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냐 시즌제냐, 김태호 PD 혼자만의 고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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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과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 지각 변동

“사실 <무한도전>이 토요일 저녁에 할 수 있는 이야기는 2009년까지 웬만한 건 다 했다” MBC 간판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김태호 PD가 최근 서울대에서 열린 한 강연에서의 발언이다. 김 PD는 지상파 방송사 뿐 아니라 PD로서도 변화가 필요한 때임을 직감한 듯하다.

“플랫폼 밖으로의 도전이 필요했던 상황인데,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선 <무한도전>이 시즌제가 되는 게 제일 좋지 않은가 생각하고 있다"며 예능의 시즌제 도입 필요성에 대해서도 말을 꺼냈다.(<마이데일리>, 김태호 PD "'무한도전', 시즌제 도입 필요하다" 보도)

▲ ‘국민 예능’이라는 찬사와 함께 팬덤층을 거느린 MBC '무한도전' 김태포 PD(사진)의 ‘시즌제 도입’ 발언은 여러 시사점을 남긴다. ⓒMBC

‘국민 예능’이라는 찬사와 함께 ‘무도’ 팬덤층을 거느린 상황에서 김 PD의 ‘시즌제 도입’ 발언은 여러 시사점을 남긴다. 김 PD는 2002년 MBC 입사 이후 예능의 지분을 넓혀온 장본인이다. 하지만 급변하는 방송 환경에서 올드 매체인 TV의 한계도 여실히 목도하고 있는 PD이기도 하다. 그가 강연 도중 2008년 <무한도전> 영화화 및 극장 상영 추진을 추진하다 내외부적인 상황으로 무산된 데 아쉬움을 드러낸 것도 그 연장선상이다. 앞서 김 PD는 <무한도전> 연출자로서 지난해 예능 프로그램으로는 16년 만에 한국방송대상‘대상’을 수상했을 당시에는 “한 주 한 주가 무서웠다”며 중압감을 털어놓기도 했다.

‘시즌제 예능’ 도입을 김 PD만의 ‘의견’이라고 치부하기엔 어렵다. 이미 지상파 예능 제작 환경을 들여다보면 변화의 필요성이 포화 상태에 이른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 제작 환경이 PD들이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구조인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즉, 예능 프로그램이 지상파 방송사의 주요 광고 수입원이라는 현실적인 이유를 차치하더라도, 방송사를 둘러싼 미디어 환경이 바뀐 가운데 지상파 방송사들은 더 이상 콘텐츠 제작 환경의 변화, 연출자의 실험적인 시도를 마냥 늦출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물론 지상파 방송에서 시즌제 방식이 전무했던 건 아니다. 다만, 시즌제 방식이 현재 방송 중인 SBS <K팝 스타 시즌4>, KBS <TOP 밴드 시즌3>와 같은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에 국한돼 구현되고 있다. 이전에는 KBS <해피 투게더3>, <해피 선데이-1박 2일 시즌3>, MBC <일밤- 진짜 사나이 2> 등 출연진을 일부 교체하는 부분 개편을 통해 ‘시즌성’을 가미해왔다.

이 가운데 콘텐츠의 시장성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케이블 방송사는 ‘시즌제 방식’을 드라마․예능 장르를 불문하고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CJ E&M의 주력 채널인 tvN의 <꽃보다 할배>, <꽃보다 청춘>, <삼시세끼> 등은 10회 안팎의 시즌제 방식이다. 정규 편성이 아닌 시즌제 방식은 제작진이 시간에 쫓기지 않고 기획 의도를 충분히 살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시즌과 시즌 사이에 출연진과 스태프들은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 현재 방영 중인 <삼시세끼-어촌편2>는 지난달 27일 12.9%의 평균 시청률을 기록했다. ‘응답하라’ 시리즈 연장선인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은 지난달 28일 역대 시리즈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인 12.2%(닐슨 코리아, 유료 플랫폼 기준)를 기록했다.

▲ 올드 매체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선 김태호 PD를 비롯해 현장을 뛰는 수많은 PD에게 실험적 영역이 절실해졌다. 사진은 MBC '무한도전' ⓒMBC

케이블 방송사에서 시즌제 예능 도입 당시만 해도 반신반의 했지만 현재 성적표를 보면 콘텐츠의 경쟁력을 발판 삼아 합격점을 얻었다. 더구나 시청자들에게는 ‘시즌제 예능’ 각인 효과까지 생겼고, 방송사의 매체력 상승에 따른 광고 단가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CJ E&M은 올해 3분기 복수방송사용 채널사업자(MPP)중 시청 점유율 21.5%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또한 ‘시즌제 예능’의 화제성으로 인해 네이버 TV 캐스트와 같은 인터넷․모바일에서도 높은 점유율을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소극적인 ‘시즌제 예능’을 벗어나기 위해선 많은 장애물을 넘어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시즌제 도입으로 안정적인 광고 수입원을 장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또 시청 타깃이 명확한 케이블 방송사에 비해 다양한 연령대의 시청층을 소구해야 하는 지상파에서 ‘시즌제 예능’의 성공을 장담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방송 환경의 변화 속에서 기존 방식을 고수한다고 해서 ‘현상 유지’가 되는 것도 아니다. 올드 매체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선 김태호 PD를 비롯해 현장을 뛰는 수많은 PD에게 실험적 영역이 절실해졌다. 콘텐츠의 경쟁력이 화제성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날이 갈수록 지상파 방송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지만, 새로운 시도가 불가피하다는 점도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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