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 킬러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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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욱한의 촌방촌설 村放寸說] 목포MBC ‘어영차 바다野’

▲ 목포MBC '어영차 바다野' ⓒ목포MBC

스타워즈의 귀환으로 세계가 들썩이고 있다. 이른바 블록버스터의 귀환이다. 헐리웃이 만들어낸 흥행 공식이 이번에도 먹힐지 궁금하기는 하지만 영화의 내용에는 별 흥미가 느껴지지 않는다. 스타워즈와 함께 꿈을 키우며 자라난 키드들에게는 좀 섭섭한 소리겠지만 내 취향이 아닌 것을 어쩌랴.

각설하고 블록버스터 얘기를 좀 해볼까 한다. 헐리웃이 TV에 뺏긴 콘텐츠 주도권을 찾기 위해 찾아낸 흥행 방식이 블록버스터이다. 원소스 멀티유즈(One-Source Multi-Use)를 기치로 내걸면서 문화와 유통을 장악하는 자본의 문어발식 확장과 어느 정도 닮아 있기도 한 흥행 방식이다. 그런데 이런 블록버스터 전략이라는 것은, 실은 힘을 가진 이는 누구라도 약자를 상대로 시전 할 수 있는 흔한 기술에 불과하다. 누가 더 많은 자본과 인력과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게임은 승패가 결정 된다. 국내 콘텐츠 시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상파든 종편이든 케이블이든 하나의 흥행 콘텐츠를 확보하고 나면 게임의 주도자가 될 수 있는 정글의 법칙이 이제는 자연스러운 상황인 된 것이다.

그렇다면 지역방송에도 블록버스터가 가능할까. 아직 그런 징후도 결과도 감지되지 않는다. 이 말은 지역방송이 자본과 인력의 절대 열세에 놓여있다는 말의 방증이기도 하다. 헌데 블록버스터는 아니어도 킬러콘텐츠는 가능하지 않을까하는 전망을 품어본다. 그 가능성의 증거가 <어영차 바다야>이다. 목포MBC가 5년째 제작해오고 있는 <어영차 바다野>는 대한민국 서남쪽의 변방에 자리 잡은 지역방송사가 제작하지만 한국 방송계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지역 방송계의 흐름에 큰 영향을 주는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 목포MBC '어영차 바다野' ⓒ목포MBC

<어영차 바다야>는 지역방송의 여건으로 견주어 본다면 블록버스터급으로 인정할 만한 제작 규모다. 목포MBC 전력의 반 이상을 이 프로그램에 쏟아 부었다는 표현이 과하지 않으니 말이다. 무려 4명의 PD를 투입하기도 하고 4명의 작가 시스템을 시도하기도 했으니 물량 공세에서도 블록버스터라 칭할 만하다. 물론 이 표현은 지역방송의 사정을 아는 이들끼리 하는 푸념과 자조가 섞여 있는 표현이다. 중앙 방송사들의 제작 규모나 제작비에 비한다면 비교 자체가 불가한 조족지혈이 따로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금은 3명의 PD가 다른 프로그램 제작을 겸업하면서 <어영차 바다野>를 이끌어가고 있기 때문에 업무 강도는 전례 없이 높아진 상황이다. 하지만 어찌됐든 없는 살림에 이만한 투자를 결정하고 기획하는 것은 무척 큰 용기를 전제로 하는 모험이었을 것이다. 이 지점이 목포MBC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2011년 첫 발을 내 디딘 <어영차 바다야>는 기획 초기부터 전국적인 콘텐츠를 염두에 두고 출발했다. 현재까지 결과는 성공적이다. 본사를 통해 전국 편성이 된 것은 물론이고 여러 곳의 지역MBC 채널을 통해 공동제작의 형식으로 송출이 되고 있다. 중소 지역방송사가 몰고 온 지역방송계의 돌풍이라고 얘기하고 싶다. 삼면이 바다이면서도 해양 문화가 위축되어 있었던 우리나라의 풍토와 인식을 일거에 뒤집으면서 바다와 바닷사람들의 이야기를 구수하게 5년째 이어가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한국을 넘어 해외로까지 제작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올해 초에 동남아 해외 촬영에 이어 일본까지 로케를 실시한 것이다. 잘 키운 콘텐츠 하나가 지역을 넘고 전국을 휘돌아서 이제 해외까지 보폭을 넓힌 셈이다. 보무당당한 행진이 어디까지 이어질 지 자못 기대가 될 정도이다.

