음악이 착 깔리면서 ‘이런 멜로 보셨나요?’ 이런 느낌의 예고편이! 와, 간지가 난다, 라고 생각했다.(웃음)

안준용: 가을마다 단막극으로 사랑 이야기를 한 편씩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올해는 어쩌다보니 멜로 대신 코미디를 하게 됐다.(웃음)

박진석: 드라마 PD들은 다른 분야 PD들에 비해 데뷔가 늦다. 데뷔가 늦어지면 지치거나 하지 않냐고 물어보기도 하는데, 오히려 난 입봉할 때 좀 겁이 나더라. 이야기 하나를 스토리텔링 해야 할 때 딱 느낀다. 너무 빨리 입봉했나? 물론 우리는 협업으로 가긴 하지만, 한 프로그램에 메인 연출자는 한 명이니까. 자기가 모든 이야기를 대본부터 만듦새까지 다 컨트롤해야 되니까, 그 부분에 대한 부담이 커서 그런지 데뷔한다고 마냥 신나고 그런 마음은 아니더라.

단막극 vs 연속극

▲ 오는 24일 시작되는 KBS 단막극 <드라마스페셜2015> 가을시즌에서 작품을 선보일 박진석 PD, 안준용 PD와 서울 여의도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성헌

사회: 일반 드라마에 비해 캐스팅이나 제작비 문제로 어려움은 없나?

안준용: 다음 주말에 촬영을 나갈 예정이었는데 아직도 주인공 캐스팅이 안 되어서 기다리는 중이다.(웃음) 나도 좋은 배우랑 일을 하고 싶으니까 기다리는 것이지만, 확실히 단막극이 고정 편성이던 시절, 특히 방송 3사에서 다 단막극을 하던 시절과 비교하면 확실히 영향력이나 존재감이 작아지긴 한 것 같다.

박진석: 그런데 배우들을 보며 내가 느끼기에는 오히려 예전보다 단막극에 대해 많이 너그러워졌다는 생각이 든다. “단막극 한번 해보고 싶어요!”하는 배우들이 생각보다 많아졌다. 물론 스케줄이나 개런티를 못 맞춰주는 문제가 발생하는 건 있지만. 제작비는 연속극과 비교하면 정말 많이 부족하다. 작년에는 단막극이 27편 방송됐는데, 총 제작비는 20억 정도가 들었다.

안준용: 편당 대략 8000만원 정도였다. 간혹 전파진흥원이나 콘텐츠진흥원 등에서 지원을 받게 되면 2000만원 정도가 더 추가된다.

박진석: 내 입봉작 <부정주차>의 경우도 8000만원에 전파진흥원 지원을 받아서 1억을 채웠다. <간서치열전>은 콘텐츠진흥원에서 상을 받아서 제작비 1억원을 받았고, 회사 자체 제작비는 4000만원 정도가 들어갔다. 단막극 치고는 꽤 많은 제작비가 들어간 편이다.

▲ 오는 24일 시작되는 KBS 단막극 <드라마스페셜2015> 가을시즌에서 작품을 선보일 박진석 PD, 안준용 PD와 서울 여의도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성헌

사회: 배우들의 인식이 변화한 경향이 있다고 했는데, 이유가 무엇일까?

안준용: 아직 캐스팅을 못하고 있는 나로서는 할 말이 없다.(웃음)

박진석: 물론 그렇다고 캐스팅이 쉬워지고 그런 건 아니지만, 배우들도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고 싶은 게 아닐까 싶다. 자기에게 주어지는 역할이 미니시리즈에서는 고정화된 경향이 있지 않나. 그것과 다른 색다른 역할을 해보고 싶어 하는 분들도 있고. 한편으로는 자신의 연기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경우도 있고. 그냥 인간적으로, 친한 연출자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서 출연해 주시는 분도 있다. 말하자면 우정 출연 같은.

