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진, ‘이사회 속기록’ 나홀로 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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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 EBS 이사회 속기록 작성과 반대 행보 …與 추천 이사들, 부작용 이유로 반대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 이하 방문진)가 회의 내용을 기록하는 속기록을 작성건을 부결했다. 이번 방문진의 결정은 공영방송 이사회의 회의를 공개하도록 한 개정 방송법에 따라 KBS와 EBS가 속기록을 작성하는 것과는 반대되는 조치다.  

방문진은 3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율촌빌딩에 위치한 방문진 회의실에서 정기이사회를 열고 ‘이사회 회의록 작성기준 및 규정개정 결의건’을 표결에 부친 결과 속기록 작성 찬성 3표, 반대 5표(이사장 제외)로 속기록을 작성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날 회의에서 야당 추천 이사 3인은 모두 속기록을 작성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여당 추천 이사 5인은 이를 반대했다.

여당 추천 이사들은 방문진은 속기록을 작성할 의무기관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앞서 지난 10월 15일 열린 이사회에서 한 여당 추천 이사는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속기록 작성 및 공개를 통한) 부작용은 우리가 정상적인 업무를 하는데 상당히 부담된다. 나만해도 (언론에서) 이리저리 물어뜯기면 말을 못할 거 같다”며 속기록 작성에 반대한 바 있다.

속기록에 대한 논의는 앞서 지난 9기 방문진부터 있었으나 여야 이사 간 이견이 커 10기 이사회에까지 논의가 이어진 것이다. 그러나 이날 10기 이사회에서도 여야 입장차는 표결 결과를 통해 분명하게 드러났다.

야당 추천 최강욱 이사는 이번 결과에 대해 “합리적인 아무런 이유도 없이 이름을 숨기면서 회의를 하겠다는 건가”라며 “다른 어느 곳에서도 이렇게 하는 곳은 없다.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PD저널

방송문화진흥회법 제9조제6항은 ‘이사회의 회의는 공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방문진 뿐 아니라 KBS・EBS이사회도 관련 법 개정을 통해 이사회 회의를 공개하고 있다.

이 같은 규정이 신설된 이유는 그동안 비공개로 진행된 이사회 회의 과정을 공개함으로서 이사회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공영방송을 관리・감독하는 최고의결기구로서 시청자에게 가능한 많은 정보를 제공하도록 위함이다.

또한 방문진법에서 말하는 ‘공개’의 의미는 소극적 공개가 아니다. 지난해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공영방송 이사회 회의 공개와 관련한 법률 검토를 입법조사처에 의뢰해 회신 받은 결과에서도 입법조사처는 “이사회 공개의 의미는 회의 자체 공개는 물론 다양한 방법으로 회의 내용을 공개하라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EBS이사회와 KBS이사회는 현재 속기록을 작성하고 있을 뿐 아니라 속기록 공개 요청을 하면 방송법에서 정하는 비공개 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한 뒤 속기록을 공개한다.

방문진이 속기록을 작성하지 않기로 한 것과 관련해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는 “한 마디로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전제한 뒤 “속기록 작성을 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것은 노골적으로 정치 편향적인 태도를 보이겠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표시한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방문진은 공적기관으로 당연히 국민과 언론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회의를 직접 보지 못한다면 속기록을 통해 회의를 볼 수 있어야 하고, 방송법에서 규정하지 않더라도 자발적으로 작성을 하고 공개해야 하는 것이다. 이는 개정 방송법에도 어긋나는 초법적인 판단”이라며 “이번 결정은 결국 국민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들을 뽑아준 정치세력의 입맛에 맞춰 정치세력의 생각과 의지를 방송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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