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진, 고영주 이사장 불신임안 6 대 1로 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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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이사 격론 끝 표결로 결정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공산주의자로 규정하는 등 극단적 발언을 한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하 방문진)에 대한 불신임안이 표결 끝에 부결됐다. 이날 여당 추천 이사들의 비호와 야당 추천 이사들의 반박이 오가며 격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방문진은 5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율촌빌딩에서 열린 정기이사회에서 ‘이사장 고영주 불신임 결의의 건’을 표결에 부친 결과 반대 6인, 찬성 1인으로 부결됐다. 야당 추천 유기철・이완기 이사는 기권했다.

▲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지난 10월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문화진흥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감사 재개를 기다리고 있다. ⓒ뉴스1

“문재인 공산주의자” 등 발언 논란 고영주 이사장 “불신임 묻는 사유 알 수 없다”

앞서 유기철・이완기・최강욱 등 야당 추천 이사 3인은 지난 10월 8일 정기이사회에서 “고 이사장의 이념적 편향성은 ‘공적책임을 실현하고 민주적이며 공정하고 건전한 방송문화의 진흥과 공공복지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방문진의 수장으로서 심대한 결격 사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더 이상 국민과 이사들의 신임을 유지할 수 없다”며 ‘이사장 고영주 불신임 결의의 건’을 제출한 바 있다.

고 이사장은 지난 달 2일과 6일 방문진 국정감사와 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에서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를 ‘공산주의자’로 규정한 것은 물론 박정희 전 대통령,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전향한 공산주의자’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변형된 공산주의자’로, 우상호 새정치연합 의원은 ‘친북’으로 규정해 파문을 일으켰다.

고 이사장에 대한 불신임 안건을 놓고 여야 추천 이사들은 2시간가량 격론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여당 추천 이사들은 고 이사장이 방문진 이사장으로 선출되기 이전 방문진 업무와 관련 없는 자리에서 밝힌 ‘개인적’ 견해를 근거로 제출된 불신임 안건은 방문진 고유 업무와 직접적 관계가 없다며 반박했다. 고 이사장 역시 “제출된 불신임안에는 구체적 불신임 사유가 무엇인지를 알 수 없고, 불신임을 해야 할 명확한 근거가 기재되어 있지 않다”며 신상발언 형식의 의견표명을 했다.

고 이사장은 지난 2013년 1월 4일 애국시민사회진영 신년하례회에서 “문재인 후보는 공산주의자이고, 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가 적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발언한 것은 방문진 업무나 운영과 직접 관련되지 않은 사항과 관련된 발언이라고 말했다. 국정감사에서 발언한 내용 역시 국회의원들의 질의에 사실대로 답변한 것일 뿐 불신임 이유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고 이사장은 “본인에 대해 사퇴를 촉구한 서울지방변호사회의 성명은 명백하게 변호사회가 본분을 벗어난 행위로, 변호사회의 정치세력화와 정치활동 등이 비난되어야지 본인이 비난받아야 할 근거가 될 수 없다”며 “일부에서 근거도 없이 ‘백색테러주의자’ 등으로 비방하고 있는 것도 오히려 그들에 대해 모욕죄, 명예훼손죄 등 범죄성립 여부가 문제되고 지적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 이사장은 “대한민국의 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지키겠다는 확고한 소신과 확동을 이유로 제가 가진 양심과 사상에 대해 공격하고, 집단적인 사퇴압박을 하는 것은 부당한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이사장직을 고수해야 한다는 의무감과 사명감이 더욱 확고해 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고 이사장은 △<PD수첩>이 없어져야 한다고 했다는 발언 △변호사법 위반 혐의 △공안검사 시절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강요했다는 경남도민일보 기자의 폭로 등은 모두 “인격파괴적 음해”라며 자신에 대한 “정치적 비방과 음해적 인격파괴 행위를 중단해 달라”고 말했다.