안준용: 나는 다른 드라마와 비교해 단막극이 갖는 가장 큰 차이는 ‘전체 그림’을 갖고 있다는 점인 것 같다. 연속극의 경우, 한국 드라마 제작 시스템에서는 전체 기획이나 대본에서 결말이 없는 채로 제작에 들어가고 방송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단막극은 어찌됐든 완결된 이야기가 있는 상태에서 촬영에 들어가니까, 이 부분에서 많은 차이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배우들도 연속극을 하면서는 자기 배역이나 스토리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태로 연기를 해야 하지만, 단막극은 전체 그림을 볼 수 있으니까. 그런 갈증을 풀고 충족감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단막극, 꽃

▲ KBS <드라마스페셜2015> ‘짝퉁 패밀리’ ⓒKBS

박진석: 단막극, 사실 돈이 안 된다. 작년에 20억원 정도 제작비 지원해서 회수한건 18억 정도 된다고 들었다. 기존 드라마와 비교하면 수익성, 확실히 없다. 수익성 논리만으로 이야기를 한다면 사실 할 말이 없다.

단막극은 한회로 끝나기 때문에 고정 시청층이 두터워지기 어렵다. 이를테면 내가 <간서치열전>을 연출하던 시기를 생각해보면, 내 단막은 추리사극이었는데 그 다음 단막으로는 정통멜로가 나왔다. 두 장르는 시청층이 분명히 다르다. 사실 일부 마니아를 제외하면 ‘단막극’이라는 이유로 챙겨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각자 자기가 좋아하는 장르를 시청하는거지. 그러다보니 매번 다른 작품을 내보내는 단막극은 시청률이 쌓일 수 있는 구조 자체가 되지 못한다. 그러니 수익성으로 말한다면, 그렇다, 수익성이 없다. 하지만 수익성 논리 그 이외의 요소들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는 단막극이 존재해야 한다고 말하는 거다.

안준용: 수익성이란 걸 잣대로 삼는 게 나는 단견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교양프로그램은 수익성이 없어도 되나? 다큐는 수익성이 없어도 되나? 드라마나 예능은 오락성이나 상품성만 있어야 되나? 그런 단순한 이분법으로 보면 단막극 자체가 돈을 못 버니 없애야 한다고 이야기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단막극, <드라마 스페셜>이 드라마 PD들에게는 ‘꽃’이라고 생각한다. 배우들, 작가들이 오랜 시간동안 자기 안에서 가꾸고 심어온 것을 대중에게 내어놓듯이, 감독들도 마찬가지다. 내어 놓은 결과물을 보면서 사람들은 즐거워하고 감동을 느끼기도 할 것이고. 단막극은 드라마 PD들에게는 꽃 같은 존재다.

그 꽃은 예쁠 수도 있고 못생길 수도 있다. 그 꽃이 화려하고 향기도 많이 난다면 그 자체로 상품이 되어 비싼 값에 팔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꽃은 꼭 팔려고만 있는 건 아니다. 물론 돈을 버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냥 보고만 있어도 기분 전환이 될 수도 있고 아름다움을 느낄 수도 있고, 사람마다 꽃마다 각기 다른 효용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당장 이 꽃을 키우는 데 드는 돈보다 팔아서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느냐의 잣대로 꽃의 가치를 평가하는 건 장사꾼의 생각이다.

우리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차원에서 방송사에서 일하고 있지만, 방송사에 장사꾼만 있는 건 아니다. 장사꾼의 논리로 방송을 한다면, 왜 수신료를 받고, 왜 방송인이라는 사람에게 전파에 대한 권리를 주겠나.

나아가서, 못생긴 꽃이 탐스러운 열매를 맺을 수도 있는 것이다. 당장 돈이 안 된다고 그 꽃을 꺾는 건 근시안적인 생각이라고 본다.

누군가 자기 꽃밭에 들어와서 마구 꽃을 꺾고 당장 열매로 바꿔오라고 호통을 친다면, 화가 나지 않는 주인과 농부가 어디 있겠나. 단막극을 없애고 축소하려는 것에 대해 드라마 PD들이 갖는 감정이 바로 이렇다.

다양한 이야기를 하는 것도 공영방송의 역할

▲ 박진석 KBS 드라마 PD. ⓒ김성헌

박진석: 한편으로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도 비슷한 결론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영방송으로서 할 수 있는게 뭔가. 공익적인 이야기를 하거나 교육적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시청자에게 문제의식을 심어주는 것만이 공영성이고 공영방송의 역할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방송사들이 만들어내는 프로그램의 품질, 문화 수준에 대해 공영방송이 갖는 책임이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 꼭 훌륭하고 교훈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만이 아니라, 다양한 이야기를 시청자에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수익 논리 중요하고, 공익적 이야기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공영방송은 무엇보다 다양한 이야기를 한다는 점에 그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단막극도 그렇다. 고정된 주제를 넘어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면서 계속해서 답을 찾아 나가는 것이다.

