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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디데이’에 맞춰진 방송판 ‘정지작업’

[위클리포커스] KBS 차기 사장 고대영 내정 무엇을 말하나 최영주 기자l승인2015.10.27 11: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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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편향적 이사 선임→ 靑 입맛 맞는 사장 임명
역사교과서는 국정화, KBS는 국영화?

“사상 최악의 부적격 후보”라 불리는 고대영 전 KBS 보도본부장(현 KBS비즈니스 사장)이 KBS 신임 사장으로 임명 제청되자 KBS 안팎에서는 박근혜 정권이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이어 공영방송 KBS마저 ‘국영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KBS이사회(이사장 이인호)는 지난 26일 KBS 차기 사장 후보 5명 가운데 고대영 전 KBS 보도본부장을 제28대 KBS 사장으로 임명제청할 것을 의결했다. 11인의 이사 가운데 여당 추천 이사 7인 전원이 고 전 보도본부장에게 표를 몰아준 것으로 알려졌다.

▲ 차기 KBS 사장으로 임명제청된 고대영 KBS비즈니스 사장(전 KBS 보도본부장).

고대영, 보도본부장 시절 압도적 불신임…“KBS 보도를 망친 주범” 비판

고 전 보도본부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보도국장과 보도본부장 역임하며 KBS 내에서 ‘불공정 보도’를 이끈 주역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2012년과 지난해 사장 공모에 출사표를 던졌다가 낙마했다. 고 전 보도본부장은 지난해 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권오훈, 이하 KBS본부)가 소속 조합원을 대상으로 ‘차기 KBS 사장으로 가장 부적격한 사장 후보’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83.6%라는 응답률을 보이며 1위를 한 바 있다.

고 전 보도본부장이 연이어 ‘가장 부적격한 사장 후보’로 꼽힌 데는 그가 “KBS 보도를 망친 주범”이라는 평가를 내부에서 받았기 때문이다.

고 전 보도본부장은 ‘용산참사 축소 및 편파보도’,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 검증 보도 불방’을 주도해 2009년 보도국장 시절 기자협회에서 실시한 신임투표에서 93.5%라는 압도적인 불신임을 받았으며, 지난 2012년 1월 보도본부장 시절 KBS 양대노조가 진행한 신임투표에서도 84.4%의 불신임을 받았다.

지난 2012년 당시 길환영 사장이 KBS이사회에 고대영 전 보도본부장을 방송부문 부사장으로 하는 임명동의안을 제출했으나 11명의 이사 중 7명이 반대 의사를 밝히며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바 있다.

이처럼 부적격・불신임 인사가 차기 KBS 사장 후보로 임명제청되자 KBS 안팎에서는 다시금 박근혜 대통령의 약속이 파기된 것은 물론 KBS가 ‘국영화’ 될 것이라는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오는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정부와 여당이 공영방송 KBS를 통해 본격적인 여론장악에 나서려는 것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16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방송 장악 할 의도 전혀 없다”던 朴 대통령 약속은 어디로?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8일째인 지난 2013년 3월 4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후 첫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일부에서 주장하는 방송 장악은 그것을 할 의도도 전혀 없고 법적으로도 불가능하다. 그 문제는 이 자리에서 국민 앞에서 약속드릴 수 있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 같은 박 대통령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음은 당장 KBS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KBS의 보도 책임자인 김시곤 전 보도국장은 지난해 5월 16일 KBS기자협회 긴급 총회에 참석해 KBS에 대한 청와대의 개입은 물론 이에 적극적으로 호응한 길환영 당시 사장이 그동안 KBS 뉴스에 관여해왔음을 밝혔다. 이로 인해 길 사장은 해임됐다.

김 전 국장에 따르면 청와대는 지난해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KBS에 해경을 비난하지 말 것이며, 한참 구조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니 해경에 대한 비판을 나중에 하더라도 자제해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측에서 구체적으로 누가 연락을 했는지에 대해 김 전 국장은 “당연히 대 언론 역할을 맡은 자리가 있다”라고 답했고 “그것이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 바 있다.

청와대가 KBS 보도에 개입한 또 다른 사례는 국가정보원과 관련한 보도다. 김 전 국장에 따르면 길 사장의 개입이 다른 부분에는 거의 없었는데 국정원 관련 보도에는 뉴스 순서를 아래쪽으로 내리라는 등의 주문이 있었다고 밝혔다.

KBS 보도책임자의 입에서 나온 청와대의 KBS 개입 정황으로 인해 박 대통령의 핵심참모인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지난해 6월 7일 사의를 표명했다. 이 수석은 현 정부 출범 후 청와대 정무수석과 홍보수석을 잇따라 맡아 박 대통령을 보좌한 인물이다.

