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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목마른 놈이 우물을 판다죠”

[PD VS PD] TV를 나온 PD, 모바일과 만나다 최선우 기자l승인2015.11.09 12: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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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판도는 이미 뒤집혔다. ‘지상파 방송의 몰락’ ‘공영방송의 위기’라는 수식어도 진부할 정도다. 인터넷의 발달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확장 속에서 방송은 ‘올드 미디어’로 전락한 상황이다. ‘본방 사수’라는 개념도 점점 사라져 ‘지상파 프리미엄’은 옛말이 됐다. 케이블이나 종편은 20~40대 사이를 타깃으로 한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의 제작과 편성으로 화제성과 시청률까지도 지상파를 앞지르고 있다. 지상파 방송의 고민은 날로 깊어져만 가고 있다.

이 같은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이미 지상파 3사는 도달률, N스크린, 원소스 멀티유즈(OMU) 등을 강조하고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성공 케이스를 찾기란 쉽지 않다. 답답한 현실에서 “공영방송이라면 당연히 시청자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좋은 콘텐츠를 제공하고 소통하는 게 책무”라는 어쩌면 단순하고 당연한 생각으로 브라운관의 틀을 깨고 TV 밖으로 나온 교양 PD 두 명을 만났다. EBS 내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육아에 관한 ‘핫한’ 신사업을 준비 중인 김민태 PD와 KBS 교양문화국 내 스마트기획팀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임종윤 PD다.

▲ 김민태 EBS PD(왼쪽)과 임종윤 KBS PD ⓒ김성헌

첫 번째 질문: 현재 진행 중인 사업(서비스)은

김민태 : ‘육아학교’는 하나의 브랜드로 세 개의 플랫폼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문가들의 유튜브 영상, 다음 티비팟을 활용한 데일리 라이브 방송 형태의 ‘육아 마리텔’, 그리고 다음 달 출시되는 육아학교 앱이다. 유튜브 영상은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의사 등의 전문가가 직접 촬영한 3분 이내의 짧은 영상을, 육아 마리텔은 요일마다 다르게 진행되는 MCN(Multi Channel Network)이다. 육아 질문 전용 앱에서는 사용자가 육아에 대한 모든 궁금증을 질문하고 서로 대답할 수 있는 SNS 기반의 지식서비스다. 공유도 쉽다. 물론 이 앱에는 앞에 소개한 유투브 영상과 육아 마리텔 영상을 탑재했다.

임종윤 : ‘육아학교’는 지금 내가 하는 서비스보다 한 단계 앞선, 다음 단계인 것 같다. 내 경우는 교양국의 젊은 PD로서 느끼는 답답함이 원동력이었다. 언제부턴가 ‘20대 트로트 가수’ 같은 거다. 아무도 듣지 않는 노래를 작곡하고 부르는. 내 노래를 듣는 사람은 없다. 노래가 정말 별로인지, 괜찮은지 가늠할 수 있는 반응도 피드백도 없다. 마치 빈 바다에다 돌만 던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아, 나도 방송 잘 봤다는 시청자 댓글을 받아보고 싶다’는 단순한 동기에서 작업을 착수했다. 같은 시기에 <걸어서 세계 속으로>(이하 걸세) 10주년을 맞아 책을 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젊은 세대들은 여행 가기 전 그 나라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걸세>영상을 일부러 찾아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책보다는 모바일 환경에 맞게 긴 영상을 조각조각 잘라보면 어떨지 생각했다.

김민태 : 긴 영상보다 짧은 영상이 모바일 환경에 더 적합한 건 맞다. 요즘 세대의 시청 행태와도 맞고. ‘내가 만들었으니 봐라’는 마인드가 아니라 시청자에게 다가가려고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저 역시 방송 제작이 아닌 이런 ‘사업’을 시작하게 된 데에는 제작자와 방송사의 마인드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임종윤 : 그렇다. KBS 1TV<걸세>가 방송된 지 10년이 됐는데 잘 안 팔리는 정보형 영상을 쓸 만하게 가공해서 시청자에게 직접 ‘배달’해 보기로 했다. 이용자가 영상을 문자(검색어)로 찾아볼 수 있다면 여행 전 세계 각지의 현지 정보를 충분히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10년 동안 방송한 430여 편을 6000개의 짧은 영상으로 쪼개서 일일이 메타데이터 값을 입력했다. 지역, 음식, 장소, 축제 등으로 분류된 78개의 검색어 별로 영상 클립을 분류해 입력하고 영상 클립 별 GPS 위칫값까지 입력했다.

