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노조, 식물노조 만들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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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전임자 업무 복귀 명령에 ‘천막농성’…방문진 이사회에서도 문제 제기 나와

MBC(사장 안광한) 노사가 임금협상을 진행 중인 가운데 사측이 타임오프(근로시간 면제) 종료를 이유로 노조 상근 집행부 5명 전원에 대해 21일자로 업무 복귀 명령을 내리자 MBC 노조가 강력 반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22일부터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MBC는 언론노조 MBC본부(위원장 조능희, 이하 MBC본부) 소속 조능희 위원장, 송희원 사무처장, 김혜성 홍보국장, 배성민 정책교섭국장, 이호찬 보도 민주방송실천위원회 간사에 대해 타임오프 기간이 종료됐으니 21일까지 기존 회사 업무에 전원 복귀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4조(노동조합의 전임자)제1항 “근로자는 단체협약으로 정하거나 사용자의 동의가 있는 경우에는 근로계약 소정의 근로를 제공하지 아니하고 노동조합의 업무에만 종사할 수 있다”는 조항에 따라 노조 활동을 수행해왔다.

MBC는 지난 17일 공식입장을 내고 “이제는 새로운 개별교섭으로의 방식 변경과 함께 근로시간 면제에 대한 합의 기간이 종료돼 면제자들에 대한 복귀발령을 하게 되었다”며 “MBC는 법이 정한 기준에 따라 본부노조가 아닌 타 노조의 개별교섭 요청을 받아들여 3개 노조와 임단협을 개별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본부노조는 본부노조원에게만 적용되는 협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근로시간 면제 또한 단체협약 사항으로써 3개 노동조합과의 개별교섭을 통해서 합리적으로 풀어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현재 MBC에는 총 세 개의 노조가 존재한다. MBC본부는 그동안 교섭대표노조의 지위를 갖고 있어 임금협상을 진행해왔다. 그런데 2, 3노조가 개별적으로 회사에 교섭신청을 하자, 사측이 노조 간 협의를 통해 교섭대표를 정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들 세 개의 노조 사이에 협의가 이뤄지지 않자 MBC본부는 지난 12월 14일자로 결국 교섭대표 지위를 상실하게 됐다. 이렇게 되자 사측은 겨우 일주일의 시간을 주며 MBC본부 전임자의 업무 복귀를 명령한 것이다.

▲ 전국언론노동조합이 22일 서울 성암로 상암MBC 앞에서 MBC본부 전임자 업무 복귀 명령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미디어스 제공

노조 “업무 복귀 명령은 ‘노조 파괴’ 행위” 반발…비대위 체제 전환

업무 복귀 명령이 내려지자 MBC본부 집행부와 18개 지부장은 22일 오후 긴급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기존 집행부에 정영하・박성제・최승호 전 위원장 등 해직 언론인들이 비대위에 합류해 집행부를 확대하는 형태로 꾸려질 예정이다. 또한 MBC본부는 이날 오후부터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MBC본부는 이번 사태를 ‘노조 파괴’ 행위라고 비판했다. 임금협상 도중에 협상위원을 업무에 복귀시키는 것은 노조의 존재를 부정하려는 의도이며 조직을 흔들고 와해시키고자 하는 행위라는 설명이다.

MBC본부는 22일 발행한 ‘임단협특보 7호’를 통해 “사측은 법으로 보장된 조합의 임·단협 교섭권마저 전례 없는 방식으로 침해하며 폭주하고 있다”며 “MB정부 이래 각종 언론에 등장했던 악덕기업의 ‘노조 파괴’ 공작이 MBC에서도 노골적으로 실행되기 시작했다는 판단이다”라고 밝혔다.

언론노조 “MBC, 전임자 근로시간 면제 보장하라”

언론노조(위원장 김환균)도 이날 낮 12시 서울 성암로 상암MBC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 마디로 노사간 자율적으로 교섭해 체결해야 할 단체 협약과 임금 협약 체결을 최대한 지연, 해태해 무협약 상태를 지속시켜 문화방송의 민주노조를 ‘식물노조’로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단체협약 교섭에서는 법원도 언론노동자의 근로조건으로 인정한 ‘공정방송 조항’이 여전히 쟁점이고, 서울과 각 지역MBC의 임금 수준을 차등해야 한다는 사측의 주장을 고려할 때, 일련의 조치는 ‘노조와는 아무것도 체결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는 것이다.

언론노조는 “MBC 경영진에 촉구한다. ‘노사 자율’을 노사관계에 있어 최소한의 의무를 회피하는 구실로 삼아서는 안 된다”며 “MBC본부가 합리적인 조정안을 낸 만큼, 원활한 임단협 교섭과 조속한 협약 체결을 위해 전임자들의 근로시간면제를 보장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언론노동자들의 중요한 근로조건 중 하나인 공정방송’조항을 포함한 단체협약을 하루 빨리 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언론노조 MBC본부(위원장 조능희)가 지난 16일 오전 8시 30분 서울 성암로 상암MBC 로비에서 노조 전임자 전원 복귀 명령에 반대하며 피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언론노조 MBC본부

이날 오전 11시에 열린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 이하 방문진) 정기이사회에서도 노조 전임자 전원 복귀에 대한 야당 추천 이사의 지적이 있었다.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이 MBC 현안에 대해 보고하러 나온 가운데 이완기 이사는 “2016년 경영지침에도 노사 관계를 원만하게 풀라는 지침이 있다. 상호간에 서로 협의하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왜 노조를 자극시키는가”라며 “경영진이 결자해지의 자세로 풀어라”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백 본부장은 별다른 말없이 이사회장을 나간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MBC본부는 지난 21일 서울지부 긴급 대의원 대회를 열고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을 결의하는 과정에서 △임금협상 중 집행부 복귀명령은 노조파괴행위로 규정 △현 집행부를 확대해 해직자 포함 비대위로 전환 △노조파괴행위에 단호히 대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강력하게 맞설 것 △사측의 일방적인 횡포에 맞서기 위해 조합원 배가(倍加)운동에 돌입할 것 등의 내용을 담은 결의문을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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