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훈장’ 불방 수순? “박정희 내용 삭제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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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킹 과정에서 수정에 또 수정...제작진 성명 통해 폭로

이승만·박정희 정부에 대한 비판적 평가가 포함된 KBS 탐사보도 프로그램 '훈장' 2부작이 불방을 위한 수순 밟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당초 지난 7월말 방송 예정이었던 1편 <간첩과 훈장>이 3개월째 방송에 나가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해당 부장이 사실상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부분에 대한 삭제를 지시했다는 취재진의 폭로가 나온 것이다.

'훈장'은 KBS 탐사보도팀이 2013년부터 기획, 취재해오던 아이템으로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훈장을 누가, 왜 받았는지, 문제는 없었는지 등을 다루는 아이템이다. 1부 '간첩과 훈장'은 간첩조작사건으로 훈장을 받은 수사관의 이야기를, 2부 '친일과 훈장'은 대한민국이 친일행적자와 일제식민통치를 주도한 일본인들에게 훈장을 수여한 사실을 담고 있다고 알려져 방송 안팎에서 화제가 됐다.

▲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KBS사옥 ⓒKBS

<친일과 훈장> 제작진은 지난 9월에도 성명을 내 해당 프로그램의 방송이 의도적으로 미뤄지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해당 프로그램을 진두지휘하던 탐사보도팀장이 돌연 교체되고 소속 기자가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나는가 하면 석연치 않은 이유로 편성이 미뤄졌기 때문이다. 이후 KBS 양대노조가 임시 공영방송위원회를 요구했지만 그마저도 사측은 아직 데스킹 과정 중이라며 거부했다.

그러나 데스킹 과정에서 프로그램에 대한 수정 지시로 사실상 불방 위기에 처한 게 아니냐는 주장이 제작진에게서 나왔다.

‘훈장’ 제작진은 26일 다시 성명을 내 "지난달 8일 사내게시판을 통해 훈장 프로그램의 조속한 방송을 촉구했고, 열흘 뒤인 18일부터 데스킹이 시작됐다. 지금까지 10차례에 걸쳐 20시간의 데스킹 회의를 거쳤지만 결론은 참담하다“며 ”1,2편 모두 방송을 기약할 수 없다. 아직 방송일 조차 정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1편 '간첩과 훈장'은 데스킹이 거의 마무리돼 당초 이달 20일 방송될 예정이었으나, 이산가족생방송 세계기록유산등재와 관련된 특별대담과 <시청자칼럼 우리 사는 세상 4000회 특집>이 돌연 편성돼 미뤄졌으며, 다음 주부터는 이미 다른 아이템들이 예정돼 방송을 기약할 수 없게 됐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특히 2편 ‘친일과 훈장’과 관련해 데스킹 과정에서 김형덕 탐사제작부장이 사실상 '박정희 전 대통령'과 관련된 내용을 빼라고 지시했다는 사실도 이번에 제기됐다. 제작진 성명에 따르면, 수차례 데스킹을 거쳐 처음 원고의 많은 부분이 수정되었음에도 김 부장은 원고의 3분의 1 정도를 더 삭제할 것을 요구했는데, 대부분이 박정희 전 대통령과 관련된 부분이었다는 것이다. 제작진은 성명에서 "역대 정권 중 집권 기간이 가장 긴 박정희 정권 부분을 빼고 훈장을 통해 본 광복 70년을 얘기할 수 있을까"라고 꼬집었다. 현재 2편에 대한 방송 논의 역시 완전히 중단된 상태다.

제작진은 프로그램의 잇단 결방과 원고 수정과 관련해 "이 모든 사태가 현재의 사장 선임과 무관치 않다"고 주장했다. 조대현 사장의 연임에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서 혹은 강동순, 고대영 등 다른 사장 후보에게서 밉보이지 않기 위해서 KBS가 친일관련 방송을 연일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제작진은 “도대체 어떤 KBS의 프로그램이 방송일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최종원고를 데스킹을 하며, 그 데스킹을 한 달 동안 10차례, 20시간이나 한단 말이냐”고 지적하며 “7월 말에 취재가 다 끝난 프로그램이 석 달이 되도록 방송되지 못하는 사유를 도대체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겠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서 KBS 관계자는 "기자들이 낸 성명은 사실과 다르다. 불방 수순으로 접어든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데스킹 과정을 다 거친 게 아니라 데스킹 중"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특정 인물이나 특정 대상에 대해 수정하라고 지시한 적은 없고 전반적으로 오류가 있거나 부적절한 내용에 대해 기준을 가지고 수정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전했다.

[관련기사 : 김형덕 탐사제작부장 사내 게시판에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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