시대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드라마의 공식이 있다. 그런데 그것 말고도 다른 무언가를 모색하고, 이런 것도 좋지 않아요? 하고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게 단막극의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우리 <드라마스페셜>은 완성도와는 별개로 다양한 장르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실험이라면 실험이라고 생각한다.

간혹 고독한 예술주의로 오해를 받기도 하는데, PD는 결국 대중에게 ‘먹히는’ 걸 하고 싶은 마음으로 직업을 택한 사람들이다. 그렇지만 개개인으로서는 당연히 남들과는 다른 드라마를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을 거다. 난 그런 욕심은 내도 된다고 생각한다. 공영방송이니까.

사회: 확실히 단막극에서는 일반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는 장르가 많다. 올해 KBS 단막극이 그런 면모를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단막극이 공영방송의 책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안준용: 꼭 공영방송이라서 필요하다는 게 아니다. 드라마 산업 전체를 위해서다. 드라마를 보면 딱 고정된 포맷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정해진 틀을 볼 수 있는데, 시청자들은 늘 더 재밌는 드라마를 보고 싶어 한다. 단막극은 새로운 포맷, 새로운 내용, 새로운 유행을 발견할 수 있게 해주는 창구다. 한국 드라마가 이렇게 많은데도 외국 드라마를 찾아보는 이유가 무엇이겠나. 우리는 단막극을 통해 그런 부분을 실험·확인해볼 수 있고, 시청자들은 더 다양하고 새로운 드라마를 볼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 이게 단막극의 역할이다. 기성품도 계속 변하기 마련인데, 늘 같은 틀의 기성품으로만 존재하는 드라마가 과연 매력 있을까? 단막극의 존재 의미를 여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 안준용 KBS 드라마 PD. ⓒ김성헌

단막극? 경쟁력?

사회: 단막극도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이 지적이 모순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박진석: 경쟁력이란 단어는 경우에 따라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넌 왜 ‘잘 먹히는’ ‘뻔한’ 이야기를 하지 않니? 라는 질문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고. 넌 왜 ‘막장’을 하지 않니? 왜 불륜 이야기를 하지 않니? 라고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계속 경쟁력 있는 드라마 만들려고 노력한다. 단막극이 비주류인 것을 부정하진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PD들이 ‘나는 비주류로 가야지’라고 생각하며 만들지는 않는다. 음악에는 언더그라운드가 있지만, 우리는 ‘인디 드라마 PD’들이 아니다. 할 수 있다면 더 많이 사랑받는 드라마를 하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다만 나만의 색깔을 찾아 다른 방식으로 가겠다는 거지. 나의 길만 가겠다, 이런 게 아니다.

안준용: 경쟁력이란 말, 늘 듣는 말이다. 회사에서도 시청자에게도. 근데 그건 사실 시청률을 다르게 표현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양적인 경쟁력이라면 시청률을 얘기하는 건데. 사실 시청률은 연출력으로만 결정되진 않는다. 그건 편성전략이라고 본다. 예를 들어 어떤 단막극이 다른 프로그램의 결방 사태로 인해 원래 시간보다 한 시간 방송됐다고 하자. 그런데 그게 저조한 시청률이 나왔다. 그럼 그건 경쟁력이 없는 걸까?

어떤 프로그램이 굉장히 늦은 시간대에 편성이 되면, 프로그램의 퀄리티가 시청률에 미치는 영향력은 5%도 되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존경하는 봉준호 감독이 단막극을 만들어서 기존 단막과 똑같이 편성한다고 치자. 시청률이 잘 나올까? 나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경쟁력이라는 것을 얘기한다면 다양한 요소들을 보고 얘기해야 하지 않을까.

