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드라마의 윤리적 기준은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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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의 On Air] MBC 주말특별기획 ‘내 딸, 금사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가 21일 방송심의소위원회(이하 방송소위)를 열고 어린 아이들이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미친 사모님”, “식충이” 등으로 표현하는가 하면 며느리의 혼외자식을 다른 아이와 바꿔치기 하는 등 이른바 막장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MBC 드라마 <내 딸, 금사월>(9월 6일·10일·12일·13일 방송분 등)에 대한 심의를 진행했다. 그 결과 심위위원들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25조(윤리성)·제44조(수용 수준)·제45조(출연)를 위반했다고 판단해 방송사 재허가 시 감점요인이 되는 법정제재인 ‘주의’(벌점 1점) 3인, ‘경고’(벌점 2점) 2인의 의견을 냈다. 최종 제재수위는 전체회의를 통해 결정이 난다.

■일시: 2015년 10월 21일 오후 3시

■참석자: 방송심의소위원회 소속 위원 5인 전원 (김성묵 부위원장(소위원장), 장낙인 상임위원, 고대석·박신서·함귀용 위원) / 의견진술-김진만 드라마국 2CP

■방송내용
<내 딸, 금사월>은 어린 아이들이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미친 사모님”, “식충이” 등으로 표현하는가 하면, 사위와 장인이 몸싸움을 하던 도중 장인이 절벽 아래로 떨어지고 사위가 이를 무마시키는 줄거리, 며느리의 혼외자식을 다른 아이와 바꿔치기 하는 내용 등을 방송했고 이에 주말드라마에서 청소년이 보기 부적절한 내용 등을 방송해 비윤리적이라는 민원이 제기됐다.

■관전 포인트
① 담당 CP(책임프로듀서)는 <내 딸, 금사월>에 대해 ‘막장 드라마’라고 하는 것은 억울하다고 했다. 시청자 입장에서 <내 딸, 금사월>은 막장 드라마인가, 아닌가?

② ‘권선징악’이라는 주제를 드러내기 위해 드라마가 표현할 수 있는 수위는 어느 정도까지일까. 과연 어디까지가 막장이고 어디까지가 막장이 아닐까?

■예상 위반 조항
①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25조(윤리성) 방송은 국민의 올바른 가치관과 규범의 정립, 사회윤리 및 공중도덕의 신장에 이바지하여야 한다.

②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44조(수용 수준) 청소년시청보호시간대의 방송은 시청대상자의 정서 발달과정을 고려하여야 한다.

③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45조(출연) 방송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그 품성과 정서를 해치는 배역에 출연시켜서는 아니 되며, 내용전개상 불가피한 경우에도 그 표현에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참고
① <내 딸, 금사월>의 김순옥 작가는 <왔다! 장보리>(MBC), <천사의 유혹>・<아내의 유혹>(SBS) 등 ‘막장 드라마’라는 비판을 받은 드라마를 집필한 바 있다.

② 장근수 MBC 드라마 본부장은 지난 4월 22일 극중 인물 사이에서 벌어지는 잦은 막말과 폭력, 그리고 자주 등장하는 사주 등 점술 관련을 방송한 MBC <압구정 백야>와 관련해 방심위에 의견진술을 위해 출석한 바 있다. 당시 장 본부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결국 작가의 문제, 시스템의 문제로 귀착되는데 벗어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MBC)는 내년부터 막장 드라마를 안 하기로 했는데 (막장의 범위가) 너무 광범위 하니 (일단) 출생의 비밀만은 없는 드라마를 만들기로 했다. 그래서 준비하던 작품들에 대해서도 작가와 기획자를 불러 회의를 했다. 혼란스러워도 이런 정책을 고수할 수밖에 없기에 내년도 기획서를 새로 받고 있다.”

