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출판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권적 기본권 가운데 하나다. 언론사와 언론인만이 아니라 모든 국민은 다른 사람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라면, 자신이 생각하고 느낀 바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국가는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해 언론·출판의 자유나 집회·결사의 자유 등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하거나 제한할 수 없다. 그게 자유민주주의이고, 그런 나라가 곧 민주공화국이다.
실제로도 그런가. 노동자 단체나 진보정당의 약화·파괴를 노린 박근혜 정권의 비민주적 행태는 논외로 하고, 언론 분야만 보더라도 ‘민주주의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탄식이 나오는 건 마찬가지다. MBC, KBS 등 공영방송을 겨냥한 방송장악은 이미 완성 단계이고, 정권을 일방적으로 편드는 종합편성채널도 우리의 일상을 조금씩 파먹고 있다.
문제는 몇 안 남은 비판 언론이다. 과거 이명박 정권은 언론을 길들이려 할 때 명예훼손 소송 등 주로 법·제도적 수단을 동원했다면, 박근혜 정권은 좀 더 단순하고 무식한 방법을 쓴다.
실제로는 소송을 제기할 생각이 없으면서도 “기사를 내리지 않으면 소송하겠다”는 식으로 언론을 겁박하거나 항의하는 것이다. 최근 미국 뉴욕 주재 총영사가 현 정권의 노동탄압을 비판한 미 주간지 <더 네이션>에 항의 전화를 한 사건도 이런 유형에 속한다. 이에 대해 해당 기사를 쓴 팀 셔록(Tim Shorrock) 기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언론사를 겁주려는 조잡한 시도”라고 지적했다.
언론사 취재진에 대한 물리적 공격은 비판 언론에 대한 박근혜 정권의 ‘신경질적’ 반응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지난 9월 민주노총 총파업 집회 현장을 취재하던 김규남 <한겨레> 기자는 별다른 이유도 없이 경찰한테 강제연행 당하는 피해를 입었다. 그날 <민중의 소리> 취재진도 비슷한 봉변을 당했다.
그리고 11월 14일에 열린 1차 민중총궐기 때도 비슷한 사건이 빚어졌다. 물대포 직사 살수로 집회에 참가한 가톨릭농민회 소속 백남기 농민을 중태에 빠뜨린 경찰은 현장 취재 중이던 <한겨레>와 KBS, CBS, <오마이뉴스> 취재진한테도 물대포를 쐈다. <한겨레> 사진기자는 카메라와 노트북 등이 파손되는 피해를 입었다. 심지어 KBS 취재진은 방송사 로고가 새겨진 복장을 입고 있었는데도 머리에 물대포를 맞았다. 경찰은 집회 참가자를 연행하는 이유를 묻는 기자의 발을 걸어 넘어뜨리기도 했다.
방송장악을 넘어 언론장악이 거의 완성된 현실에 대한 정권 차원의 자신감이 없다면 결코 있을 수 없는 행태다. 실제로 경찰의 취재진 강제연행과 물대포 공격 등에 대해 주요하게 보도한 국내 언론은 거의 없었다. 많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알 수 있듯, 독자와 시청자는 이제 국내 언론이 아닌 외신을 통해서만 이런 소식을 접할 수 있게 됐다. 마치 1980년 광주에서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취재방해감시단’(이하 감시단)이라는 기구가 꾸려진 건 이런 언론 현실에서 비롯한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사진기자협회 등 거의 모든 언론단체가 뜻을 모아 출범한 감시단은 취재진 등 시민을 상대로 한 물대포 공격이나 불법채증 등 경찰의 모든 공권력 남용 행위를 감시하고 기록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평화롭게 끝난 것으로만 알려진 지난 5일 2차 민중총궐기 현장에서도 취재방해감시단은 경찰의 불법채증, 또는 불법채증 의심 사례를 여러건 파악해냈다. 감시단은 곧 1차 활동 보고서 등 형식으로 이에 대해 공식적인 문제제기를 하는 한편, 경찰을 상대로 불법·위법 행위에 따른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