박진석: 그 얘기를 들으니 생각나는데, 지금은 JTBC가 자리를 잡긴 했지만, 초반에 굉장히 많은 종편사와 케이블이 PD, 작가 등을 다양한 분야에서 스카우트 해갔다. 방송사의 경쟁력을 갖추려면 우수한 제작진을 뽑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꼭 그것만으로 성공하는 건 아니다. 물론 훌륭한 제작진은 필요조건이지만, 그게 충분조건은 아니다. 정교한 편성전략을 짜고, 경쟁력 있는 편성표를 만들고, ‘편성전쟁’을 해야하는 것이다.

자기 채널의 이미지를 만드는 것은 전사적으로 사실 굉장히 필요한 것이다. 제작만이 프로그램의 전부가 아니듯, 시청률 역시 마찬가지다. 제작만으로 소위 말하는 경쟁력이 결정되진 않는다.

안준용: 물론 드라마 PD로서는 어쨌든 손님을 많이 모으는 게 우리 책임이며 사명이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부정하거나 “우린 잘했는데 다른 게 문제”라고 말하고 싶은 건 아니다. 하지만 흔히 단막극을 없애기 위한 논리로 경쟁력을 이야기하기 때문에, “경쟁력이 없으니까 단막을 없애야 해”라고 말할 때는 복합적인 부분들을 생각하고 판단해야 한다는 거다. 단순한 논리에 오류가 있다.

▲ 안준용 PD(좌)와 박진석 PD(우). ⓒ김성헌

시즌제·편성변경···지상파 유일 단막극의 수난시대

사회: 편성요일이 또 한 번 변경되었고, 시간대도 심야 시간대로 늦어졌다는데?

박진석: 편성국에서는 단막극이 드라마국의 메인상품은 아니라고 당연히 생각할 테니까, 빈틈 찾아서 메우듯 자리가 바뀌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가 싶기도 하다. 당연히 정규 편성이 되길 바라지만.

안준용: 같은 시간대에 계속 방송이 나가는 건 몹시 중요하다. 편성은 습관 같은 거라서, 일요일 밤에 방송되던 시절이 심야시간 방송인데도 불구하고 시청률은 안정적인 편이었다.

사회: 의아한 점이 있다. KBS가 올해 단막극을 시즌제로 변경하면서 내세웠던 건 ‘금요일 밤 황금 시간대 편성’이 아니었나? 그런데 또 편성시간을 변경하다니 이상하다.

안준용: 원론적으로 보면 편성정책자들이 결정 할 사안이긴 하지만, PD들 입장에선 그런 부분이 불합리하게 느껴지긴 한다.

박진석: 어떤 프로그램이든 시간대를 바꾸면 시청자들은 헷갈리는 게 당연하다. 편성국에서 전략을 짤 때 합리적인 논의와 판단 끝에 결정한 것이겠지만, 단막극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

안준용: <드라마스페셜>이 정규 편성에서 시즌제로 바뀌었는데, 그마저도 이제는 편성요일과 시간마저 바꾼다고 하는 것이다. 정규 편성도 잃었는데 시간마저 계속 바뀌는 거니까, 콘텐츠창의센터가 처음의 말을 어긴 건 맞다고 생각한다.

사회: 시즌제로 변경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땠나?

박진석: 작년만 해도 20편 넘게 방송이 됐는데 편수가 줄어든 점이 일단 아쉽다. 어디에 방점을 두고 생각하느냐의 문제인데 사측이나 경영진, 편성 쪽에서는 수익성 논리로 편수를 줄이는 게 맞다고 판단한 거다. 그렇게 결정하게 된 생각의 과정부터가 몹시 아쉽다.

안준용: PD들이야 당연히 시즌제를 반대하는 입장이 많았다. 하지만 우리도 회사에 소속된 입장이니 회사의 결정을 따라야 하는 불가피한 상황이 있었다.

박진석: 작년에 단막극 제작비는 20억원 정도였는데, 그 20억원이 없어서 단막극을 축소하는게 아니다. 그냥 회사가 ‘돈 안되는’ 그런 분야에 돈 쓰는게 옳지 않다고 판단했으니까 이렇게 운영하는 거다. 그리고 그 운영방침이 맘에 들지 않는 건 사실이다.