▲ MBC 주말특별기획 <내 딸, 금사월>. ⓒMBC

■심의 On Air

-제작진 의견진술 및 질의응답

김진만 드라마국 2CP(이하 김진만 CP): 드라마의 큰 주제인 권선징악, 선을 권장하고 악을 징벌한다는 드라마의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서 50부작 드라마의 앞 10회까지 처벌해야 하는 악을 세팅하는 과정에서 여러 미흡한 점을 제작진이 발견하고 향후 제작에 있어서 좀 더 세밀하게 보완하고 수정해나가기로 했다.

박신서 위원: MBC 드라마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MBC 내부적으로 여러 조치를 취한다고 했는데, 잘 되어 있나?

김진만 CP: MBC 드라마국에서도 소위 막장이라 표현되는 저품격 드라마에 대해서 연출들 자체가 그런 드라마 연출을 꺼려하고, MBC에서는 이제 더 이상 동의할 수 없는 전개에 대해 지양하겠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다만 <내 딸, 금사월>을 (막장 드라마와) 같은 시선으로 봐주는 것에 대해 억울함을 느낀다. 이 드라마는 주제 자체가 명확하게 ‘권선징악’이다. ‘악(惡)’을 세팅하는 과정에서 디테일하게 살피지 못해서 시청자에게 불편을 끼친 부분은 인정한. 드라마를 좀 더 지켜봐 달라.

박신서 위원: 비윤리적 상황 전개 등이 문제다. 특히 아이들 캐릭터를 통해 나오는 행동 등이 너무나 억지 설정 같다. 아이들의 생각과 행동을 그런 식으로 표현하는 게 극단적이지 않나?

김진만 CP: 아이들이 이 드라마에서 욕을 한 적은 없다. 보육원 사고 장면과 관련해서 어린 혜상 역을 맡았던 아역에 대해 여러 이야기가 있다. 25년에 걸친 이야기를 8부에 담느라 디테일 하지 못하게 가면서 성긴 부분이 있지만, 아역 입장에서는 학수고대하던 멋있는 아빠가 데리러 가기로 했는데 고아원 원장이 막게 되는, 직설적 감정을 표현하는 정도였다. 영화나 단막이 아니라 짧게 설명하는 부분이라 시청자가 거칠게 느꼈을 거라 생각하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제작진이 좀 더 신중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신서 위원: 욕은 안 했다지만 “미친 사모님” 등 아이들 입에서 나오는 거라 생각하기 힘들다.

김진만 CP: “식충이”, “미친 사모님” 표현에 대해서는 조금 더 신중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본단계에서부터 부적절한 언어를 좀 더 순화시켜 나가도록 하겠다. 달래, 찔래도 천방지축 캐릭터를 구축하기 위해서, 그런 것들을 코믹스럽게 넣은 장면인데 앞으로는 코믹스런 장면들도 좀 더 순화해서 진행하겠다.

장낙인 상임위원: 의견진술 내용을 들으면 드라마 주제가 권선징악이다. 그 과정은 막장적 요소를 넣어서 내용 전개상 어쩔 수 없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하는 건가?

김진만 CP: 그렇지 않다. 주인공이 고난과 고통을 받고, 악역 속에서 꿋꿋이 이겨내는 과정이 권선징악이라는 주제를 통해서 나타나고, (시청자들은 이를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얻는 것이다. 그렇다고 막 아무렇게나 할 수는 없다. 제작진도 그런 부분은 세밀하게 살펴야하고, 이번 경우(심의)를 통해서 더 확실히 느끼고 있다.

장낙인 상임위원: 드라마가 갈등 구조라 없으면 잘 안되겠죠. 그런데 상식적 선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갈등구조라면 다르겠지만, 상식선을 넘어가는 갈등구조를 억지로 만드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 막장 드라마라는 이야기가 나오게 된다.

