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말아야 할, 알아야 할, 질문해야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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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말아야 할, 알아야 할, 질문해야 할…
[송년기획] 2015년 한국 사회를 말한 프로그램 10
  • 최영주 · 김세옥 기자
  • 승인 2015.12.29 07:4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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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을 보면 그 시대를 읽을 수 있다. 당대 시대 상황, 사회, 사건, 현안은 물론 사람, 사람의 욕망과 감정 등을 관찰하고 화면을 통해 구현하는 게 방송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올 한 해도 2015년을 고스란히 반영한 프로그램들이 있다. 1년 전 그때 세월호 침몰 참사부터 갑질, 노동운동, 상위 0.1%가 바라보는 99.9%에 대한 고고한 시선까지 2015년에 대해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알아야 할, 그리고 질문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되짚어 본 프로그램 10편을 준비했다. <편집자>

*검색키워드: 세월호 / 육룡이 나르샤 / 그것이 알고 싶다 / 풍문으로 들었소 / 명견만리 / 스페이스 공감 / 노조 / 송곳 / 시사터치 따따부따 / SBS 스페셜 / 마이 리틀 텔레비전

▲ OBS <세월호 1주기 특집 다큐 집으로-‘유가족’이라는 이름…> ⓒ화면캡처

▶잊을 수 없는 그 이름 ‘세월호’
KBS 2TV <추적 60분-세월호 가족의 멈춰버린 1년>(4월 11일 방송)
KBS 1TV <시사기획 창-세월호 1년, 진정한 애도란…>(4월 14일 방송)
OBS <세월호 1주기 특집 다큐 집으로-‘유가족’이라는 이름…>(4월 16일 방송)

“Memento mori(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는 의미의 라틴어다. 지금 우리에게는 기억해야 할 ‘죽음’이 있다.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참사 608일째를 맞은 지난 14일부터 사흘 간 정부대응의 적정성 등을 밝히기 위한 제1차 청문회를 진행했다. 이날 청문회는 정부와 특조위 여당 추천 위원과 지상파 방송사의 무관심 속에 진행됐다. 지난 2014년 4월 16일 476명을 태운 채 바다로 가라앉았던 세월호 침몰에 대한 진실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언론은 그 날을 잊으라고 한다.

그래서 더욱 기억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소한이다. <추적 60분> ‘세월호 가족의 멈춰버린 1년’ 편(4월 11일 방송)과 OBS 경인TV 세월호 1주기 특집 다큐멘터리 <집으로: ‘유가족’이라는 이름…>(4월 16일 방송)은 그 날의 진실을 알고자 하는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KBS 1TV <시사기획 창> ‘세월호 1년, 우리는 달라졌나’ 편(4월 14일 방송)은 우리들에게 묻는다. 1년 전 그날 통렬한 반성을 쏟아냈던 우리 사회가 과연 달라졌는지 말이다.

세월호는 우리사회의 민낯이다. 사회의 부조리, 모순, 부도덕 등이 쌓이고 쌓인 결과다. 세월호를 잊고 지나간다면 세월호는 끝나지 않는 현재진행형이 될 뿐이다.

▲ SBS <육룡이 나르샤> ⓒSBS

▶국가란 무엇이고, 백성이란 누구인가
SBS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10월 5일~)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말이 있다. 이런 관점에서 사극, 특히 정치 사극이 굵직한 선거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방송될 때 작가와 연출자의 의도 여하를 떠나 자연스레 현실을 반추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그런 맥락에서 <육룡이 나르샤>의 흥미로운 지점은 그간의 사극들이 좋은 ‘군주’에 대한 질문을 던졌던 데서 한 발 나아가 ‘국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점이다. 메시아와 같은 정치 지도자를 기다리고 열광하며 국가에 대한 한 줌의 의심도 허용하지 않던 시대를 지나 국가는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회의하며 답을 찾고자 하는 작금의 현실을 겹쳐보게 하는 것이다.

