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내정설’ 이명희 EBS 사장 지원…방통위 독립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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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계획 없다더니 내정설 인사 중 홀로 지원…KBS 이어 또 청와대 개입 정황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 이하 방통위)가 내주부터 차기 EBS 사장 선임을 위한 본격 논의에 돌입할 예정인 가운데, 우편향 논란을 빚은 교학사 교과서의 대표 집필자인 이명희 공주대 교수의 지원 사실이 확인되며 공모 직후부터 제기된 ‘청와대 내정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 교수는 학계 안팎에서 ‘뉴라이트 교과서’라고 평가받는 교학사 근현대사 교과서의 대표 집필자로, 앞서 지난 2009년과 2012년 EBS 사장에 지원했지만 낙마했다. 이 교수는 내정설이 불거진 직후 언론과의 통화에서 EBS 사장 공모에 지원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지만 결과적으로 이 말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관련기사 : 이명희 교수는 누구?]

‘靑 내정설’ 뉴라이트 인사 중 이명희만 지원…野 “靑, 류석춘 내정 통보도” 주장

▲ 이명희 공주대 교수 ⓒ뉴스1

방통위는 지난 5일부터 2주 동안 EBS 사장 공모를 실시한 결과 12인이 지원했다고 지난 18일 저녁 밝혔다. 19일 오전 <PD저널> 확인 결과 지원자 12인 중 절반 이상이 EBS 전‧현직 임원이며, 뉴라이트전국연합 공동대표를 지낸 류석춘 연세대 교수와 함께 일찍부터 ‘청와대 내정설’의 주인공 가운데 한 명이었던 이명희 교수도 공모에 지원했다. 류 교수는 지원자 명단에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성준 방통위원장도 이날 오후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이하 미방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관련 질문을 받고 “(지원자) 명단에 없다”고 확인했다.

EBS 사장 선임 권한이 있는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공모 직후인 지난 5일 ‘청와대 내정설’과 함께 이명희 교수 등 구체적인 명단이 거론되자 지난 11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왜 그런 소리가 나오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날(11월 12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야당 추천의 고삼석 방통위 상임위원은 “사장 내정설은 나올만한 이유가 있고 빌미를 제공한 측면도 있다”고 지적하며 “지금 내용을 공개하지 않겠지만 (내정설과 관련해) 제보를 받은 게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9일 미방위 전체회의에서 “고대영 KBS 사장 후보자 선임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있는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이 (방통위 공모에 앞서 내정설이 있던) 류석춘 교수에게도 내정을 통보했고 신원조회까지 했지만 최종적으로 류 교수가 고사해 안 됐다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최성준 위원장은 “알 수 없는 얘기”라며 “그런 얘기가 나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이런 의혹이 국회 질의 과정에서 나올 정도로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 속에 내정설 명단에 있던 이명희 교수의 단독 지원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내주 본격화 할 방통위의 EBS 사장 선임을 위한 논의 과정에 방송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대영 KBS 사장 후보자를 청와대에서 미리부터 ‘낙점’했다는 의혹에 이어 방통위의 결정에 따라 EBS마저 사장 선임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는 상황이다.

특히 KBS 사장은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EBS 사장의 경우 방통위원장에게 권한이 있어 EBS뿐 아니라 방통위의 ‘독립성’ 문제가 더욱 강하게 제기될 수 있다. 방통위는 지난 8~9월 KBS 이사 추천과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EBS 이사 선임 과정에서도 의사 결정 과정의 독립성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방통위 ‘합의제’ 정체성과 ‘독립성’ 시험대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더욱 주목되는 건 최성준 위원장의 선택이다. 최 위원장은 지난 11일 기자간담회 당시 어떤 평가 기준에 따라 EBS 사장을 선임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받고 “공모에 지원한 후보자들의 알려진 발언들, 보도된 부분들을 감안해 인사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EBS는 공교육을 보충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상식에 벗어나지 않는 인사를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최성준 위원장은 19일 국회 미방위 전체회의에서도 유승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으로부터 EBS 사장 내정설에 대한 질문을 받고 “저로선 (내정설의) 근거를 알 수 없다. 내정은 있을 수 없다”고 밝힌 뒤 “EBS 설립 목적에 맞는 인사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9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한국교육방송공사법 제9조 2항에 따라 EBS 사장은 방통위원장이 방통위의 동의를 받아 임명한다. 이와 관련해 고삼석 상임위원은 지난 12일 전체회의에서 “법에서 정하고 있는 절차대로 위원장과 협의해 EBS 설립 목적에 부합하는 적임자가 뽑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즉, 임명과 관련한 동의를 구하기 위해 다른 상임위원들과의 충분한 협의가 필요한 상황으로, 지난 8~9월 KBS‧방문진‧EBS 이사 인선 과정에서 불거진 여권 추천 상임위원들의 ‘일방통행’ 의사결정이 반복될 경우 ‘합의제’ 위원회로서의 방통위 정체성을 둘러싼 논란은 불가피하다.

이와 관련해 방통위 한 관계자는 “현재 이명희 교수가 사실상 원 톱(one top)인 상황”이라며 “0.1%도 채택하지 않은 교과서를 집필한 이를 교육방송인 EBS의 사장에 앉힐 경우 위원장이 기자들 앞에서 밝힌 인사 평가 기준을 충족하게 되는 것인지 의문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최 위원장은 지난 11일 기자간담회 당시 극우 편향 발언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공영방송 이사들을 추천‧선임한 것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고 “합리적이고 중립적인 인물만이 공영방송 이사가 될 수 있고 반대쪽은 안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지난 11일과 이날 최 위원장이 거듭 내정설을 적극 부인하고 나섰지만 방통위와 EBS 주변에선 이미 제기된 ‘낙점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배경이다.

이런 가운데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이날 오후 논평을 내고 “교학서 교과서의 주동자인 이명희 교수는 ‘좌파와의 역사 전쟁을 승리로 종식시켜야 한다’, ‘한국사와 역사교육 관련 분야는 80~90% 이상 좌편향 돼 있다’ 등 극우 이념 공세를 펼쳐온 인물로, 박근혜 정권의 ‘역사교과서‧공영방송 국정화’ 시도의 마지막 퍼즐”이라고 지적했다.

언론연대는 “이 교수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교과서만 제대로 되면 EBS 교재와 방송의 좌편향은 바로잡을 수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훌륭한 교양 프로그램, 역사교육 프로그램을 얼마든지 만들어 교육혁명을 일으킬 수 있다’고 밝혔다”며 “정부 차원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밀어붙이면 그 국정교과서를 바탕으로 EBS가 역사 프로파간다(선전) 방송을 만들겠다는 주장으로 ‘EBS의 국가이데올로기 기구화=국정화’야말로 그가 사장에 지원한 목적”이라고 비판했다.

[관련기사 : EBS노조 "이념 편향 사장 오면 파업 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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