안준용: 원래 콘창센터는 올해 20여편 정도의 단막극을 100분짜리 긴 형식으로 방영하겠다고 했었다. 제작비와 편성시간을 많이 지원하는 것처럼 얘기했었다. 당시 드라마 PD들도 비대위를 만들어 면담을 했었는데, 애초의 계획은 3~4월에 8편이 방송되는 것이었다. 근데 처음의 그 편성정책이 짧은 기간에 빠르게 바뀌었고 결과적으로 4편만 나가게 됐다. 그러면서 본의 아닌 시즌제가 된 거다.

말하자면, PD들은 올해 단막극을 시즌제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인 게 아니었다. 봄 4편, 여름 5편, 나머지 6편, 이런 식으로 나갈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원래 24편 방영을 얘기했으니까, 정규편성은 아니더라도 이전과 비슷한 정도의 편수가 방영될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최소 편수로 제시되었던 15편이 결과적으로 현실이 된 거다. 그리고 단막극은 예능 프로그램, 프로듀사, 오렌지 마말레이드 등의 편성 사이 빈틈을 메꾸는 결과적 편성이 됐다.

▲ 박진석 KBS 드라마 PD. ⓒ김성헌

박진석: 최저임금이 법적임금이 된 것 같은 그런 사례다. (웃음)

안준용: 제작비도 점점 줄이고 있고 시간도 줄고 있고..

사회: 작년과 제작편수 차이가 많이 나는데, 단막극의 기능이라고 이야기되는 데뷔의 기회, 새로운 실험의 기회 등이 실제로 많이 줄어들었다고 체감하는지?

안준용: 당연하다. 줄어들었다. 올해는 데뷔한 PD가 4명뿐이고, 극본공모작도 3편뿐이다. 예전에 전체 파이가 컸을 때 차지하던 비중과 비교하면 훨씬 줄었다. 그마저도 내년에 또 편수가 줄어들게 된다면, 사실상 공모작이 아닌 작품은 설 기회가 아예 없어지는거다.

박진석: 이런 연구가 나왔으면 좋겠다. 초년 시절에 단막을 연출한 편수와 이후 시청률의 상관관계.(웃음) 나는 유의미한 관계가 있을 거라고 본다. 기획을 많이 했거나 자기색깔을 갖춘 선배들을 보면 자의든 타의든 단막을 많이 연출한 경우가 많다. 10여편을 한 사람도 있고. 그땐 단막의 기회가 훨씬 많았으니까. 마라톤을 잘 뛰는 가장 좋은 연습은 마라톤이듯, 연출을 잘 하려면 연출을 많이 해볼 수밖에 없는데 그런 기회가 줄고 있는 건 명백한 사실이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단막극은 선수를 키우는 데뷔의 장이기도 하지만 어떻게 하면 시청자와 더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연구하는 장일 수도 있는데. 그런 점에서 단막극의 편수가 줄어들고 있는 현실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굉장히 불안하다.

안준용: 지난 여름 방송된 <라이브쇼크>를 예로 들어보면, 사실 좀비물은 성공하지 못할 거란 인식이 지배적이지 않나. 근데 어떤 코드가 시청자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인지 여부는 사회적 상황이나 문화적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근데 그걸 무엇을 통해 시도하겠나? 단막극이다. 단막극을 통해 시청자 욕구도 확인해볼 수 있는 거다.

사회: 데뷔한 PD와 작가의 수 등을 근거로 단막극 요구를 더 할 수 있지 않나?

안준용: 지금도 요구를 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요구할 것이다. 그런데 전체적인 드라마 산업이 위축된 상황에서 지상파 시청률도 줄고 있고, 광고도 사실 예전보다 줄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서 경제적 상황만 보면 낙관적이지는 않다.

박진석: 조급증의 문제인 것 같다. 뒤집어 보면 단막극을 당장 폐지하거나 축소하는게 회사를 위해서도 크게 도움이 되는 건 없다. 제작비 20억원을 세이브한다는 건데, 적자를 만들 요소를 없애자는 건 알겠지만 20억 세이브 한다고 뭐가 크게 달라지나? 아니다. 그냥 조급한 거다.

지상파 드라마의 상황이 좋지 않은 것도 알겠고, 그래서 이런저런 시도를 하고 싶어하는 것도 알겠는데, 오히려 장기적으로 보면 단막극은 있어야 한다. 공영방송 책무이기도 하지만 방송계 드라마 시장을 선두한다는 부분에서 단막극의 역할을 찾아낼 수 있는데, 거기까지 볼 정신적 여유가 없는 것 같다. 모든 장르가 그렇지만, 인프라가 계속 쌓여 가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공익성과 수익성?