맛좋은 고기를 먹기 위해 출산한지 얼마 안 된 여인들을 끌고 와 아기돼지에게 젖을 물리게 하는 사이 어미젖을 먹지 못한 갓난쟁이들은 굶어죽지만 이미 부패한 권문세족에겐 당연한 희생일 뿐이다. 반면 최영은 ‘드물게 사심이 없는’ 인물이지만, 그의 마음속엔 백성도 없다. 오직 나라가 최우선인, 그리하여 나라를 위해 무엇이라도 희생시킬 수 있는 권력자가 최영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이성계는 위화도회군을 결단한다. 하지만 이성계과 함께 정도전이 설계하고자 하는 새 나라의 시스템 또한 부패하지 않기 위해 왕과 신하가 서로를 견제하도록 할 뿐 백성의 역할은 없다. “그럼 백성은?”이라는 질문을 던지는 분이와 평정지계(平正之計)를 이루는 과정에서 죽는 백성이 몇이어야 하냐고 분노하는 땅새(이방지)가 육룡(六龍) 가운데 자리하고 있다는 점은 그래서 중요하다.

김영현, 박상연 작가는 전작 <뿌리 깊은 나무>에서 훈민정음을 놓고 백성은 과연 주체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존재인지, 사대부라는 소수의 권력집단이 긍휼히 여기며 이끌어가야 할 존재인지 질문했다. 그리고 한 세대를 거슬러 올라간 <육룡이 나르샤>에선 권력(이성계‧이방원)과 엘리트(정도전)의 위치에서뿐 아니라 백성(분이‧이방지)의 시선으로도 질문하기 시작했다. 국가는 과연 무엇인지, 백성은 국가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말이다. 사심 없는 권력임을 강조하며 정권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대중과 정적을 이기주의의, 제 욕심만 챙기는 집단으로 몰아가는 모습이 노골화되고 있는 시대, 이 질문은 그리하여 의미심장하다.

▲ SBS <그것이 알고 싶다> 1000회 스팟 중. ⓒ화면캡처

▶갑질・특권・VIP…대한민국에 정의를 묻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1000회 특집 대한민국에 정의를 묻다 3부작
-제1부 ‘담장 위를 걷는 특권’ 편(9월 5일 방송)
-제2부 ‘VIP의 비밀 매뉴얼’ 편(9월 12일 방송)
-제3부 ‘반칙의 공모자들’ 편(9월 19일 방송)

사람들은 묻는다. “정의? 대한민국에 그런 달달한 것이 남아있기는 한가?”(영화 <내부자들> 중)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 돈이 있으면 무죄로 풀려나지만 돈이 없으면 유죄로 처벌받는 다는 뜻을 담고 있다. 세상이 변하면서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뜻도 확장됐다. 돈이 있으면 유죄라도 ‘VIP’가 될 수 있다. ‘돈’이 곧 ‘정의’이자 ‘권력’이 된 세상에 대해 SBS <그것이 알고 싶다> 1000회 특집은 2015년 대한민국에 ‘정의’를 묻는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제1부 ‘담장 위를 걷는 특권’ 편(9월 5일 방송)과 제2부 ‘VIP의 비밀 매뉴얼’ 편(9월 12일 방송), 제3부 ‘반칙의 공모자들’ 편(9월 19일 방송)에 걸쳐 돈과 권력을 통해 그들만의 정의를 구현하는 사람들과 대한민국의 세태를 꼬집는다. 그들만의 정의를 구현하는 사람들은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고 있다. 재벌, 국회의원, 정치인, 고위공무원….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노블리스 오블리주(부와 권력, 명성은 사회에 대한 책임과 함께 해야 한다)를 실현해야 할 대한민국 1%들이 보여준 모습은 “살기 좋은 세상은 ‘돈’이 살아있는 세상. 우리 모두 ‘돈’ 안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 그 자체다.

A그룹 수행기사는 제작진에게 묻는다. “이런 인터뷰가 방송에 나간다고해서 무슨 변화가 있을까요?” 묻는 것조차 잊는다면 정말로 변화는 오지 않을 것이다. 단 1%의 가능성과 희망을 가지고 오늘도 묻는다. 대한민국에 ‘정의’란 무엇인지 말이다.

