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도 ‘국정화’? …“청와대, 사장 선임에 손 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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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도 ‘국정화’? …“청와대, 사장 선임에 손 떼라”
이사회, 사장 최종 후보 면접 진행…강동순·고대영 후보 유력 후보로 거론
  • 구소라 기자
  • 승인 2015.10.26 12: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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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폭풍전야다. 26일 KBS 이사회가 새 사장 선임을 위해 최종 후보 5명에 대한 면접을 진행하는 가운데 유력 사장 후보로 KBS 출신인 강동순 전 감사와 고대영 전 보도본부장이 거론되면서 내부에서는 전면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분위기다. 이들은 KBS 방송 장악 논란이 있을 당시 여럿 차례 이름이 오르내린 인물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들 중 한 명이 사장이 되면 공영방송 KBS마저 국정화의 길로 갈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있다. KBS 내부의 분위기를 반영하듯 26일 오전 양대노조와 4개 직능협회(PD, 기자, 기술, 경영협회)는 청와대 앞 청운동 주민자치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치중립적인 사장을 선임할 것을 촉구했다.

권오훈 언론노조 KBS본부 위원장은 "청와대가 벌써 사장 후보를 점찍었다는 소문이 들리고 있는데 강동순 전 감사와 고대영 전 보도본부장으로 압축해 그 중 한 명이 오늘 사장 후보로 제청될 것이라는 내용“이라며 ”이것이 사실이라면 오늘 사장 후보 면접은 이를 위한 요식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현진 KBS노조 위원장은 "박 대통령은 후보시절 KBS에 관여할 생각도 없다고 누누이 말했다는데 오늘 그 공약을 지킬 수 있다“며 ”더 이상 KBS 사장 선임에 관여할 생각을 말고 특별다수제를 통해 이사들이 선정할 수 있도록 길을 터야 한다“고 말했다.

▲ 26일 오전 양대노조와 4개 직능협회(PD, 기자, 기술, 경영협회)가 청와대 앞 청운동 주민자치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치중립적인 사장을 선임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PD저널

현재 유력 후보로 거론된 강동순 전 KBS 감사는 그 유명한 '녹취록 사건'의 주인공이다. 녹취록은 지금 보아도 매우 충격적이다. 그는 당시 한나라당 의원에게 "방송계를 하얀 백지에다 새로 그려야 한다"며 '방송 장악'을 적극 주문하는가 하면, "우리 이 나라에 친일파 아닌 사람이 어디 있나"며 친일세력을 두둔하는 발언을 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고대영 KBS 비즈니스 사장 또한 공정성과 도덕성 측면에서 흠결이 많은 인사다. 보도국장 재임시절 노무현 대통령 서거 특보 방송을 편파적으로 진행하는가 하면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가 사업가로부터 거액을 받았다는 '특종'을 불방시킨 전력이 있다. 여기에다 공정 보도를 요구했던 후배기자들을 폭행한 사실과 더불어 현대기업으로부터 접대를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실상 KBS내부에서 신임을 잃은 인물이다.

이번 사장 선임 과정은 최소한의 투명성이나 공정성도 상실한 채 밀실에서 속전속결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21일 KBS 이사회는 14명의 지원자 중 면접후보자 5명으로 추리는 데 고작 1시간 남짓 소요된 것으로 전해졌다. 서류 전형을 심사하는 데 후보 한 명당 고작 4분 가량 걸림 셈이다. 이사회가 사장 후보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은 고사하고 정권이 짜놓은 시나리오 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심증이 신빙성 있는 사실로 굳어지는 대목이다.

이번 사장 선임 과정에서 이사회의 기능과 역할이 무력해 진 정도라는 게 KBS 안팎의 분석이다.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권오훈 언론노조 KBS본부 위원장은 "과거 공보처 산하기간으로 정부정책을 홍보하던 KBS가 공영방송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국민을 대표해 이사회를 구성했고, 이사회가 사장을 뽑도록 제도를 바꿨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불문율이 깨어지려고 한다"며 "여당 이사들 7명이 일방적으로 사장 후보를 뽑는 행위는 공영방송 KBS의 근간을 뿌리채 흔드는, 국민에 대한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KBS의 운명은 오늘 열리는 이사회를 통해 결정된다. 현재 주사위는 KBS 이사들 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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