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정권의 탄압 41년 만에 인정한 역사적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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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종철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위원장

▲ 1974년 10월 24일 동아일보와 동아방송 언론인들이 편집국에서 당시 유신정권의 언론탄압에 맞서 10·24 자유언론 실천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해직된 지 41년 만입니다. 41년 만에서야 기자, 프로듀서, 아나운서, 엔지니어 등 113인의 언론인이 박정희 정권과 <동아일보> 경영진의 야합에 의해 해직된 거라는 최초의 판결이 나왔습니다.”(김종철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위원장)

독재정권과 그에 순응한 언론으로부터 해직된 지 무려 41년 만이다. 113명의 기자, PD, 아나운서, 엔지니어 등 해직언론인이 41년만에야 해직의 불법・부당함을 법적으로 인정받은 일이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부(부장판사 신광렬)는 지난 11일 1970년대 박정희 정권의 언론 탄압을 비판하다 해직된 <동아일보> 언론인 13인이 부당 해직과 관련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국가는 권씨 등에 각 1000만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언론인의 해직 과정에서 벌어진 국가의 ‘불법행위’를 인정했다는 점이다.

재판부는 “국가의 불법행위로 말미암아 이들이 해임됐다”며 “국가는 이들이 입은 정신적 고통을 금전으로나마 위자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1974년 10월 24일, 113명의 <동아일보> 기자와 동아방송 PD, 아나운서 등 113명의 언론인은 박정희 정권의 독재에 반대하며 자유언론에 역행하는 어떠한 압력에도 굴하지 않겠다며 ‘10·24 자유언론실천선언’을 외쳤다. 선언 이후 113명의 언론인들은 유신정권의 폭압 아래 거리로 내몰렸다. 이들은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이하 동아투위)’를 결성해 언론자유와 민주화를 위해 싸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41년이 흘렀다.

거리에서 투쟁한 지 41년 만에 난 승소 판결이라 더욱 의미가 깊다. 이번 판결에 대해 김종철 동아투위 위원장은 “여러 가지 소송을 했는데 이번에 동아투위 113명이 해직된 것이 박정희 정권과 동아일보 경영진이 야합한 조치라는 최초의 판결”이라며 “요즘 MBC 등 해직언론인이 많은데 역사적으로 제일 오래됐고, 가장 많은 해직자인 113명 동아투위에 대해 법원의 이 같은 판결이 나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승소한 해직언론인은 동아투위 소속 권근술・김동현・김태진・김학천・성유보・송준오・오정환・이부영・이종대・임채정・조학래・허육・황의병 등 총 13인이다.

▲ 지난 2014년 12월 29일 오전 서울 광화문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종철 동아투위 위원장(사진 가운데)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언론노조

당초 1·2심 재판부는 부당 해직을 인정하면서도 1993년 문민정부 집권 이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었음에도 소멸시효 5년이 지난 2009년에야 소를 냈다는 점을 문제 삼아 이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원고 패소 판결을 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에서 진실규명을 결정했다면 국가가 소멸시효를 문제 삼는 것은 권리 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다. 대법원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원고 134인 가운데 진실화해위에 진상규명을 신청한 50인만을 판결 대상으로 삼았다. 또 이 가운데 민주화운동보상법에 따라 보상금을 받은 36인에 대해선 이미 민주화운동보상법에 따라 보상을 받았기 때문에 국가 배상은 받을 수 없다며 각하 결정을 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08년 진실화해위에서 ‘박정희 정권의 중앙정보부가 <동아일보> 경영진에 압력을 가해서 자유언론실천 운동을 하던 기자, 프로듀서, 아나운서 엔지니어 등 113명을 대량 해고한 것이 사실로 인정된다. 정부와 <동아일보>는 합당한 사과를 하고, 배상을 하길 권고한다’고 결정했다. 그동안 이 같은 사실을 인정한 국가기관의 결론이 없었기에 이를 근거로 국가를 상대로 민사상 배상을 청구했던 것”이라며 “이를 근거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고법이 승소 판결을 했으니, 진실화해위에 청구를 하지 않았던 해직언론인도 이를 근거로 새롭게 법리검토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1975년 강제 축출된 동아투위 위원들은 6개월 동안 출근시간에 회사 앞에 도열한 뒤 신문회관 혹은 종로 5가 기독교회관까지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 ⓒ 동아투위

이어 김 위원장은 “노무현 정부 당시 민주화운동보상법에 따라 보상금을 받았다고 해서 자격을 상실했다고 본 사람들에 관해서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해놨고, 이에 대한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위원장은 YTN 노종면, 조승호, 현덕수 기자와 MBC 이용마 전 기자, 정영하 전 노조위원장, 강지웅 전 PD, 박성호 전 기자, 최승호 전 PD, 박성제 기자, 권성민 전 PD등 후배 언론인이자 해직언론인에게 “하루 빨리 제자리로 돌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권성민 PD 사건도 있고 MBC를 비롯해 여러 해직언론인이 있다. 대부분 2심까지 승소했는데,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나기까지 근무도 안 시키고 부당한 일이 많다”며 “언론사가 끝까지 재판을 해서 자기들이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건 옳지 않다는 게 이번 판결로도 드러났으니, 더 이상 법원의 판결이 나오기 전에 MBC도 빨리 해직언론인을 복직시키고 정상근무를 시켜야 한다. 그리고 다른 해직언론인도 제자리로 돌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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