▲ SBS <풍문으로 들었소> ⓒSBS

▶나약한 을, 연대로 갑에 맞서다
SBS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2월 23일~6월 2일)

대한민국 상위 0.1% ‘한정호 월드’에 어느 날 갑자기 이물질과 같은 서봄이 뛰어 들어왔다. 그것도 ‘한정호 월드’의 계승자 인상의 아이를 뱃속에 품고. 그래도 처음엔 괜찮았다. 어느 집안인지, 어느 학교인지, 손쉽게 지위를 가늠할 수 있는 그 무엇을 하나도 갖추지 못한 봄이 이 세계에 편입되기 위해 노력했으니까. 하지만 “우매한 대중이라는 것 자체가 틀린 전제 아니냐”고 질문하는 봄은 우아한 갑의 세계의 우아하지만 우스운 속성을 간파하는 인물이며, 대대손손 이어진 부와 지위와 권력 대신 주체성을 가질 필요가 없었던 인상은 물론 대한민국 최고 로펌의 경영자 집안에서 가신으로 일하면서도 계약 내용조차 알지 못했던 고용인들로 하여금 목소리를 낼 수 있게 응원하는 인물이었다.

갑(甲) 중의 갑인 한정호 월드에 균열을 내는 인물이지만 방송 기간 동안 봄의 모습은 무조건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부와 지위와 권력을 욕망하지 않는 모습이 비현실로 느껴져 몰입하기 어렵다는 얘기들이었다. 사실 봄 역시 태어나 단 한 번 구경조차 못했던 지위와 권력 앞에 욕망을 드러냈었고, 부와 지위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우아하게 발버둥을 치는 갑들의 세계를 비판하면서도 여전히 사법시험을 준비하며 서민의 세계에서 벗어날 수 있길 욕망한다. 흥미로운 건 바로 봄 역시 이런 모순의 인물이라는 점이다. 갑의 세계를 유지시키는 때론 부정하고 때론 잔인한 시스템에 균열을 낼 수 있는 건 순수하게 정의로운 누군가가 아니다. 그 세계에 문제가 있다고 느끼는, 적당한 욕망과 적당한 타협도 가능하지만 서로를 향한 응원과 연대도 가능한 모순의 개개인이다.

▲ KBS <명견만리> ‘인구쇼크, 청년이 사라진다’ 편(4월 9일 방송) 중. ⓒ화면캡처

▶청년만의 문제가 아닌 청년 문제
KBS <명견만리> ‘인구쇼크, 청년이 사라진다’ 편
- 제1부 ‘일본의 길을 갈 것인가’ 편 (4월 2일 방송)
- 제2부 ‘투자의 법칙’ 편 (4월 9일 방송)

인구절벽은 더 이상 남의 나라의 위기감이 아니다. 2018년이면 한국은 인구절벽을 맞닥뜨릴 것이란 예고에 이어 데이비드 콜먼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는 저출산‧고령화로 인구가 소멸되는 첫 번째 국가로 한국을 지목했다. 바야흐로 청년이 사라지는 시대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청년은 어느 날 갑자기 증발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청년들은 사라지고 있는 걸까. <명견만리>는 영화감독 장진과 함께 지난 20년 동안 청년의 3분의 1이 사라진 일본과 매년 4만 명의 청년들이 해외로 떠나고 있는 이탈리아의 현실을 살폈다. 그곳엔 취업도, 결혼도, 꿈을 꾸는 일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청년들의 삶이 있었다.

반면 일본, 이탈리아와 마찬가지로 고령화의 문제를 겪고 있는 독일은 달랐다. 취업에 실패한 청년들에게 실업수당을 주고 혼자 사는 노인과 안정적인 주거가 필요한 청년들을 연결해 서로를 돕도록 만들었다. 기업도 노사 대타협을 통해 지역 청년을 위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이를 통해 생산성 높은 기술자를 확보하면서 내수시장을 유지했다. 청년 문제가 청년만의 문제가 아닌 인구, 경제, 사회통합 등 모든 문제와 연결돼 있음을 분명하게 인지하고 해법을 찾은 결과다.