▲ 지난 10월 6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홍문종)의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 종합감사 자리에서 나온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장의 발언들. ⓒPD저널

여당 추천 이사들 “개인 생각 들춰내는 것, 상대방 인격에 대한 부당 간섭”

다른 여당 추천 이사 5인도 고 이사장의 발언은 ‘사적 의견 표명’이며 “개인의 사상과 양심, 정치적 견해는 존중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인철 이사는 “이사장 불신임의 안건이 부의되었지만 저는 이것이 이사회에서 다뤄야 하는 안건인지 의문”이라며 “(야당 이사들은) 진행된 절차를 무효화시킨다는 목표를 미리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 과거 들추기와 흠집내기로 전개되는 압력행사는 그러한 행태 자체로도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이 이사는 “도덕성을 거론하는 경우라고 말하지만 늘 그렇듯이 성인군자도 지키지 못할 높은 도덕성을 타인에게 요구함으로써 자기의 주장을 강요하고 타인을 공격하는 도구로 삼는 것은 정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어떤 이유이건 개인의 생각을 들춰내려거나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것은 상대방의 인격에 대한 부당한 간섭과 침해가 되는 강요행위다. 이를 요청할 권리가 없으며 이것이 회의 상에서 의논되거나 의결의 대상이 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과 함께 이 이사는 불신임 안건을 제출한 야당 이사들에게 부결될 경우 이사직을 사퇴할 것인지, 아니면 회의를 거부할 것인지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또 다른 여당 추천 김광동 이사도 “공인으로서의 위치를 물을 것이냐, 공인으로서의 공적 발언을 물을 것이냐, 사인으로서의 사적 발언을 물을 것이냐는 분리되어야 한다. 2013년 고 이사장의 발언은 우리 사회를 더 안전하게 하고 발전시키고 잘못된 길로 가지 않게 하기 위한 차원에서의 발언으로, 공인에 대한 우려와 걱정이었다”며 “또한 국감장에서의 발언은 2013년 발언에 대한 부연설명이고 추가적 질문 과정에서 나온 것이지 본인이 방문진 이사장으로, 혹은 업무와 관련해서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은 없다. 개인적 사견이나 정치적 표현이 업무에 영향을 미쳐 잘못된 사례가 없는 한 고 이사장은 이사장으로서의 직위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 방송문화진흥회 야당 이사들이 제출한 고영주 이사장 불신임 결의안 ⓒPD저널

야당 추천 이사들 “이사장의 반박, 논리적 일관성도 충분한 해명도 없다”

이처럼 ‘사적 발언’이며 방문진 직무수행과도 관련 없는 발언으로 이사장직 수행에 문제가 없다는 여당 추천 이사들의 발언에 야당 추천 이사들은 공영방송 MBC를 관리・감독하는 방문진의 이사장으로서 이념적 편향성을 지닌 것은 심대한 결격사유이며, 국민들 역시 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야당 추천 최강욱 이사는 전관예우 논란으로 국무총리에서 낙마한 안대희 전 대법관 사례라든지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기간 중 성추행 의혹으로 경질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사례를 들면서 “공인에 대한 평가, 직무수행의 적합성을 말하는데 있어서 과거의 일을 말하는 게 맞지 않다는 건 논리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맞지 않다”며 “국정감사는 시민 고영주가 방청하러 간 것이 아니라 공영방송 이사회 수장으로서 가서 답변한 것이고 책임에 대한 추궁을 감당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 이사는 “공인에 대한 의혹제기는 시민 입장에서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러나 공인 입장에서 답변한 일에 대해 지극히 편향되어 있다는 이의제기가 많고 이를 수렴해야 논리적 일관이 있다. 이사장의 반박은 논리적 일관성이 없다”며 “표결을 통해서, 숫자를 통해서 이런 결의를 제압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국민에게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설득력 있게 다가가지 않으면 계속된 질시를 우리가 감당해야 한다. 이에 대해 이사장의 충분한 해명이 없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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