▲ 목포MBC '어영차 바다野' ⓒ목포MBC

하지만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고 했던가. <어영차 바다야>가 이룬 성취는 지역방송계에 새로운 고민거리를 안겨준다. 그 고민의 핵심은 지역성과 킬러콘텐츠의 공존 가능성에 대한 염려이다. 프로그램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서는 전국적인 아이템이 필수적으로 확보되어야 한다. 이런 현상은 지역성의 약화라는 예기치 않은 결과를 초래한다. 목포MBC가 봉사해야할 대상인 지역민의 이야기가 줄어들고 전국의 불특정 다수가 관심을 기울일만한 아이템이 확대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프로그램의 위상과 영향력을 위해서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를 포기할 수 있는가 하는 근원적인 질문에 이제 누군가는 답을 해야 할 차례이다. 제작을 맡고 있는 김윤상PD가 이 문제에 대해 느끼는 고민을 소개한다.
"취재영역이 확대된다는 것은 좀 더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기 때문에 제작PD로서는 반가운 일입니다. 하지만 이럴 경우 이야기가 풍성해지는 반면 지역성은 다소 떨어지게 됩니다. 바로 이 부분이 <어영차 바다野>가 존속해 나가기 위해서 풀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다시 쓰는 자산어보’와 ‘포구에서 만난 사람’ 두 코너에서 모두 다른 지역 이야기를 다루면 오정해 씨의 오프닝은 우리 지역에서 한다든지 하는 방법으로 최소한의 지역성은 살리고 있습니다만, 지역성과 보편성이 공존할 수 있는 좀 더 나은 방법을 꾸준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어영차 바다野>가 마주친 또 하나의 고민은 아이템의 고갈이라는 변수다. 5년 이라는 시간 동안 전국을 누비며 길어 올렸던 펄떡이는 아이템들이 앞으로 언제까지 계속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난관에 봉착하고 있다. '대동漁지도' ‘밥상 위의 자산어보’ ‘다시 쓰는 자산어보’ ‘힘내라! 수산왕’ ‘갯길 이야기’ ‘섬 이야기’ ‘바다, 바다 사람들’ ‘명현지의 맛있는 바다’ 등 주옥같은 코너들로 변신을 거듭하면서 프로그램의 내실을 넓혀 왔지만 소재의 고갈 혹은 중복이라는 복병을 피해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제작진의 치열한 고민과 노력으로 이 문제는 충분히 극복될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김윤상 PD의 이야기 속에 극복의 의지와 방법이 모두 들어있다.
"가장 큰 고민거리 중의 하나입니다. 제가 <어영차 바다野>를 담당한지 3년이 넘어가는데 벌써 아이템이 고갈되어 가고 있습니다. 꿈속에서도 아이템을 찾으러 다닐 정도니까요. 새로운 아이템 발굴도 발굴이지만 어떻게 새롭게 이야기하느냐에 대한 부분을 많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똑같은 ‘오징어’ 이야기라도 어떤 관점에서 접근하느냐에 따라 내용은 전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 목포MBC ‘어영차 바다野’ 제작진, 맨가운데가 진행자 오정해 씨다. ⓒ목포MBC