정규직 월급의 60%를 받는 비정규직이 노동자의 50%인 현실에서 비정규직 사용 기간을 늘리는 법을 만들어 ‘고용안정’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출산을 포기하는 청년(여성)의 삶을 들여다보는 대신 애 낳으면 돈을 주겠다는 논리로만 접근하는 정부의 문제와, 비정규직 노동의 문제는 청년 이슈가 아니라는 청년 정치인이 각광받는 한국의 현실이 정확하게 다른 방향에서 겹쳐진다. 대안의 모색은 문제의 인식에서 출발하고, 이를 위해선 질문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방송은 제대로 질문을 던졌다.

▲ 지난 4월 30일 EBS <스페이스 공감>에 출연한 JYJ의 멤버 김준수가 녹화 말미 눈물을 보이고 있다. JYJ가 지상파 방송 음악프로그램에 출연한 건 6년 만의 일이었다. ⓒEBS

▶공간이 말하는 공감
EBS <스페이스 공감>(2004년 4월 3일~)

‘진입장벽’이란 단어는 이제 낯설지 않은, 어쩌면 당연한 시대가 되어버린 듯하다. ‘공간’에도 진입장벽이 있다. 특정 소수만을 위한 ‘공간’이 되어버린 무대. 무대는 많지만 무대에 설 수 없는 이들을 위한 특별한 무대, 특별한 공간, 바로 EBS <스페이스 공감>(이하 <공감>)이다.

케이팝(K-POP)으로 불리는 이른바 주류 음악에 밀려 지상파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인디밴드. 그리고 방송사가 정당한 사유 없이 출연을 막으며 지상파에서 보기 힘든 가수. 그런 이들을 불러 모으고 ‘뮤지션’으로서 재조명할 무대라는 공간을 제공하는 곳이 바로 <공감>이다.

<공감>의 출연자는 음악평론가 5명, 작가, PD 등으로 구성된 선정위원단에서 선정한다. 여기에 성역은 없다. 오로지 ‘음악’으로 판단을 받는다. 서로의 숨소리까지 느껴질 만큼 작은 공간이지만 그 어느 곳보다 크게 느껴지는 이유는 이처럼 ‘음악’으로 공감할 수 있는 무대이기 때문이다. 이런 무대가 가능한 건 타 방송사보다 상업성이 적은 ‘교육공영방송’이라는 EBS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공감>은 그동안 라이너스의 담요,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전자양, 김완선, 한영애 등 국내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은 물론 피아노 연주가 스티브 바라캇, 알토 색소폰의 대가 짐 스나이데로 등 해외 뮤지션까지 다양한 뮤지션에 대해 알렸다. 또한 매월 열리는 ‘헬로 루키’, 1년에 한 번 열리는 ‘올해의 헬로루키’ 프로젝트를 통해 신인을 발굴하고 대중에게 알리는 작업도 한다. 지난 6년간 지상파에 출연할 수 없었던 가수 XIA(김준수)의 무대(4월 30일 방송)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온리 뮤직(Only Music)! 오직 음악으로 증명하라!’를 모토를 이어오고 있는 <스페이스 공감>을 통해 2015년 연말 다양한 뮤지션을 만나보면 어떨까.

▲ JTBC <송곳> ⓒJTBC

▶99.9%를 위한 노동운동 설명서
JTBC 드라마 <송곳>(10월 24일~11월 29일)

누구를 위해 개혁을 하는지 묻고 싶다. 노사정위원회가 지난 9월 13일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는 물론이고 통상임금 범위,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 등을 내용으로 하는 노동시장 개혁에 대한 대타협을 이뤘다. 그러나 노동계 안팎에서는 ‘개혁’이 아닌 ‘노사정 대야합’이라는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해당 내용이 법제화될 경우 이른바 ‘쉬운 해고’가 가능해지고 ‘비정규직’이 확대될 것이기 때문이다. ‘쉬운 해고’라는 건 누구나 언제든 자신의 일터에서 쫓겨나게 될 것을 의미한다. ‘비정규직’도 비슷하다. ‘시한부 근로자’가 되면 하루하루가 얼음판이 될 것이다.

