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텔’의 통신용어 사용…소통? 언어파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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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의 On Air] 방통심의위, 부적절한 방송언어 ‘중징계’ 가능성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가 4일 방송심의소위원회를 열어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 8월 29일‧9월 12일‧9월 19일 방송)에 대한 심의를 진행했다. <마리텔>에서 ‘귀방맹이’(귀 뒤쪽머리를 속되게 이르는 표현의 오기) ‘캐시템’(Cash(현금)+Item(게임 상에선 장비 등을 뜻함)의 합성어), ‘쩐다’(잘한다, 능통하다 등을 뜻하는 신조어) 등 맞춤법에 어긋나거나 인터넷에서 사용되는 조어 등이 채팅창과 자막을 통해 노출되고 있다는 민원에 따른 것이다. 방심위는 일련의 방송이 방송심의규정 제51조(방송언어) 1항과 3항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살폈다.

■일시: 2015년 11월 4일 오후 3시
■참석자: 방송심의소위원회 소속 위원 5인 전원 (김성묵 부위원장(소위원장), 장낙인 상임위원, 고대석·박신서·함귀용 위원) / 의견진술- MBC 예능국 박정규 기획특집부장(<마리텔> CP)

■관전 포인트
<마리텔>은 인터넷 방송을 지상파와 결합한 새로운 형식의 방송으로 채팅 참여자들의 반응이 구성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인터넷 생방송을 진행하는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군의 진행자들과 채팅 참여자들이 소통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즐기는 모습이야말로 이 방송의 주요 재미 요소다.
하지만 방심위원들은 올바른 언어 사용에 대한 책무가 방송, 특히 지상파 방송에 막중하게 주어져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마리텔>의 구성 자체가 올바른 언어 사용에 대한 방송의 책무를 다할 수 없게 하는 게 아니냐는 문제제기다. 방송심의규정 제51조 3항은 ‘구성상’ 불가피한 경우에 대해 예외를 인정하고 있지만, 이날 심의에서 이 부분은 언급되지 않았다. <마리텔> 제작진은 과연 앞으로 방심위의 심의 제재를 피할 수 있을까. 방심위는 12월 방송언어 중점심의에 돌입하는데, 이 기간 동안 심의 제재는 더욱 엄격한 방향으로 진행된다.

■예상 위반 조항
제51조(방송언어) ①방송은 바른말을 사용하여 국민의 바른 언어생활에 이바지하여야 한다. ③방송은 바른 언어생활을 해치는 억양, 어조, 비속어, 은어, 저속한 조어 및 욕설 등을 사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프로그램의 특성이나 내용 전개 또는 구성상 불가피한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

■참고
한국소비자브랜드위원회는 지난 10월 6일 ‘2015 대한민국 올해의 브랜드 대상’ 시상식에서 <마리텔>에 특별상 ‘올해의 TV 프로그램’을 시상했다. 인터넷 개인방송 포맷을 지상파 방송에 최초로 도입한 프로그램이라는 창의성과 시청자들과의 실시간 소통을 통한 양방향 커뮤니케이션 등을 높이 평가한 결과다. 또한 <마리텔>은 지난 10월 30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2015 아시아태평양방송연맹(ABU)상 시상식에서 TV예능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9월 12일 방송 ⓒMBC 화면캡쳐

■ 심의 On Air

- 제작진 의견진술 및 질의응답

박정규 CP: <마리텔>은 인터넷 개인방송을 지상파 방송에 결합시킨 프로그램으로 최근 여러 좋은 상을 많이 받았다. 지상파라는 플랫폼과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매체를 그야말로 ‘창조경제’처럼, 두 가지를 결합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방송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인 것 같다. 인터넷과의 결합을 통해 젊은 세대와 조금이라도 더 소통하려는 노력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부분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이랄까. 인터넷에 참여하는 채팅 참여자들의 정체되지 않은 거친 표현들이 지상파 방송에 노출되는 상황들이 있다.
저희(제작진) 입장에선 인터넷과 결합했다 하더라도 방송으로서 지켜야 할 책임과 중요성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면서도 정치적인 부분이나 인신공격, 성적 표현 등을 과도하게 할 경우 민‧형사상으로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밝히며 편집 등을 통해 철저하게 가려내고 있다. 다만, 이번에 문제로 지적된 부분은 젊은 세대들의 말장난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그들끼리 재미를 추구하며 의사소통을 하는 부분인데, 앞으로 내부적으로 더 엄격한 잣대로 걸러내 편집에 반영하겠다.