박 대통령의 약속이 번번이 어그러지고 있다는 또 다른 증거는 공영방송을 관리・감독하는 공영방송 이사회다. 당장 고 전 보도본부장을 임명제청한 KBS이사회를 비롯한 또 다른 공영방송인 MBC의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구성을 봐도 언론계 안팎에서는 박 대통령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공영방송이 이들의 입김에 좌지우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공영방송 3사인 KBS, MBC, EBS 이사진이 모두 교체됐는데, 교체 이사들은 임기동안 올해와 내후년 각각 KBS와 MBC 사장을 선임하는 것은 물론 총선과 대선까지도 거친다. 문제는 공영방송 이사회에 언론계와 시민사회단체에서 “친박, 극우로 대표되는 부적격 인사들”로 꼽는 인물들이 다수 이사로 선임됐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이인호 KBS이사장과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이다.

뉴라이트 계열 역사학자 출신으로 연임에 성공하며 다시 이사장직을 맡게 된 이인호 KBS이사장은 이명박 정부 초기 친일·독재 미화 논란의 ‘대안교과서’의 감수를 맡았으며, 이후 국민원로회의 위원을,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국가안보자문단 위원으로 활동했다. 또한 이 이사장은 지난 6월 24일 KBS 메인뉴스 <뉴스9>의 이승만 정부 일본 망명설 보도를 비판하며 보도 경위 파악을 목적으로 임시이사회를 소집해 보도 독립성 침해라는 비판이 안팎에서 강하게 제기됐다.

공안검사 출신이자 영화 <변호인>의 바탕이 된 ‘부림사건’의 담당 검사 출신으로 대표적인 극우 인사인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은 지난 2일 방문진 국정감사와 6일 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에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물론 박정희・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롯해 전・현직 의원을 “공산주의자”로 규정하는 등 거듭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 언론노조 KBS본부 조합원들이 지난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신관 1층 로비에서 모여 'KBS 국영화 음모 중단'이라는 손 팻말을 들면서 낙하산 사장 반대를 요구하고 있다. ⓒ언론노조

포털 길들이기 이어 방송 공정성 강화 규정 마련

공영방송을 비롯해 정부 여당의 언론 장악 시도는 전방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사이비언론의 폐해를 개선하기 위해 인터넷신문의 등록 요건을 강화하겠다고 나서 “언론 자유의 축소 시도”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가 하면, 새누리당이 네이버, 다음 등 포털 사이트가 정치적으로 편향적이라는 등 포털 뉴스의 공정성을 문제로 삼으며 총선을 앞두고 ‘포털 길들이기’ 나섰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또한 방통위는 지난 23일 방송사가 방송심의 규정 중 ‘공정성’, ‘객관성’ ‘재난 등에 대한 방송’과 ‘선거방송심의에 관한 특별규정’ 위반한 경우 방송사 재승인・재허가 시 감점을 2배 강화하는 내용의 ‘방송평가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이를 두고 방송계 안팎에서는 권력 비판적인 뉴스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명분은 종합편성채널의 막말을 규제를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에 대한 영향은 오히려 제작자율성을 옥죄는 수단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맥락에서 KBS이사회가 고 전 보도본부장을 차기 사장으로 임명제청하겠다고 결정한 것에 대해 언론노조(위원장 김환균)는 “‘방송장악은 가능하지도 않고 할 생각도 없다’던 박근혜 대통령의 ‘공영방송 지배구조개선 대선 공약’은 결국 ‘공영방송의 국정화’였음이 만천하에 드러났다”고 비판했으며 언론개혁시민연대 역시 “고대영에게 주어진 임무는 분명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보기에 ‘올바른’ 방송으로 KBS를 뜯어고치는 것”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언론노조는 “박근혜 정권은 족벌신문의 방송 진출을 발판 삼아, 공영방송에 이어 포털과 인터넷언론 규제 강화, 불공정 편파심의, 언론중재 대상 확대 추진 등으로 언론장악 영역을 끊임없이 넓혀왔다”며 일련의 사태들로 인해 한국사회 ‘공론장’이 폐쇄될 것을 우려했다. 더군다나 올해는 EBS 사장 교체까지 맞물리며 공영방송사 장악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KBS본부도 이날 곧바로 성명을 내고 “박근혜 정권의 재집권과 총선, 대선 승리를 위해 KBS를 철저히 자신의 입맛대로 3년을 운영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며 “내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을 관리할 청와대의 나팔수로 고대영 씨를 선택한 박근혜 대통령은 KBS 개입을 포기하라. 또 KBS를 사실상 국영화해 영구집권의 발판을 만들겠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밝혔다.

인터넷언론 규제, 포털 길들이기, 역사교과서 국정화 그리고 이어지는 극우・친박(親朴) 성향의 공영방송 3사 이사회. 그리고 이 같은 이사들이 관리・감독하는 공영방송사와 임명 추천하는 공영방송 사장. 이들이 이끌어갈 총선과 대선. KBS 안팎에서 고대영 KBS 사장 후보에 대해 “노동개악으로 노동자들을 권력과 자본에 복속시키고, 교과서 국정화를 통해 역사를 조작하는데 이어, 방송까지 확실하게 장악해 영구적인 집권연장을 꾀하기 위한 인사 쿠데타”라고 우려하는 배경이며 “방송 장악은 없다”고 했던 박 대통령의 약속이 무색한 이유다.


최영주 기자  yj719@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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