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경영진 비판 게시글 올린 직원 ‘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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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경영진 비판 게시글 올린 직원 ‘해고’
경고성 징계 후 게시글 또 올리자 해고…징계권 남용 비판
  • 구소라 기자
  • 승인 2015.11.19 1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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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경영직군의 A씨가 사내게시판(코비스)에 욕설을 섞어 보도공정성을 요구하는 게시글을 올렸다가 회사를 폄훼했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통상적으로 주의·경고에 그칠 수준의 징계가 해고로까지 이어졌다는 점에서 경영진의 징계권 남용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KBS는 18일 A씨에 대한 특별인사위원회(재심)를 열고 "게시물을 통해 KBS보도와 방송을 폄훼하고 공사 전자게시관리지침을 상습적으로 어겨, 취업규칙 4조(성실), 5조(품위유지) 위반과 인사규정 제55조 제1, 3호에 의거에 해임한다"고 징계를 확정했다. 이번 인사위는 지난 8월 인사위원회 결정에 대한 재심으로 KBS는 징계 수위에 대한 조정을 하지 않고 최종 확정했다. 조대현 KBS 사장은 다음날 19일 오전 재심 결과에 대한 결재를 하고 휴가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지난 7월 코비스에 '강선규 보도본부장에게'라는 글을 게시해 불공정한 보도에 대한 책임을 보도본부장에게 물으며 욕설과 비난을 함께 쓴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실은 1시간 이내에 해당 게시물을 삭제 조치했고 이에 A씨가 욕설 부분을 삭제한 뒤 같은 제목으로 보도본부장과 KB뉴스의 불공정성을 비판하는 글을 다시 올리자 회사는 다음 달인 8월 A씨를 중앙인사위원회에 회부, 해임을 결정한 바 있다.

당시 전국언론노조 KBS본부(권오훈 위원장)는 “욕설이 담긴 문제의 글은 부적절했지만 해고라는 사형선고를 받을 만한 인물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KBS 구성원들은 '과한 징계'라며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A씨는 2012년 김인규 전 사장 퇴진을 내걸고 열린 KBS 파업 당시 ‘파업독려글’을 썼다는 이유로 '감봉'을 받은 바 있으며 2013년 11월에는 노무현 대통령과 관련된 사진 게시물을 올리는 등 총 11건의 게시글이 문제가 되어 또다시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받은 바 있다.

김우진 경영협회장은 "상식적인 기준에서 해고에 이를 만한 징계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그들(경영진들)도 한때 노동자였는데, 노동자의 입장에서 해고가 어떤 의지인지 되물어 보고 싶다"고 말했다.

KBS본부는 19일 오후 성명을 내고 "임기만료를 4일 남겨둔 조대현 사장이 KBS 역사상 최악의 흉기를 휘둘렀다"고 규탄했다.

KBS본부는 "우발적인 상황에서 한 순간 감정에 치우친 실수를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해고라는 살인 선고를 내린 것은 누가 보아도 상식적이지 않다"며 "KBS 구성원들에게 입에 재갈을 물리고 영원히 정권의 나팔수, 청와대 낙하산 사장의 머슴으로 살라 강요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KBS본부는 A씨에 대한 법률지원, 기금조성 등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해고 조치와 관련해 KBS의 한 관계자는 “연임에 실패한 조대현 사장의 분풀이가 아니냐"며 납득하기 어려운 징계 결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게시물에 대해 A씨가 공개 사과를 했는데도 징계 수위에 변화가 없었다. 보통 이런 경우 주의나 경고에 그치지 해임까지 나오지 않는다”며 “앞으로 사측이 이걸 모델로 삼으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번 해고 결정에 대해 KBS측은 적법한 절차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KBS 홍보팀 관계자는 “세 차례나 재심을 하는 등 신중을 취했으나 비위정도가 너무 중하고 고의성이 있어 공사의 징계양정 등에 관한 지침에 의거해 해임 이상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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