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기자협회장 ‘세월호’ 보도 제안에 보도국장 “편집권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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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기자 대표 발언을 압박이라고 주장 …“편성규약 무력화 신호탄” 우려 확산

▲ 지난 14일 방송된 KBS <뉴스9> '[간추린 단신] 서해대교 19일 전면 개통 외'. ⓒ화면캡처

KBS(사장 고대영) 보도국 아침 편집회의에 평기자 대표로 참석한 기자협회장이 세월호 청문회 보도를 하자는 의견에 대해 보도국장이 ‘편집권 침해’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 청문회’ 보도 요청 의견에 ‘편성권 침해’ 주장 논란

지난 16일 보도국 아침 편집회의에 평기자를 대표해 참석한 이병도 기자협회장은 지난 14일부터 사흘간의 일정으로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해 진행하고 있는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1차 청문회’ 마지막 날인 만큼 마무리 보도를 하는 것은 어떻겠냐고 의견을 전달했다.

KBS 메인뉴스인 <뉴스9>에서는 세월호 청문회 소식이 다뤄진 건 14일과 16일 ‘간추린 단신’으로 나간 것이 전부다.

그런데 기자협회장의 요구에 대해 정지환 보도국장은 아이템에 대한 기자협회장의 발언은 부장들에게 압박으로 비춰질 수 있고, 따라서 기자협회장의 발언은 ‘편집권 침해’라는 취지의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병도 기자협회장은 “물론 부장에게 아이템을 기획하고 정하는 실무적 권한과 책임을 준 건 맞지만 뉴스라는 게 모든 기자가 다 참여해서 만드는 만큼 평기자의 의견 반영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조직의 상식이다. 이걸 압박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비상식”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KBS본부는 17일 성명서를 내고 “온 나라를 슬픔에 빠지게 하고, 이에 대한 보도를 제대로 하지 못해 KBS의 사장까지 물러나야 했던 사건이 아니었던가”라며 “그럼에도 이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한 청문회가 열리는데도 공영방송 KBS는 생중계도 안 하고 사흘간의 청문회 기간 중 이틀 내내 메인뉴스를 통해 리포트조차 하지 않는 데 대해 기자협회장은 지극히 상식적이고도 정당한 문제제기와 제안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 KBS 보도위원회 운영 세칙.

평기자 대표의 편집회의 참석, 편성규약・보도위원회 운영 세칙에 명시된 내용

무엇보다 언론노조 KBS본부(이하 KBS본부, 위원장 권오훈) 평기자 대표의 의견 제시는 ‘KBS 방송 편성규약’(이하 편성규약) 및 ‘보도위원회 운영 세칙’ 상에 규정된 것으로, 이에 대해 보도국장이 ‘편집권 침해’를 주장하는 것은 법적 정당성이 결여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편성규약은 부당한 압력으로부터 제작자율성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적 장치로, 지난 2001년 방송법 제4조 제4항에 근거해 제정된 장치다.

편성규약 제6조(취재 및 제작 실무자의 자율성 보장)제2항에는 ‘취재 및 제작 실무자는 편성․보도・제작상의 의사결정에 대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고, 그 결정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권리를 갖는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편성규약에 근거해 운영되는 보도본부 본부별 편성위원회인 ‘보도위원회 운영 세칙’에는 ‘보도본부 내 뉴스 기획/편집회의에 평기자 대표가 참여한다. 평기자 대표는 편집회의 이외에 뉴스 최종 편집과정에서 실무자들의 의견을 공식적으로 제기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해당 시행세칙은 지난 2004년 당시 보도본부장과 기자협회장의 공식 서명까지 날인해 제정한 것이다.

▲ 고대영 제22대 KBS 사장. ⓒKBS

“편성규약 무력화 시도의 신호탄”

KBS본부는 이번 ‘편집권 침해’ 발언은 고대영 사장이 취임 전 사장 면접과 인사청문회, 취임 후 취임사 등을 통해 말해 온 ‘편성규약 개정’의 신호탄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고 사장은 지난 11월 24일 취임식에서 “시청자의 눈높이가 높아졌고 이를 구현할 장치가 필요하다. 편성규약 정비를 통해 이를 해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같은 기류는 이미 김인규 전 사장때부터 존재했다. KBS 보도본부 간부들은 지난 2013년 편성규약에 따라 편성회의에 참석해 천안함 보도의 과도함을 지적한 기자협회장을 비판하는 연대 성명을 낸 것은 물론, 직원들을 대상으로 편성규약의 위법성을 따지는 강의를 진행한 바 있다.

마지막으로 KBS본부는 “우리의 이런 정당한 요구를 묵살하고 사측이 일방적으로 ‘편성 규약’을 개정하려고 할 경우, 향후 벌어질 모든 사태의 모든 책임은 고대영 사장과 사측에 있음을 분명히 밝혀 둔다”고 밝혔다.

이 같은 내부 비판여론에 대해 정지환 보도국장을 비롯한 18명의 보도국 국·부장은 17일 내부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KBS뉴스가 내외부의 압력으로부터 벗어나 독립적인 뉴스제작을 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회의체에 기자협회장이 참석하는 것을 놓고도 논란이 있는 터에 특정 아이템의 채택여부에 관여하는 것은 명백한 편집권 침해”라며 “KBS뉴스의 발전과 공정한 보도를 위해서라면 어떤 대화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특정 아이템을 넣고 빼라는 식의 요구에는 앞으로도 결코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KBS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지난 16일 편집회의에서의 보도국장 입장은 과거부터 반복되어온 기자협회장의 아이템 관련 발언이 편집권 침해임을 명확히 고지한 것이지, 당일 논의된 특정 아이템에 대한 보도 적절성 여부를 놓고 벌인 입장차이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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