두 번째 질문: 내가 두 발 벗고 나선 이유

▲ 김민태 EBS PD ⓒ김성헌

김민태 : ‘육아학교’를 시작하게 된 건 육아 관련 프로그램을 세 번 했던 경험에서다. 특히 마지막 EBS<퍼펙트 베이비>를 하면서 습득한 정보를 누군가와 나누고 싶었다. 육아에 대한 정보 욕구는 과거에도 강했고 지금도 강하다. PD로서 제작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시청자에게 주는 정보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방송사가 방송 서비스뿐만 아니라 다양하고 좀 더 넓은 층위의 서비스를 해보면 좋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늘 있었다. 대부분의 부모가 네이버 지식IN이나 임신, 출산 관련한 커뮤니티나 네이버 카페에서 질문하고 답을 얻지만 정확하고 새로운 정보를 얻기까지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요즘과 같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는 질 좋은 정보를 찾아낼 수가 없는 것도 문제다.

임종윤 : 두 서비스(육아학교와 걸세) 모두 윗선에서 지시해서 하는 일이 아니라 PD나 제작 일선인 아래에서 시작한 일이다. 현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시작한 것이다. 나 역시 서로의 피드백만 듣던 교양국 사람들이 좀 더 가깝게 시청자와 교감하면 좋겠다는 순수한 의도였다. 사실 제작만 하던 PD가 이런 새로운 형태의 일에 몸담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디바이스를 다양하게 하고 N스크린의 도달률을 높인다는 문장에 대해서는 아무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어떻게?’가 없는 게 현실이다. 이 작업을 하면서 실제 시청자들을 만나게 됐다는 경험이 아주 좋았다. 진짜 생생한 피드백을 받은 PD들은 자기효능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 효능감은 더 좋은 방송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에 분명 영향을 미친다. 긍정적 선순환이다. (웃음)

세 번째 질문: 높은 장벽과 어려움

▲ 임종윤 KBS PD ⓒ김성헌

김민태 : 제작 PD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고 했는데 이에 크게 공감했다. 초기 단계에서는 ‘앵벌이’를 한다고 표현할 정도로 방송사 내부에는 관련 전문가도, 이런 사업을 해 본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냥 닥치는 대로 구했다. 기술자가 필요하면 지인에게 물어물어 도움을 청하는 식이었다. 사실 나는 사장으로부터 긍정적인 시그널을 받고 시작했음에도 힘들었다. 특히 알 수 없는, 눈에 보이지 않는 새로운 세계를 원가라든지, 협력 업체 검증 등 정확한 증거와 액수로 회사에 증명해야 한다는 점도 힘들었다. <걸어서 세계 속으로>는 ‘육아학교’와는 달리 회사 공모를 통해 시작한 일이 아니라 나보다 더 큰 어려움에 부딪혔을 것 같다.

임종윤 : 처음엔 사실 굉장히 답답했다. 이제는 변수가 아닌 그냥 내가 처한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도달률과 N스크린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하고는 있다. 하지만 그뿐이다. 그다음 단계에 대한 논의가 없다.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진짜’ 실용적이고 사용자들이 맘껏 즐길 수 있는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 조각낸 영상들을 자사 앱을 하나 더 만들기보다 여행전문 앱 ‘트래벌룬’ 속 하나의 코너에 탑재하고, 유튜브 채널 운영과 피키캐스트에 큐레이션 에디터로 참여하는 등 회사에서 독립적인 방식을 선택했던 것도 그 이유다. 여행 포탈이나 <걸세> 앱을 만드는 데 반대한 건 어차피 관리가 잘 안 돼 구색 맞추기가 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회사 밖의 전문가들을 만나 협업하게 되면서 사업 확장도 가능했던 것 같다. ‘그냥 전용 앱 하나 만들면 되는데 왜 그런 고생을 하느냐’ 혹은 ‘PD가 그런 일을 하느냐’ 라는 말을 많이 듣긴 했지만. (웃음)

김민태 : 나 또한 그랬다. 신사업에 매달리고 제작 일선에서 물러나면 안 된다는 충고도 들었다. PD는 디렉터(Director)와 프로듀서(Producer) 두 단어가 합쳐진 단어다. PD의 역할과 분야도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나는 디렉터보다는 프로듀서 타입인 것 같다. 프로그램 제작을 하면서도 나는 (개인적으로) 프리 프로덕트가 더 재밌었다. 나는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살짝 벗어나 보면 분명 다양한 분야가 눈 앞에 펼쳐질 것이다. 나는 후배 PD들에게도 ‘자신이 어느 타입인지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늘 말한다. 미디어 플랫폼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시청자와의 쌍방향적 ‘소통’을 강조하는 지금, 앞으로는 예술가로서의 디렉터 역할보다는 프로듀서 역할로 이동하는 PD들이 과거보다는 많아지지 않을까.