김진만 CP: 권선징악이라는 이야기를 다루다보면 제작진의 능력이 한계일수도 있고 동어반복, 유사한 전개가 많이 있다. 그런 부분은 주의해야겠지만, <내 딸, 금사월> 제작진의 입장에서 그런 생각을 해본다. 우리가 반 농담 삼아, ‘가족스릴러 시트콤’이라고 한다. 박원숙 씨, 달래, 찔래 어린아이, ‘악’이라 표현되는 부분에서 권선징악의 악적인 측면도 있지만, 시청자 입장에서 눈살을 찌푸리고 ‘말도 안 돼’라는 측면보다는 권선징악 위해 세팅한 악이다. 대신 그 악을 코믹하게 표현해보겠다고 제작하고 있다. 표현되는 악행들이 아주 진지한 이야기가 아니라 주제 표현의 수단으로, 시트콤처럼 접근하고 있다. 위원님들께서 그 부분에 대해 대본으로 써진 것보다 좀 더 코믹적 요소를 유념해서 하고 있다는 걸 감안해 달라.

김성묵 부위원장: 이 드라마가 개인적으로 봤을 때 좋은 드라마라고 생각하나?

김진만 CP: 재밌는 드라마고 결론적으로 아까 말한 대로 정의는 승리한다는 이야기를 건축 이야기를 통해 보여드릴 거라 생각한다.

김성묵 부위원장: 우리가 연초에 막장 드라마가 문제가 돼서 규제하면서 토론회도 열었다. 거기서 나온 결론은,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서 과정이 제외되는 것은 사면될 수 없는 부분이라고 했다. 토론회를 하고 난 뒤에 방송 3사 중심으로 드라마가 건전해졌다는 평도 있었다. 민원 자체가 없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KBS나 SBS는 민원이 없다. <내 딸, 금사월>은 민원이 들어왔다. 시청자가 어떻게 느끼는지 여실히 증명되는 부분이다. 우리가 봤을 때도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서 과정이 이래도 괜찮고 저래도 괜찮고 그렇게 말하는 건 상당히 잘못됐다고 본다.

김진만 CP: 결론을 위해서 과정이 상관없다는 말을 한 것이 아니다. 전달 과정에서 그렇게 심각하게 전달하려는 게 아니고, 사실 대부분의 드라마들이 권선징악이라는 전형적인 표현을 하고 있지만, 진지하게 접근하는 드라마가 있고, 우리는 대중의 시청행태와 반응을 염두에 두고 (진지함과 코믹을) 적절히 가미해서 가고 있다.

함귀용 위원: 어린아이를 가지고 너무 장난친 거 아닌가. 어린아이 정서 함양에 좋지 않겠다고 생각한다. 어린아이는 좀 밝은 모습으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김성묵 부위원장: 여기서 이야기된 부분들을 숙고해 달라. 민원이 지속적으로 또 올 가능성이 크다. 민원이 오면 우리는 심의를 안 할 수 없다. 다시 논쟁이 되어야 하고, 그런 걸 피해가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고, 또 그게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거라 본다. 명심해주길 바란다.

▲ MBC 주말특별기획 <내 딸, 금사월>. ⓒMBC

-심의 의견

박신서 위원: 법정제재 이상은 받아야 한다고 본다.

함귀용 위원: ‘주의’(법정제재, 벌점 1점) 의견을 내겠다.

고대석 위원: 심하다는 생각은 안 든다. 물론 심의규정 위반은 있지만, 말 그대로 드라마틱한 전개를 감안해서 ‘주의’ 의견 내겠다.

김성묵 부위원장: KBS나 SBS는 한 건도 안 올라왔다. 전에 주의를 받은 것(MBC 아침드라마 <이브의 사랑>)도 MBC고 이번 것도 MBC다. 경고성으로 가야 한다. 주의를 주면 별 거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우리가 (막장 드라마의) 문제점을 지적해서 어느 정도 자리 잡고 있는데 한 편의 드라마 때문에 문제가 또 빚어진다. 강한 메시지를 줘야 한다.

■심의결론: ‘주의’(벌점 1점) 3인, ‘경고’(벌점 2점) 2인. 최종 제재수위는 전체회의에서 결정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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