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국정화 발표 '받아쓰기 언론' 전락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KTV 중계 그대로 방송 …언론노조 "국정홍보방송 자처" 비판

정부가 지난 3일 열린 황교안 총리와 황우여 부총리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발표 생중계를 역사국정홍보처 산하 KTV에 전담시키고 타 방송사들에겐 자료 화면을 그대로 받아 보도한 것으로 드러나 '받아쓰기' 방송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KTV에 생중계를 맡겨 이같은 문제가 발생했으며, 관련 부처 출입기자단과의 협의 역시 전혀 없었던 것으로 3일 <뉴스타파> 취재 결과 드러났다.

이날 발표는 거의 모든 지상파와 케이블 채널이 특별 편성해 생중계했다. 일반적으로 생중계를 할 때, 어떤 방송사가 키를 맡을 것인지는 관련 부처 출입기자단과의 협의를 통해 정하는 게 관례다. 하지만 이례적으로 이번에는 총리실의 일방적 통보를 통해 국정홍보처 산하 KTV가 중계를 맡은 것이다.

▲ 황 총리의 담화는 마치 잘 구성된 하나의 프레젠테이션 같았다. ⓒ뉴스타파

황교안 총리의 담화문 발표 생중계 영상은 미리 준비된 것처럼 발표 도중 계속해서 준비된 그래픽 영상이 모니터 가득 채워지는 등 일반적인 정부 담화 생중계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이 연출됐다. 참고 자료가 제공된다고 해도 방송사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방송을 내보낼지를 결정하는 게 일반적이다. 키(Key)사를 정해 영상을 공유하기 때문에 담화와 발표문 낭독 장면은 동일할 수밖에 없지만 자료를 내보내는 타이밍까지 똑같은 건 이례적이다.

미처 생중계 되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는 사실도 <뉴스타파> 보도로 알려졌다. 황우여 부총리의 발표 이후 기자들의 질문이 시작되는 순간, 모든 방송사가 예외 없이 생중계를 중단하고 정부 발표 내용만 반복해서 전달했다. 스튜디오를 연결해 사전 섭외한 패널들과의 대화를 시작한 방송도 있었다. 대화 내용 역시 편파적이었는데 YTN의 경우 국정화에 반대하는 이준식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과의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 어제 열린 국정화 발표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황교안 총리.ⓒ뉴스타파

같은 시각, 현장에서는 정부의 일방적인 국정화 발표에 대해 비판적이고 날카로운 기자들의 질문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고 둘러대는 정부의 모습은 끝내 방송에 나가지 않았다.

이에 언론노조는 ‘국정화 앞에 국정방송 자처한 방송사들-정부 제공 화면 그대로 받아쓰고 질문 시작되자 중계 종료’ 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정부와 방송사를 행태를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기자들의 질문이 시작되기 직전 모든 방송사가 현장 중계를 중단한 데에 대해 “국민의 궁금증을 해소할 질문과 정부 답변이 오가는 중요한 장면”이라며 “권력에 의한 ‘역행과 퇴행’의 정점에 언론이 위치해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논평했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