고대석 위원: 어떻게 편집에서 반영을 하겠다는 건가.

박정규 CP: 맞춤법에 맞지 않을 경우 자막으로 쓰지 않는 방향으로 수정하겠다. 하지만 예를 들어 야구 해설위원인 허구연 해설위원의 ‘대쓰요’ 등과 같은 사투리 표현은 그렇게 써야 재미있게 표현된다. 또 일본인인 사유리의 경우 ‘동물밖에 못 그려요’라는 표현을 ‘똥무르밖에’ 이렇게 발음하는데 그 표현을 (맞춤법대로) 바르게 쓸 경우 재밌는 상황이 전달되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 발음 그대로 표현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앞으로) 이런 부분들을 최대한 줄여 바른 표현을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

고대석 위원: (구성 자체의 문제가 있기에) 줄인다 하더라도 계속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

박정규 CP: 최대한 노력하겠다.

장낙인 상임위원: 프로그램 제작 의도 등의 문제가 있어 (이 방송이) 특이한 경우이긴 하다. 하지만 공영방송이 아니더라도 방송이 갖는 언어 관련 기능들이 있다. 이 경우(<마리텔>)는 방송의 이런 기능들 자체를 무시하고 가게 되는 게 아닌가.

박정규 CP: 전혀 그렇지 않다. 회사 내부 심의국 등의 절차가 아니더라도 (제작진) 내부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잣대로 문제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장낙인 상임위원: (<마리텔>에서 사용하는 표현들이) 방심위에서 만든 방송언어가이드라인에 전혀 안 맞는 게 아닌가. 특수한 경우라는 걸 인정하지만 (때때로) 정말 무슨 말인지 모를 얘기들이 나온다. 맞춤법이 한두 곳 틀리는 정도가 아니다. 심야시간대 방송이라 하더라도 이런 언어에 익숙하지 않은 시청자들도 있다.

박정규 CP: 지적에 공감한다. 전체 대중을 상대로 하는 방송이라는 점을 감안해 편집과정에서 반영하도록 하겠다.

박신서 위원: 방송은 현실에서 사용하는 용어를 어느 정도 반영해야 한다. 그러나 방송의 고유 기능은 한글을 유지‧보존‧발전시키는 데 있다. 방송에선 이 부분을 지켜야 한다. 지나치게 현실을 반영하거나 과도한 용어를 써선 안 된다.

함귀용 위원: 지금 (박 CP가) 자랑스럽게 정치적인 부분 등에 대한 표현은 방송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건 당연한 얘기다. 방송은 국민들이 표준말을 사용하고 올바른 언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계도할 의무가 있다. (박 CP는) ‘어디갔어?’라는 걸 어떻게 쓰나. (방송에서) 왜 ‘가’에 쌍시옷(ㅆ) 받침이 아닌 시옷(ㅅ) 받침을 사용해 표현하나. 또 일본인 중 ‘동물’을 ‘똥무르’라고 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 그렇게 말하는 일본인은 사모씨(후지타 사유리)밖에 못 봤다. (잘못된 표현을 사용한다면 제작진이) 출연자를 계도해야 하는데 한국말을 제대로 해도 잘못된 자막을 쓰기도 한다. 제작진들이 재미를 위해 언어를 망가뜨리고 있다.

김성묵 부위원장: 위원들 지적의 공통점은 (<마리텔>이라는) 프로그램의 성격과 구조가 앞으로 개선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면 구조적으로 다른 프로그램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언어표현 외에도 김구라가 겨드랑이에서 맥주를 보여주는 등의 장면도 있다. 여하튼 구조적인 문제와 연결이 되는데, MBC에는 좋은 말을 사용하자는 캠페인 프로그램이 있지 않나. 같은 방송에서 이런 캠페인을 하다 또 이런(<마리텔>같은) 프로그램도 나가면 시청자들의 혼란도 있을 수 있다. 또 올해 한글날을 중심으로 (방심위가) 언어가이드라인을 만들었고 방통위와 함께 사회적 캠페인도 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바른 언어 순화가 주요 아젠다(의제)로 돼 있는 상황이다. 12월부터 방송언어 중정심의를 하기 때문에 (<마리텔>을) 지속적으로 모니터 할 수밖에 없고, 그러면 또 (제작진이) 출석해 진술해야 할 것 같은 안타까움이 있다.

