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비준 앞둔 한중 FTA, ‘한류’는 생존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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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윈’ 말하지만 중국 ‘규제’ 여전히 높은 산…“한국, 5년뒤 지참금 들고 중국 가나” 우려

국회가 이르면 정기국회 기간 중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9월 중국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는 한중 FTA의 조기 발효를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는 동시에 국가 간 공동 벤처펀드로는 역대 최대인 2000억원 규모의 문화콘텐츠 개발 벤처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하며 총 33건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박 대통령과 리 총리는 면담에서 한중 FTA를 계기로 양국을 하나의 문화시장으로 만들고,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 함께 진출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를 위해 현재 한중 양국은 방송콘텐츠 공동제작과 온‧오프라인 공동배급, 장관급 문화정책협의체 신설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렇듯 한중 양국이 FTA 조기 발효에 대한 노력과 함께 공동 성장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동안 중국에서의 한류를 이끌어온 주체들, 특히 드라마와 예능 등 방송 콘텐츠 제작자들은 중국으로의 콘텐츠 수출에 제약이 늘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콘텐츠 기획‧제작 능력을 높이 평가하는 중국의 자본들은 한류 콘텐츠 기업과의 합작은 물론 경영권 인수 등에도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일례로 지난 24일 '국민 MC' 유재석과 씨앤블루, FT아일랜드, AOA 등의 소속사인 대형 연예기획사 FNC엔터테인먼트가 중국의 거대 민영 기업인 쑤닝유니버설미디어(Suning Universal Media, 이하 쑤닝)에 자사 주식의 11.37%를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23일에도 FNC엔터테인먼트는 쑤닝으로부터 336억 9000만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매일경제>는 지난 24일자 신문 28면 기사에서 이런 상황을 놓고 중국 자본이 한류 콘텐츠 기업을 끝없이 사냥하고 있다고 표현하며 “올해 들어 코스닥 시장에서만 10여곳 기업의 경영권이 중국 자본에 넘어갔거나 넘어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 tvN 드라마 <인현왕후의 남자>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드라마 <상애천사천년>은 지난 2~3월 중국 후난위성TV에서 방송돼 동시간대 1위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예측불가 중국 시장, ‘한류’ 이끈 방송 콘텐츠 어려움 가속화

반면 중국의 해외 콘텐츠에 대한 규제는 계속 강화하고 있다. 물론 여전히 한류 콘텐츠 수출의 최대 상대국은 중국이다. 그러나 중국은 현재 해외 방송 프로그램의 포맷 도입을 한 개 채널 당 1년에 한 편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프라임 타임 편성 역시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 또 중국은 올해부터 해외에서 제작된 콘텐츠를 온라인 등에 공개하기 전 사전 심의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온라인 역시 해외 수입물 방영을 전년도 국산물 방영량의 30%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국 콘텐츠 기업들의 중국 진출 전략도 변화하고 있다. 지난 24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한중 FTA 시대, 한중 교류와 관계 강화를 위한 미래 전략’을 주제로 열린 2015 미디어리더스 국제포럼에서 서현동 CJ E&M 상무(글로벌사업담당)는 “이전엔 중국의 위성방송사들을 상대로 한국 콘텐츠의 포맷 판매와 포맷을 활용한 연합제작을 시행했지만 올해 들어 포맷에 대한 수입 규제가 생기면서 (수출) 물량을 늘리는 데 제약이 생겼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서 상무는 이어 “대안으로 중국 현지 프로듀서, 제작사와 함께 로컬 IP(지적재산권) 연합 기획, 즉 오리지널(Original)을 개발해 현지의 부가산업을 처음부터 기획‧개발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사전 심의 강화로 사전제작도 늘어나고 있다. 내년 KBS에서 방송 예정인 송혜교, 송중기 주연의 드라마 <태양의 후예>와 수지, 김우빈이 주연을 맡은 <함부로 애틋하게>, 그리고 <대장금>(MBC) 이후 이영애의 12년만의 안방 복귀작으로 기대를 사고 있는 <사임당, 더 허 스토리>(SBS) 등의 사전제작 역시 중국 수출을 염두에 둔 선택이다.

<별에서 온 그대>(SBS) 제작사인 HB엔터테인먼트의 김현성 이사는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에 방송을 하지 않으면 중국 시장에서의 IP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방송 이후 콘텐츠를 수출해 중국 심의를 받은 후 방송을 시작하면 그 기간 동안 웹하드 등에 불법 유출이 되면서 판권 하락은 불가피한 까닭이다.

중국 잉케법률사무소의 앨런 왕(Allen Wang) 변호사는 “해외 콘텐츠와 자본에 대한 중국 정부의 규제가 많은 상황이긴 하지만, 해외의 투자자가 중국 내에 컨설팅 관련 업체를 설립하는 건 제한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민간인(업체)에 자금을 제공해 국내 기업을 설립하고 관리권을 넘겨받으면 투자와 기획‧제작에 모두 참여할 수 있고 운영 수익 역시 컨설팅 요금 방식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며 “동시에 지분을 제3자에게 넘기지 못하고 중국 정부가 외국 자본의 시장 진입을 허가한 이후 그 지분을 모두 (자금을 제공한) 쪽에 넘기도록 계약을 하면 여러 규제를 피해 중국 시장에의 진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중국과의 콘텐츠 교류에서 한국의 강점은 제작 능력이고 자금과 관련해선 중국 측에 강점이 있는 게 현실이다.