▲ 안준용 KBS 드라마 PD. ⓒ김성헌

안준용: 교양국과 기제국은 공익적이고 계몽적인 부분을 담당하고, 예능국과 드라마국은 오락성과 수익성을 담당한다는 기계적인 이분법이 있는 것 같다. 사실 <드라마스페셜>이 공익적인가 아닌가, 공영적인가 아닌가, 이런 논리로 보는 것도 극히 일부의 시각이다. 사실 ‘드라마’라고 하면 일단 공익성의 영역에서는 제외된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지 않나.

박진석: 어떤 프로그램이든 그 배합 정도만 다를 뿐이지, 사실 근본적으로는 같다고 본다. 공익적 프로그램과 상업적 프로그램으로 이분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흔히들 공익적으로 생각하는 프로그램에도 당연히 대중성이 있어야 된다. 아무리 좋은 문제의식을 담고 있어도 시청자가 외면하면 안되니까. 뒤집어 생각해보면 기제국이나 교양국 동료들도 시청률 의식한다. 마찬가지인 것 같다. 드라마는 무조건 상업적인 기준으로 평가해야 하나? 그럼 우리 모두 선정적이고 말초적인 드라마를 만들 수밖에 없다.

안준용: 드라마 제작비가 얼마고 수익이 얼마 나왔고, 적자니까 없애자, 뭐 이런 결정의 논리에는 이분법적인 관점이 있다고 본다. 그런 관점에서 단막극을 없애도 된다고 이야기기한다면, <6시내고향>은? <추적60분>은? 다른 프로그램들은 왜 있어야 하느냐고 나도 얘기할 수 있다. 그런 결정의 논리들이 단견이고 근시안적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드라마가 만약 산업이라면, 그 산업에 드는 기본적인 비용은 전혀 투자하지 않으려는 생각이 얼마나 모순적인가 하는 얘기다.

단막극의 미래?

▲ 오는 24일 시작되는 KBS 단막극 <드라마스페셜2015> 가을시즌에서 작품을 선보일 박진석 PD, 안준용 PD와 서울 여의도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성헌

사회: 단막극의 미래를 예상해본다면?

안준용: 디스토피아. (웃음)

박진석: 장르로서 존립여부에 대한 전망을 묻는 것이라면, 결국 KBS가 방송시장에서 스스로 어떻게 자리매김하려고 하는지와 연관 있을 것 같다. KBS를 운영하는 분들이 KBS의 사회적 위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본다.

난 입사 면접 때 왜 KBS에 입사하려고 하냐고 묻길래 KBS가 방송시장의 스탠다드를 제시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는데, 그런 의미에서 드라마 시장을 어떻게 선도하고 자정 작용을 하고, 대안을 제시할 것인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회사라면 당연히 단막극을 유지할 것이다.

하지만 만약 KBS가 단순히 산업적 생존에 방점을 두는 회사라면, 단막극을 없앨 가능성도 물론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KBS가 어떻게 자리매김 하느냐에 따라 다를 것이다.

안준용: 어쨌든 지금의 상황을 봤을 때, 단막극의 존폐 여부를 묻는다면 나는 비관적이다. 그래서 항상 단막극을 할 때마다 이번 단막극이 나의 마지막이 될지 모른다는 마음으로 만들고 있다.

박진석: 아마 PD들의 마음은 다 비슷할 거다. 단막극이 조만간 없어질 수도 있겠구나, 하고. 그런 불안감을 항상 갖고 있다. 하지만 시청률에 속박되지 않고, 이야기 본연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게 단막극이 아닌가. 이걸 보는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의미를 찾는 계기가 될 수 있길 바라면서 단막극에 도전하기 때문에, 단막극이야말로 다른 의미를 제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단막극을 말하다' 다른 글 보기]

① PD VS PD KBS ‘드라마스페셜2015’ 박진석 PD - 안준용 PD
② 드라마 PD 10명이 추천한 단막극 10편
③가을밤을 위한 단막극 여섯 편, '드라마스페셜 2015' 가을시즌 컴백


김연지 기자  onmymind@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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