박정규 CP: 지적하신 부분처럼 우리가 소통을 주제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기에 채팅 참여자들의 얘기를 전혀 반영하지 않을 경우 의미가 퇴색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지상파를 통해 방송하고 있고 표현 수위나 방법 등에 대한 적절한 대안을 찾는 일 또한 제작진 몫이다. 지적을 계기로 차제에 더 진지하게 이런 부분을 고민해 적절한 수준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심의 의견

함귀용 위원: 제작진이 부추기는 부분이 엿보인다. 제51조만 적용해 의견진술을 들었지만 프로그램을 보니 (코미디언) 김구라가 출연하는 장면에선 도저히 방송 포맷으로는 부적절하고 수용수준도 받아들이기 유치한 부분이 많다. (중요한 건) 아름다운 한글을 이런 식으로 파괴시킨다는 점이다. 저는 ‘경고’(벌점 2점) 의견을 내겠다.

장낙인 상임위원: 우려되는 건 (이 포맷을 따라하는) 다른 방송에서도 이런 식의 제작을 해 유행하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다만 처음 심의에 오른 안건이니 ‘주의’(벌점 1점) 의견을 낸다. 자제를 시켜야 할 것 같다.

고대석 위원: 프로그램의 특성을 감안해 ‘주의’ 의견이다.

박신서 위원: 앞서 다른 프로그램에 대한 심의에서 욕설 등도 많았지만 (처음엔) ‘권고’(행정지도) 정도였다. 반면 (<마리텔>은) 비속어나 욕설, 명예훼손 표현 등이 아닌 틀린 맞춤법, 통신언어 사용 등의 문제다. 형평 측면에서 그렇게(벌점을 부과하는 법정제재)까지 가야 하나 생각해본다. 욕설 등이 없는데 이런 식이라면 앞서 드라마에 대한 중점심의 기간에 했던 것과 형평에도 어긋난다. 더구나 지금은 계도 기간이고 중점심의 기간이 아니다. 강력하게 권고를 줘 중점시의 때 이런 표현들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권고’ 의견이다.

김성묵 부위원장: 이 프로그램에 구조적인 문제도 많다고 생각하고, 이 외에도 혐오스러운 게 많다. 언어와 상관없이 상당한 질적 저하를 보이는 부분이 있다. 법정제재는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주의’ 정도에서 합의하면 어떤가.

박신서 위원: 3회에 걸쳐 종합 심의해 많이 보이는 것이다.

고대석 위원: 방송언어에 대해 진술을 들었기 때문에 그 부분만 적용해야 한다. 내용을 보니 (<마리텔>에) 욕설은 없다. (행정지도인) ‘권고’로 바꾸겠다.

장낙인 상임위원: ‘직찍’ 등의 표현은 언어파괴도 아니지만 앞서 2기 방심위 땐 법정제재도 나왔다.

고대석 위원: 앞으로 어떻게 제작하는지 두고 보는 차원에서 ‘권고’를 하는 게 어떻겠나.

함귀용 위원: 더 심해질 거다. 욕은 방송에 나오긴 부적절하나 그렇다고 한글이 깨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지금 (<마리텔>에) 나오는 게 대한민국의 언어인가. 한글 파괴다. 비속어나 욕설이 아니더라도 방송언어를 심의해야 하고 방송심의규정 제51조는 방송으로 하여금 바른 언어를 사용해 국민의 바른 언어생활에 이바지하도록 하고 있다. 규정이 있지 않나. 이런 식으로 재미와 시청률의 덫에 빠지면 문제가 되게 돼 있다.

김성묵 부위원장: 합의가 안 되면 그대로 전체회의에 올릴 수밖에 없다. 그럼 저는 ‘경고’로 하겠다. 권고 2인, 주의 1인, 경고 2인이다. 과반(3인) 이상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이 안건은 권고 2인(고대석‧박신서 위원), 주의 1인(장낙인 상임위원), 경고 2인(김성묵 부위원장, 함귀용 위원) 의견으로 전체회의에 회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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