<어영차 바다野>는 짧지 않은 세월동안 다양한 스타일의 변주를 보여 왔다. 여러 개의 코너로 화려한 레시피를 뽐내기도 했고, 단일 소재로 한 시간을 끌고 가는 묵직한 저력을 선보이기 했다. 하지만 프로그램 구성이 여러 차례의 변화를 거듭하면서도 <어영차 바다野>를 대표하는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진행을 맡고 있는 배우 오정해이다. 목포가 고향이라는 큰(?) 인연을 바탕으로 첫 회부터 프리젠터 역할을 맡은 오정해는 이제 프로그램의 아이콘이자 이미지 그 자체가 되어버린 듯하다. <오정해의 어영차 바다야>로 타이틀을 인식하는 시청자들이 생길 정도로 완벽하게 프로그램과 동화된 경지를 보여준다. 직접 부대끼며 제작하는 PD의 얘기로 오정해의 활약을 소개하는 것이 가장 생생할 것이다. 가감 없이 전한다.
"오정해씨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일단 촬영장에서부터 확연하게 드러납니다. 분위기 자체가 다르죠. 오정해씨가 있을 때는 따로 연출이 필요 없을 정도입니다. 본인이 알아서 분위기를 끌어올리니까요. 일단 소리 한 번 해주면 연세 있는 주민들은 말 그대로 환장합니다. 분위기가 오르면 생각하지 못했던 에피소드들이 현장에서 생겨나게 되죠. 연출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땡큐’입니다. 그러다보니 오정해씨 없이 촬영을 가면 주민들이 아쉬워합니다. 왜 오정해는 함께 오지 않았냐고... 결론은 <어영차 바다野>는 결코 오정해 효과를 무시할 수 없는 프로그램이란 겁니다."

전국의 바다를 발로 뛰며 촬영을 이어가는 <어영차 바다野>는 제작진의 높은 업무 강도를 전제로 유지될 수 있다. 다반사로 이어지는 출장은 제작진의 애환으로 남는다. 아침에 출근할 때마다 5살 된 아들이 항상 “아빠, 오늘은 집에 들어와?”라고 묻는다는 김PD의 이야기 를 들으면 만만치 않은 업무 강도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 속에는 애환뿐만 아니라 프로그램에 대한 보람과 자부심도 깊이 베여있다. 김윤상 PD가 스스로 평가하는 타이틀에 대한 애착을 들어보면 제작진이 프로그램에 가지는 자부심이 작지 않음을 감지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자부심이 프로그램의 큰 자산이 되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타이틀이 참 마음에 듭니다. 타이틀만 봐도 망망대해에서 “어영차~ 어영차~” 하면서 그물을 걷어 올리는 뱃사람들의 모습이 절로 그려지거든요. 얼굴에는 물고기 비늘이 덕지덕지 붙은 채 말이죠. 바다 짠 내도 나는 것 같네요. 바다와 수산업을 이야기하려면 이렇게 고생하면서 조업하는 현장의 어민들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그래 어영차 나아갈 뿐이다. 지역방송이 이렇게 어영차~ 나아가야 한다. 지역방송이 가져야하는 킬러 콘텐츠의 기준을 제시했던 <어영차 바다야>처럼 열심히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치열한 고민도 이어져야 한다. 방송 영역의 확대나 영향력의 확대가 로컬리티를 손상시키지 않는 그 절묘한 지점을 찾아나서는 고민이 지속되어야 한다. 살아 움직이는 바다처럼 지역방송도 살아서 날 뛰어야 한다. 그리하여 마침내는 지역성의 구현이 바로 지역방송의 영향력을 키우는 최고의 선택이 되는 그 날까지 힘을 내야한다. 어영차!

*필자 김욱한 PD는 포항MBC 편성제작센터장이면서 PD연합회 대구경북지부장을 역임하고 있다. 술과 썸타면서 방송과 연애하고 있고 책과 밀당 중이다. '변방에서 낮게 나는 부엉이'라는 황당한 닉네임을 스스로 즐겨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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