“세상에 잘려도 되는 사람은 없으니까.” 그렇다. 회사로부터 해고당해도 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그리고 그것이 ‘나’의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 그리고 바로 ‘나’의 문제라고 인식하게 되면서 하나 둘 뚫고 나오게 된다.

낯설고도 불편하고 꺼려지는 주제인 ‘노동조합’.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에서도 좀처럼 보기 힘든 주제인 ‘노조’를 그려낸 JTBC 드라마 <송곳>은 노조에 대한 실용서 같은 드라마다. 가끔씩 TV에서 ‘단결’, ‘투쟁’ 등이 적힌 조끼나 머리띠를 두르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전부라 생각했던 그 낯선 ‘노조’와 노조가 하는 활동에 대해 <송곳>은 차근차근 하나씩 설명해준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노동개혁 처리를 밀어붙이고 있다. 자, 이쯤에서 <송곳>을 보며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쉬운 해고’ 속에서 살아남을지 미리 공부해보자.

▲ KBC광주방송 <시사터치 따따부따> ‘대한민국 노동조합에 대한 오해와 진실’ 편(11월 23일 방송) ⓒ화면캡처

▶우리는 왜 일하는 사람들을 싫어할까
KBC광주방송 <시사터치 따따부따>
-‘노조 활동가로 산다는 것은’ 편(11월 17일 방송)
-‘대한민국 노동조합에 대한 오해와 진실’ 편(11월 23일 방송)
-‘노동조합 재도약을 위한 과제는’ 편(12월 9일 방송)

‘밥그릇’, ‘강성’, ‘귀족’ 등의 단어가 수식하는 말은 무엇일까? 바로 ‘노동조합’이다. 우리나라 거의 대부분은 거의 모두가 노동자다. 다른 말로 직장인, 근로자 등으로 불린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일하는 사람이면서 일하는 사람의 권리를 지키려는 사람을 싫어하고 ‘다른 사람’으로 바라보는 걸까.

그 단적인 예가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다. 정부와 언론, 그리고 사람들은 그를 ‘범죄자’, ‘귀족노조’, ‘밥그릇 싸움 하는 사람’으로 본다. 밥그릇 싸움이 정당하게 일할 권리 등을 말한다면 맞는 말일지 모르겠지만, 우리 사회는 노동자를 직장인, 근로자 등과 구분해서 바라본다.

KBC광주방송 <시사터치 따따부따>가 지난 11월 17일과 23일, 12월 9일 세 차례에 걸쳐 방송한 ‘노조’에 대한 이야기는 노동자, 다시 말해 ‘국민’이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를 당연하지 않게 생각하는 사회로부터 지키려는 최소한이자 최대한의 노력임을 말한다. 그리고 노동자인 우리가 노동자를 불편해하는 이 시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같은 노동자임에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차별에 대해서는 일침을 가한다.

‘노조’란, 일을 하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 일을 하게 될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은 반드시 생각해봐야 할 주제다. 다름 아닌 ‘자신’을 위해서 말이다. 이 지독한 편견의 끝에는 ‘자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내 가족의 생계를 보장할 좋은 직업을 원하는가. 누군가 내 뒤를 든든하게 봐주기를 바라는가. 나라면 노조에 가입하겠다.”(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9월 7일 미국 노동절에)

▲ SBS 〈SBS 스페셜- 우리 결혼했어요〉 ⓒSBS

▶결혼의 본질은 ‘사랑’
SBS <SBS 스페셜> ‘우리 결혼했어요’ 편(6월 7일 방송)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5월 17일)로부터 3주가 지난 후 방송된 SBS <SBS스페셜>의 시작은 다양한 동성애자 커플들의 모습이었다. 수줍었던 고백의 기억부터 사랑하고 다투며 함께 쌓아왔던 시간들을 추억하는 커플들의 모습은 흔히 마주하는 연인들의 모습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의 모습은 달랐다.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혼인신고도, 직장에 알릴 수도 없다. 행복한 결혼식이지만 차를 몰고 새벽안개 자욱한 길을 지나면서 ‘우리 아들이 가는 길이 이렇겠구나’ 하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는 어머니의 말에 이제 막 부부(夫夫)가 된 커플도 하객들도 눈물바다다.

