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보안수사대, CBS에 “인터뷰 대상자 정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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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보안수사대, CBS에 “인터뷰 대상자 정보달라”
“취재원 보호 원칙 침해” …보안수사대 내사 ‘공안몰이’ 의혹까지
  • 최영주 기자
  • 승인 2015.11.18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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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 수사에 특화된 서울경찰청 보안부 산하 보안수사대 소속 경찰관이 CBS에 전화해 지난 14일 민중총궐기 당시 물대포에 맞아 중태에 빠진 농민 백남기씨를 부축한 시민 A의 개인 신상 정보를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의 이 같은 행동은 취재원 보호 원칙을 침해하는 것이어서 파문이 일고 있다.

<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 소속 김모 경위는 지난 16일 A씨를 인터뷰한 CBS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김현정의 뉴스쇼> 제작진에 전화를 걸어 “방송국으로 찾아가겠다, A씨를 만날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다.

김모 경위는 A씨의 정보를 요구한 것과 관련해 “일베 같은 사람들이 계속 연락해 A씨를 조사하라고 한다”며 “그 사람이 진짜 목격자가 맞는지 확인해야 겠다”고 거듭 정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 <오마이TV>는 지난 14일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아직까지 의식 불명 상태인 농민 백남기(69)씨의 모습이 담긴 단독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백씨가 물대포를 맞고 쓰러지는 전후 상황이 담겨 있다. 사진은 쓰러진 백씨의 모습. ⓒ화면캡처

제작진이 당사자 동의 없이는 인터뷰 대상자의 정보를 알려줄 수 없다고 요구를 거부하자 김모 경위는 “직접 방송사로 찾아갈 테니 당사자를 만나게 중재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인 것으로 전해진다.

김모 경위가 소속된 보안수사대는 간첩 등 보안사범에 대한 수사 및 그에 대한 지도·조정과 보안 관련 정보의 수집·분석 및 관리를 주 업무로 하는 곳이다. 합법 집회였던 민중총궐기와 관련해 보안수사대가 내사에 나선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민중총궐기를 ‘종북몰이’ 내지 ‘공안사건’으로 가져가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김정현 새정치민주연합 수석부대변인은 18일 논평을 통해 “A씨에 대한 정보를 요구한 것은 민주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언론자유의 근간을 이루는 취재원 보호원칙을 정면으로 침해한 반헌법적인 작태”라고 비판하며 “대공사건을 주로 담당하는 보안수사대가 이 사건에 나선 것 자체가 이 사건을 ‘종북몰이’로 악용할 의도가 다분하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김 수석부대변인은 “더욱이 경찰이 ‘일베 같은 사람들이 계속 조사하라’고 했다고 말한 대목에서는 기도 안찰 지경이다. 이제 박근혜정권의 경찰은 일베 지시까지 받는가라고 묻지 않을 수 없다”며 경찰청장이 직접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이어 김 수석부대변인은 “그렇지 않아도 최근 박근혜정권은 이 대회를 취재 보도하는 KBS 기자에게 직접 물대포를 쏘는 등 사상 유례 없는 과잉반응을 보여 왔다”며 “이제 참가자들을 인터뷰한 방송까지 간섭해 들어오는 것은 헌법상 국민의 알권리를 정면으로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언론노조(위원장 김환균)도 이날 오후 성명을 내고 “대대적인 공안몰이를 위해 경찰이 지상파 방송사까지 사찰하고 언론의 독립성을 침해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언론노조는 경찰이 CBS 측에 A씨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며 ‘일베 같은 사람들이 계속 연락해 A씨를 조사하라고 한다‘고 밝힌 데 대해 “대한민국 보안경찰이 일베의 요구에 따라 움직이고 수사한단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14일 집회에선 시위 참여자와 경찰 뿐 아니라 언론사 취재진 다수도 경찰의 물대포 직사에 부상을 입거나 취재장비가 파손됐고, (경찰에서 쏜) 물대포와 캡사이신은 취재진을 따라다니며 조준 발사됐다”며 “국민의 안전도, 알 권리도 물대포 앞에 쓰러졌다”고 지적했다.

언론노조는 이어 “불법 언론 사찰로 언론의 독립성과 국민의 알 권리를 가로막은 강신명 경찰청장과 구은수 서울청장은 당장 CBS <뉴스쇼> 제작진과 언론 노동자에게 사과하고 보안수사대 책임자와 보안경찰을 엄중히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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