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4일 취재 진압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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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장비 파손 ·언론인 부상 피해 사례 드러나…언론·시민단체, 경찰청장 사과 촉구

▲ KBS 취재진을 향해 물대포가 발사되는 모습.

#1. 11월 14일 18시 30분경.
시위대가 뒤로 밀리자 경찰 차벽 구석으로 이동해 잠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KBS카메라 기자와 취재진에게 느닷없이 캡사이신이 섞인 경찰의 물대포가 날아들었다. 당시 주변에는 이 두 사람 외에는 집회 참여자도, 지켜보던 시민도 아무도 없었다. KBS로고가 큼지막하게 새겨진 근무복을 입고 삼각대와 취재용 장비를 갖고 있어서 누구라도 방송사 취재진임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물대포는 7~8초간 취재진의 머리와 상체를 집요하게 겨눴고 그 충격으로 인해 취재 활동은 20여 분 간 중단됐다. 장비 또한 손상되고 파손됐다.

▲ <오마이뉴스>에서 민중총궐기 대회가 열린 14일 오후 서울 종로1가 종로구청입구 사거리에서 경찰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시민의 모습을 취재하던 <오마이뉴스> 방송팀 윤수현 기자가 물대포에 맞아 부상을 당한 모습을 공개했다. ⓒ<오마이뉴스> 기사 화면 캡처

#2. 11월 14일 21시 45분경.
차벽위에서 시위대에게 캡사이신을 쏘고 있던 경찰을 촬영하던 뉴스통신사 <뉴시스> 기자와 15명의 사진영상기자들에게도 경찰은 캡사이신을 조준해 발사하는 등 취재활동을 지속적으로 방해했다. 이밖에 <오마이뉴스>, CBS, <한겨레>, CBSi, <코리아타임즈>, 뉴스타파, <기자뉴스> 등 다수의 취재진도 경찰 물대포에 부상을 입고 카메라 등 장비가 손상됐다.

▲ 경찰의 물대포로 인해 파손된 <기자뉴스> 이병관 기자의 카메라. ©기자뉴스

#3. 11월 14일 17시경.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대회를 취재하던 <기자뉴스> 이모 기자가 경찰의 물대포 공격으로 카메라 장비가 파손되고, 한 시간 동안 구토를 하는 등 취재를 방해받았다.

지난 11월 14일 민중총궐기집회 현장에서 물대포에 맞아 농민 백남기씨가 현재 중태에 빠진 가운데 당시 현장을 취재하던 취재・카메라기자 역시 부상을 당하고 들고 있던 카메라가 파손되는 피해를 입었다는 증언들이 나오면서 언론인의 취재를 막기 위한 일종의 '취재 진압'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헌법 제21조는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지만 이날 시위 현장에서 집회 및 시위의 자유는 물론 언론인들의 취재의 자유마저 유린되었다는 주장이다.

언론노조, 방송기자연합회, 한국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 한국사진기자협회, KBS기자협회, 한국인터넷기자협회 등 현업 언론인단체는 물론이고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자유언론실천재단,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등 시민・사회단체는 18일 서울 서대문에 위치한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 진압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경찰청에 촉구했다. 

▲ <오마이TV>가 지난 14일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아직까지 의식 불명 상태인 농민 백남기(69)씨의 모습이 담긴 단독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백씨가 물대포를 맞고 쓰러지는 전후 상황이 담겨 있다. 사진은 쓰러진 백씨의 모습. ⓒ화면캡처

“민중의 ‘지팡이’가 ‘몽둥이’가 된 적반하장의 상황”

김동훈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살인적인 행위가 공권력을 통해 행해졌다. 1970~80년대에도 이런 일은 없었다”며 “정권에 의해 장악된 방송은 집회 참가자를 ‘폭도’라 하는가 하면, 살인적인 탄압에 대해 외면하고 있다” 비판했다.

이와 함께 김 수석부위원장은 집회에 대한 과잉진압 및 취재진압의 연장선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CBS 사례를 언급했다.

간첩 수사에 특화된 서울경찰청 보안부 산하 보안수사대 소속 김모 경위는 지난 16일 민중총궐기 당시 물대포에 맞아 중태에 빠진 농민 백남기씨를 부축한 A씨를 인터뷰한 CBS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김현정의 뉴스쇼> 제작진에 전화를 걸어 “일베 같은 사람들이 계속 연락해 A씨를 조사하라고 한다. 그 사람이 진짜 목격자가 맞는지 확인해야 겠다”며 A씨의 개인 신상 정보를 요청한 바 있다. 이는 취재원 보호 원칙을 침해하는 행위이다.

손관수 방송기자연합회장(KBS 기자)은 “민중의 ‘지팡이’가 ‘몽둥이’가 된 적반하장의 상황”이라며 당시 물대포를 맞은 KBS 카메라기자는 현장에서 벗어나고도 한참을 공포에 떨었다고 설명했다.

손 회장은 “집회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는 연결돼 있다. 집회 취재를 왜 방해하는가? 국민들이 (상황을) 모르게 하려는 것”이라며 “지난 14일 만행의 기억을 자세히 기록하고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언론의 자유를 다시 되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병도 KBS기자협회장은 “언론이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라면 이번 공격은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라며 “취재진에 대한 공격이 이 정도였다면 일반 시민에 대한 진압이 어땠을지 짐작이 간다. (과잉진압을 한) 관계자에 대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권운동사랑방의 미류 활동가는 “경찰은 시민의 생명과 인권을 보호해야 하는데 이번 집회 때 누구하나 다쳐도 상관없다는 태도를 보였다”며 “취재기자가 현장에 있으면 큰 힘이 된다. 현장을 기록하기 때문이다. 그 기록은 시민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기록이고, 취재를 방해하는 것은 시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과 구별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 언론노조, 방송기자연합회, 한국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 한국사진기자협회, KBS기자협회, 한국인터넷기자협회 등 현업 언론인단체는 물론이고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자유언론실천재단,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등 시민・사회단체가 18일 서울 서대문에 위치한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청장은 취재 진압, 과잉 진압 당장 사과하고 책임자를 엄중히 처벌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언론노조

“강신명 경찰청장 면담 요구”

언론인들은 정부와 경찰의 사과 및 책임을 요구하는 항의서한을 경찰청에 제출하고 강신명 경찰청장 면담을 요구하고 오는 19일까지 회신할 것을 요청했다.

이들 단체는 항의서한에서 △14일 발생한 경찰 규정 위반 등 과잉 대응과 고의적인 취재 방해 행위에 대해 당장 사과할 것 △당일 경찰 지휘 체계와 물대포에 부착된 카메라의 동영상 기록을 공개하고, 과잉 대응과 취재 방해 행위에 대한 진상조사를 실시하고 책임자를 엄중히 처벌할 것 △11월말까지 현업언론인들의 의견을 수렴해 실질적인 취재방해 방지 대책을 수립 및 공표할 것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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