엄격한 반면 광범위한 해석이 가능한 중국 정부의 심의 규제 역시 국내 콘텐츠 기업들에 있어 어려운 부분 중 하나다. 중국 드라마 심의‧규제 내용을 보면 △헌법‧법률‧행정법규와 규정을 훼손하는 내용 △국가통합‧주권‧영토 수호에 위배되는 내용 △국가의 명예와 이익에 해가 되는 내용 △민족감정을 해치고 민족단결을 저해하는 내용 △종교 극단주의와 사이비 종교, 미신을 선전하고 신앙을 차별‧모욕하는 내용 △사회질서 교란, 사회 안정을 해치는 내용 △음란‧도박‧폭력‧공포‧마약‧범죄방법을 선전하는 등 민족의 문화전통을 해치는 내용 △미성년자의 심신건강에 해가 되는 내용 등이다.

주정민 전남대 교수는 “상세하고 구체적인 조항들로 이뤄진 한국의 방송심의규정과 달리 중국의 규제 내용은 광범위하다”며 “한국에서 (중국 수출을 염두에 두고) 사전제작으로 만든 콘텐츠도 중국 정부가 포괄적인 내용의 10개의 규제 조항으로 얼마든지 (방영을) 제한할 수 있다는 문제가 남는 만큼, 한중 FTA를 통해 양국이 협력하기로 한 이상 기준과 체계를 명확하게 정리해 달라고 정부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주 교수는 “해외 콘텐츠와 관련한 중국의 정책이 수시로 바뀌고 있는데, 내용에 대한 규제가 강한 데다 허가제로 운영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과 중국을 둘러싼) 외교 등의 분위기에 따라 콘텐츠 수출입이 어떤 때는 가능하고 어떤 때는 안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한중 FTA 후속 조치를 통해 중국을 ‘예측 가능한’ 시장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경쟁우위 한국에 있다면서도 중국은 ‘느긋’, 한국은 ‘우려”

해외 콘텐츠에 대한 중국 정부의 규제가 많다는 건 중국 쪽에서 인정하는 부분이다. 2015 미디어리더스 국제포럼의 기조연설을 맡은 인홍(Yin Hong) 중국 칭화대 교수는 “중국 정부의 규제가 (한국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많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이런 규제는 한국 뿐 아니라 외국 자본 전체를 향한 것이며, 국내(중국 내) 자본을 향한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한국만 해당하는 게 아닌 보편적인 상황이라는 얘기로, 인홍 교수는 오히려 한국 콘텐츠들이 중국 시장 내에서 거두는 성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실 짝사랑이라고도 할 수 있다. <대장금>부터 <별에서 온 그대>까지 한국의 많은 콘텐츠가 중국에서 놀라운 기록을 세우고 있다. 어떤 중국 콘텐츠도 국내에서 이런 성과를 거둔 일이 없다. 양국 문화 교류에서 잘못된 판단을 하지 않기 위해선 짝사랑을 하는 주체가 누구든 짝사랑만으론 사랑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중국의 규제에 대해서만 얘기하기보단 협력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는 강조로, 인홍 교수는 “(정부의 규제 수준이 높은) TV 등의 전통 미디어가 아닌 ‘인터넷 플러스(+)’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홍 교수는 세계 10위권 안에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의 중국 기업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과 함께 중국 내 인터넷 사용 인구가 6억 명을 넘어서고 있으며, 인터넷 이용 시간이 TV 시청시간을 상회하는 등 인터넷이 중국 최고의 미디어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상황에 주목할 것을 강조하며 “규제에 대해 아무리 말해도 해결할 수 없다. 한국도, 중국기업도 새로운 사고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중국 내 사전 심의 등을 이유로 100% 사전제작되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2016년 초 KBS 방영을 앞두고 있다.

앨런 왕(Allen Wang) 변호사도 “지금 경쟁우위는 한국에 있다. 지금 중국은 혼수(자금)를 갖고 한국에서 와서 신랑신부를 찾는 모양새”라며 “중국 정부의 규제보다는 시장의 수요, 즉 한국의 우수한 기획‧제작능력과 인력들을 어떻게 지원하고 서비스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를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포럼의 사회를 맡은 한진만 강원대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중국 측에선) 한국이 우위에 있다고 하지만 3~5년 후엔 우리(한국)가 지참금을 갖고 중국으로 가야 하는 게 아닐지 우려되는 상황인 것도 사실이다.” 중국 정부의 규제 때문에 지금은 공동제작 등으로 대안으로 삼고 있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국내 제작인력과 기술 노하우 유출, 그리고 국내 방송 콘텐츠 제작 시장의 잠식 등에 대한 우려를 피하기 어려운 현실을 언급한 것이다.

한국 역시 쿼터제를 통해 국내 콘텐츠에 대한 보호를 강력하게 했던 때가 있다. 그리고 평가는 여전히 엇갈리지만 점차 개방의 단계로 나아갔다. 때문에 체제의 문제가 남긴 하지만 중국이 지금처럼 계속 규제 기조를 이어갈 것인지 여부를 단정하기란 쉽지 않다. 이와 관련해 인홍 교수는 “현재 중국은 불확정성이 많은 상황으로 단기적으로는 내부의 발전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기 전엔 미디어 개방 정도가 나아지진 않을 것이다. 이 단계가 지나야 중국은 개방의 단계로 갈 수 있다고 본다. 때문에 3~5년 정도 불확정성 해소를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한국은 중국의 불확정성이 해소되기까지의 이 시간 동안 중국 자본에 흡수되지 않고 버틸 수 있을까. 한중 FTA 국회 비준을 앞둔 지금 윈-윈(Win-Win)을 위한 정부의 전략과 대책에 방송시장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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