▲ 김민태 EBS PD ⓒ김성헌

임종윤 : 나는 1년 동안 이 사업을 해오면서 참 많은 장벽에 부딪혔다. 그래서 오히려 현실 파악이 좀 더 확실하게 됐던 것 같다. 플랫폼 사업은 한 마디로 ‘돈과 시간의 싸움’이다. 이미 플랫폼 전쟁터에 뛰어든 전문가들을 우리가 이길 순 없다. 앞으로 지상파 방송사와 PD들은 결국 우리만 할 수 있는 유니크한 일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고도화된 보도, 깊은 다큐멘터리, 대형 콘텐츠 제작, 퀼리티 높은 드라마에 집중하는 방법이 있겠다. 과연 이게 최선의 활로인지는 모르겠으나 한순간에 지상파 방송사처럼 큰 조직이 인터넷과 모바일에 적합한 형태의 사업으로 전환하기는 어렵다. 방송사는 인력도, 그 변화를 기다려줄 여유도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내가 이만큼 할 수 있었던 건 교양국의 정책 결정자가 나를 믿고 사업의 필요성과 방향성을 인정해줬기 때문이다.

네 번 째 질문: 성과와 앞으로의 목표

김민태 : 어려움에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들었다.

임종윤 : 여행 프로그램을 하고 있어도 에어비엔비, 관광청 등 관련 분야의 외부와는 사실 연락이 잘 닿지 않았다. 서로 굳이 소통하거나 협력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서였을 거다. 하지만 서비스 착수 이후엔 여행업 관련 회사, 동호회, 커뮤니티와도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다. 내달부터는 다양하고 즐거운 일을 벌여볼까 고민 중이다. 예를 들어 토요일 오전 방송 전날인 금요일 밤에 여행 작가, <걸세> PD들, 여행을 다녀왔거나 갈 예정인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즐겁게 놀 수 있는 ‘장’을 만들어 보려 한다. 오프라인에서의 관계 맺음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더 나아가 펀딩 문제만 해결된다면 <걸세>가 직접 기획하는 새로운 형태의 여행 프로그램 역시 만들어볼 의향도 있다. ‘육아 학교’는 우리의 다음 단계 모델인 만큼 개인적으로 기대가 크다.

▲ 임종윤 KBS PD ⓒ김성헌

김민태 : ‘육아 학교’ 앱 역시 궁극적으로는 사람들이 모여 놀 ‘놀이터’를 만들어보자는 게 취지이자 목적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네이버 지식IN에 소셜네트워크 기능을 합친 방식으로 지식기반 앱을 만들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사용자들이 위치기반 시스템을 통해 주변 전문의나 육아 전문가와 직접 소통이 가능하도록 했다. 물론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 간의 소통과 만남도 가능하다. 아버지로써 직접 육아를 해보면서, 교양 PD로써 육아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의외로 사람들이 육아에 관심이 많다는 걸 느꼈다. 하지만 관심사에 비해 정보에 대한 충족은 의외로 잘 안 된다는 현실도 알게 됐다. 육아 사업이 다각화되고 앱이 200여 개가 넘을 정도로 육아 시장은 이미 과포화 상태인 건 맞다. 그럼에도 나는 충분하지 않다고 본다. 육아 정보 강자 네이버 카페 역시 초창기에는 순수한 커뮤니티 사이트로서의 기능했지만 광고와 등급 매기기에 매몰된 모습을 보여 안타깝기까지 하다. 네이버에 대항하는, 아니 이길 수 있는 ‘육아 포털’을 만드는 게 최종 목표다.

다섯 번째 질문: 못다 한 말 한마디

임종윤 : 현재로써는 제작자 개개인의 다양하고 새로운 시도에 기대를 거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수신료를 받는 공영방송의 제작자로서 시청자와의 거리를 좁혀가고 좀 더 많은 스킨십을 취하는 건 제작자인 우리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모두 하지 않는다고 해서 손을 놓고만 있을 순 없지 않은가. 다만 아쉬운 건 여전히 사람들은 “얼마나 벌었니?” “수익성이 좋으냐”는 질문부터 던진다는 것이다. KBS 1TV가 제작하는 교양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수익성이나 투자 대비 효용은 따지지 않는다.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방송을 만들었는지, 많은 사람이 봤는지(시청률), 반향은 있는 지 고려할 뿐이다. 서비스 역시 시청자들을 위한 것임에도 방송 외에는 돈이라는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결과만을 궁금해 한다. 방송사가 방송 외의 모든 서비스에도 수익성과 비용이 아닌 ‘도달률’과 ‘존재 의미’를 인정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미디어의 마인드나 지형이 변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김민태 : 과거 지상파는 최고 권력이었다. 새로운 콘텐츠를 공급하고 세상을 만들어가는 중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모바일과 인터넷 시대에서 방송사들은 뒤처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제작자인 PD들부터 서비스 차원에서 시청자의 ‘니즈’를 먼저 읽어내고 제공한다는 마인드로 바뀌어야 한다. 저는 사업보다는 ‘서비스’라는 단어를 참 좋아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PD는 서비스라는 표현조차 생소해 한다. “프로그램이 작품이지 무슨 서비스냐”는 타박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는 방송의 DNA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다리는 게 아니라 이제는 우리가 시청자들을 찾아가야 할 때다.

▲ 김민태 EBS PD(왼쪽)과 임종윤 KBS PD ⓒ김성헌

 


최선우 기자  frankie@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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