동성 커플을 인정할 것인가는 비단 한국에서만 논쟁적인 주제가 아니다. 하지만 아일랜드에선 지난 5월 국민투표를 통해 동성결혼을 합법화했다. 이미 프랑스 등 세계 20개국에서도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 상태이며, 미국과 영국 등의 국가에선 일부 지역이지만 동성결혼을 인정하고 있다. 일본 역시 도쿄도 시부야에서 조례 개정을 통해 동성결혼 증명서를 발급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도시는 왜 동성결혼을 인정하기로 한 걸까. 성적 지향이 인권을 차별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는 당위의 말을 넘어 제작진은 묻는다. 결혼의 본질이 대체 무엇이냐고. 그리고 2013년 영화감독 김조광수씨와 ‘당연한 결혼식’이라 이름붙인 공개 결혼식을 한 영화 제작자 김승환씨는 말한다. 중요한 건 남자와 여자, 남자와 남자, 여자와 여자의 성적 결합 문제가 아닌 어떤 사람과 같이 살고 사랑하는가가 결혼의 본질이 아니냐고. 왜 아니겠나.

▲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12월 12일 방송 중. ⓒ화면캡처

▶소통은 이렇게 하는 거쥬?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4월 25일~)

십만 여명의 국민이 거리로 나와 ‘힘들다’고 하는데도 외면하는 ‘일방통행’과 ‘불통’의 시대. 그 어느 때보다 ‘소통’이 그리운 2015년, 소통이란 무엇인지 보여준 사람이 있쥬?

MBC 예능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을 통해 백주부, 백무룩, 백설탕, 백사기 등 다양한 별명을 얻게 된 백종원. 2월 22일 파일럿 방송에 첫 등장한 이후 백종원은 고급진 입담과 몇 글자 채 읽기도 전에 내려가는 채팅창을 재빠르게 읽어내는 동체시력, 그리고 네티즌의 반응에 대한 뛰어난 반사신경으로 유일하게 <마리텔> 골드멤버에 올랐다.

<마리텔>은 방송 자체가 ‘소통’이다. 인터넷 생방송을 통해 이뤄지는 채팅을 통해 네티즌과 출연자는 소통을 한다. 그리고 네티즌과 출연자 간의 소통은 곧 프로그램의 ‘재미’로 이어진다. 또한 <마리텔>의 포맷 자체도 일종의 소통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시도된 적 없는 인터넷 방송과 지상파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한 ‘소통’은 네티즌은 물론 시청자들에게도 신선함과 즐거움을 가져다줬다.

(심지어 <마리텔>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도 소통한다. 지난 11월 4일 방송언어 관련 조항 위반을 이유로 ‘제작진 의견진술’ 절차에 들어가자, 그 주 방송부터 ‘핵꿀잼’은 ‘핵폭탄 같은 재미’로, ‘ㅋㅋㅋ’는 ‘크크크’로, ‘꿀잼각’은 ‘꿀 같은 재미가 예약된 각도’로, ‘약빤 방송’은 ‘약을 빻아서 드신 방송’ 등으로 쓰는 등으로 순화됐다.)

이처럼 ‘소통’은 <마리텔>을 이끄는 중요한 요소이다. 그리고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상징적인 인물이 바로 ‘백종원’인 것이다. <마리텔> 다시보기와 함께 백종원표 고급진 소통을 배워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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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연 2016-01-26 11:24:03
동성애자들과 성전환자들도 따뜻한이웃으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나 역시 보수개신교신자지만 김조광수 김승환부부의 결혼식에 간적이 있었거든?(사실 자리가 꽉차서 멀리서밖에 못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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